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민주주의 지원이냐 식민주의 부활이냐

지역내일 2011-04-18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두 사람의 대통령이 자리다툼을 하는 바람에 나라가 5개월 간 내전 상태에 빠지면서 유엔이 평화군까지 파견해야 했던 서부 아프리카의 코트디보와르가 지난주 유엔군과 프랑스군 일각수(一角獸)부대의 합동작전으로 마침내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작년 11월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물러나기를 거부해서 머리가 둘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뿔이 하나라는 일각수란 이름의 프랑스 부대에 체포됨으로써 비정상 상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코트디보와르 문제 해결에는 유엔 평화군과 프랑스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문제는 그 역할이 유엔 안보이사회의 결의 내용을 넘어선 과잉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코트디보와르에 관한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 1975호는 리비아에 관한 결의 1973호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선거결과를 존중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것이 군사행동의 임무였다.

그바그보 대통령의 거처를 공격하고 체포하라는 임무는 결의안에 없다. 아프리카 전문가이며 렝스대학 공법학 교수인 알베르 부르지는 새로운 임무는 유엔 안보이사회만이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유엔 평화군이나 평화군 지원이 임무인 프랑스 일각수 부대는 안보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며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는 신속한 개입을 요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서한을 행동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유엔 안보이사회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며 사무총장의 권한 사항이 아니다. 프랑스나 반기문 총장의 행동에 월권의 책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기문 총장과 사르코지의 공통점

리비아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코트디보와르에 대해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그 동기를 의아해 할 정도로 튀는 행동을 했다. 반기문 총장의 서한도 신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 두 사람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떠오른다. 두 사람 모두 현직의 재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1년 뒤 대선을 앞두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사르코지는 리비나아 코트디보와르에서 외교적인 성과를 올려 대선 승리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하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기문 총장 역시 눈에 띠는 성과가 없다는 일부 서구 언론을 의식해서 '표'를 의식한 행동을 했으리라고 볼 수 있으리라.

원래 선거는 정치인을 비이성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목적 달성에 눈이 어두워지면 오히려 결과를 그르칠 수 있다. 특히 사르코지는 코트디보와르의 승리로 오히려 앞으로 아프리카로부터 역풍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코트디보와르에 대한 프랑스의 군사개입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엄연한 독립국가를 왕년의 식민지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것, 즉 신식민주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처음부터 그바그보 대 우와타라 대결에서 후자 편을 들었다고 프랑스 언론을 보고 있다. 사르코지는 우와타라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바그보는 부부가 코트디보와르 토착인이다. 반면에 우와타라는 부인이 프랑스인 사업가이다. 부인 도미닠 누비앙은 코트디보와르의 국부인 초대 대통령 우푸에보와니와 가봉의 봉고 대통령의 부동산을 운영하던 거물 사업가이다. 프랑스와 미국의 업계에도 발이 넓다. 1991년 두 사람이 부자지구인 파리의 16구에서 결혼할 때 시장이던 사르코지가 주례를 봤다는 미확인 소문도 나돌았다. 이념적으로나 경제면에서 두 사람은 유사점이 많다.

프랑사프리카의 보이지 않는 힘

'프랑사프리카'라는 용어가 있다. 프랑스와 아프리카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말이다. 나아가서는 파리 지도층이 아프리카 정권을 정치적으로 보호해 주고 경제적 이익을 반대급부로 교환하는 '보이지 않는 지하공화국'을 의미한다. 아프리카가 형식적으로는 독립했으나 프랑스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전문가들이나 코트디보와르 지식인층에서는 그바그보를 체포한 것이 우와타라 군대가 아니고 프랑스 군대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 졌다고 하지만 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전 식민국 군대가 체포한 데 굴욕감을 느끼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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