서민에 피해 입히는 금융비리 척결 의지 … 정권 실세 주변 수사설도
검찰 수사를 받던 공무원의 자살, 검찰 개혁 등으로 검찰이 코너에 몰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심상치 않다.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 부서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수사로 돌파해야 한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와 임기 3개월을 남긴 김준규 검찰총장 퇴임 이후 단행될 대규모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김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을 대표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한명숙, PD수첩 사건 등으로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김 총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부패와 비리를 뽑아내는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김 총장의 발언 이후 기업비리와 금융비리에 대한 수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3월 동안 준비해왔던 사건들이 최근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라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기업·금융 비리 동시다발 수사 =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40억원대의 횡령·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오리온 그룹 수사를 위해 본사 및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서미갤러리 대표 등 관계자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마니커의 경영진의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한 모 회장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기업 비자금 수사 외에도 주가조작으로 5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훈 글로웍스 대표 관련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글로웍스의 경우 해외에서 금광을 개발한다는 등의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총장이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국가 경쟁력을 잠식하는 경제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한 만큼 이 사건도 샅샅이 훑을 기세다.
금융조세조사1부에서 수사 중인 나무이쿼티 건도 건실한 코스닥 기업을 삼켜 소액주주들을 울린 사건으로 검찰은 강한 의지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 금조1부는 이 모씨 등이 인수합병회사 나무이쿼티를 세운 뒤 씨모텍 등 유명 코스닥 업체를 인수해 수백억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금융조세조사2부는 진작부터 증권사 관련 범죄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최근에 초단타매매를 하는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을 는 불공정 거래 혐의로 구속시켰다. 증권사들이 시세 조종으로 고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ELS 사건도 금조2부에서 맡고 있다.
◆정치권 수사로 확대되나 = 기업·금융비리는 특성상 정관계 로비 의혹과 쉽게 이어진다. 은밀하게 조성한 비자금과 횡령한 자금은 주로 로비활동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서 벌이는 삼화저축은행 부실 수사와 관련해 구속된 신삼길 명예회장을 둘러싸고 정권 실세 인사들의 연루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벌이고 있는 건설업체 D사에 대한 수사도 주목받고 있다. 회장이 수십억원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비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정관계 로비의혹을 목표로 하는 수사라는 부분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의 비리를 캐는 수사도 필요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범죄를 척결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관계 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기에는 김 총장의 남은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 쉽지 않아 기업·금융 등 경제범죄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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