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공연행사가 많은데 신촌공연은 없습니다. 신촌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구청에서 적절한 공간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신촌의 주인은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차가 없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들 것 같아요."
1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창천교회 회의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추계예술대 등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저마다 신촌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서대문구에서 '우리가 원하는 신촌'이라는 주제를 놓고 기획한 자유토론 시간이다.
◆주민에게 정책 결정권 = 서대문구가 주요 정책사항 결정을 주민에게 맡겼다. 매달 두차례 6급 팀장 이상 모이는 간부회의를 폐지하는 대신 주민 자유토론회 '서대문 톡(talk)'을 열고 있다. 회의 주제가 결정되면 관련 주민들을 초청, 자유롭게 의사를 나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연말 진행된 첫 회의 연장선상이다. 당시만 해도 참여 대상은 구청 직원들이었다.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 연말 '문화가 있는 신촌상권 활성화'를 주제로 관련 9개 부서 담당자까지 모여 얘기를 나눴지만 2% 부족했다.
구 관계자는 "공무원들끼리만 토론을 진행하다보니 아무래도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어려웠다"며 "실제 신촌의 주인인 대학생들에게 그들이 바라는 신촌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목한 부분은 대학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린 대학문화 활용. 윤성진 연세대 기독연합회장은 "신촌역부터 굴다리를 지하화해 그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중심지로 만든다면 새로운 대학 문화공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박상현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부산 광복로는 주변 상인들과 협의, 차로를 점진적으로 축소 보행자 거리를 조성했다"는 사례를 덧붙였다.
거리를 채울 내용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연세대 권지웅씨는 "지하에 숨어있는 공연문화를 끌어내 연극제나 록페스티벌을 개최하자"는 안을 내놨고 추계예술대 원유림씨는 "도로와 건물에 그림을 그려 특화된 거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화여대 강선구씨는 "취업박람회를 연계,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실업 해소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가 청년들의 고민에 눈높이를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뒷골목 청소'도 함께 고민 = 서대문구와 주민들이 만난 두 번째와 세 번째 토론의 장은 지난 1월이었다. '소통'과 '교육특구 서대문'을 주제로 한 자리였다. 평소 상사 앞에서 입을 열지 않던 직원들도 승진시험이니 구청장과의 직접 소통을 이야기했고 학부모, 교육청 장학사, 고교 교사도 학부모교육, 대안학급 신설, 방과후학습 활성화 등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뒷골목 청소 활성화'를 주제로 내걸고 의식교육부터 종량제봉투에 대한 개선안까지 토론을 벌였다. 구 관계자는 "직원들도 주민들도 평소 고민하던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장을 열자 봇물 터지듯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전했다.
주민들 제안은 정책결정과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문석진 구청장은 "구청에서 계획한 사업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구상일 뿐"이라며 "백지상태라 생각하고 자유로운 의견을 들려달라"고 말했다.
19일 저녁에는 여섯 번째 '톡' 시간이 예정돼있다. 구청 뒤 안산공원에서 벚꽃 향내를 맡으며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문식 음악문화발전협의회장은 "오랜만에 구청장과 시간 제약 없이 마음껏 지역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일 수 있는 기회이니 만큼 가감 없는 의견표현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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