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PF부실 우려 제기됐지만 원론적인 대응에 그쳐
'보신주의'가 부실 키워 … 결과론적 책임 추궁 부당 지적도
오는 20~21일 저축은행 청문회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정도로 저축은행이 부실화될 때까지 금융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 추궁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결과만 놓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와 선제적인 대응의 필요성은 매년 국회에서 제기돼 온 사안이어서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 금융당국은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8·8클럽 도입 직후부터 부실 가능성 제기 = 19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저축은행 문제는 2000년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돼왔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 우려와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 요구는 매년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02년 국감에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지적하며 당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당시는 2001년 소액대출 활성화 조치와 2002년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 변경 이후 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 위원장의 답변은 '신용평가 시스템 미비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몇 년 뒤 저축은행 업계는 소액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아야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일찍부터 제기됐다.
저축은행의 PF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2월 저축은행 계열화가 허용되고 2006년 5월 '8·8클럽'제도 도입으로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동일업종여신한도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국감에서 PF대출 부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 의원은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부분을 PF, 부동산 업체에 대출해주는 곳이 많다"며 "부동산 업체가 부도날 경우 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김애실 의원도 "저축은행 기업대출의 58%가 건설업이나 부동산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올 경우에 대비해 어떤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대단히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대출 추이, 지도기준 준수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응했다.
김 의원은 2007년 국감에서 저축은행 뿐 아니라 은행권 PF의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PF대출건들에 대해 특별조사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과거 거시 감독에 문제" = PF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8년부터는 저축은행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사항도 증가했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국감에서 PF대출시 선이자를 받는 관행으로 연체율이 축소될 가능성을 제기했고,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또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 PF 대출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하더라도 지역경제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기경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2009년에도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은 예금보험기금내 저축은행 계정이 2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지난해에는 한나라당 정옥임, 이진복 의원 등이 캠코가 부실 PF 채권을 매입해준 뒤에도 저축은행 부실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부실 PF 매각 저축은행이 제대로 충당금을 쌓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예금보장한도 축소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감원장은 일부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진 위원장은 "저축은행 문제가 오늘날 이렇게 어렵게 된 측면에는 거시적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가장 큰 문제는 예금보장한도를 5000만원까지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6~2007년도에 저축은행 기능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했어야 했다"며 "저축은행이 지역 특화된 쪽으로 가야하는데 8.8클럽 같은 방식으로 도매은행 비슷하게 되면서 저축은행 문제가 어렵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원장도 "2003, 2004년 이후에 PF대출을 잔뜩 늘리면서 저축은행 문제를 키워놓았다"며 "이후 2008~2010년 건설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부실을) 정리하면 또 발생하고 또 발생하고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국회 지적사항 뒤늦게 반영 = 저축은행과 대주주의 불법, 편법행위 문제도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2001년 임진출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저축은행(당시 상호신용금고)의 불법대출에 대한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2003년 국감에서 저축은행이 대주주 및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금지를 위반하는 등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내부통제기준과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를 위한 대책을 당부했다.
또 민주당 이근식,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2005년 당시 이슈가 됐던 플러스상호저축은행의 출자자 대출 문제를 거론하며 불법 저축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했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부실 PF를 캠코에 매각한 저축은행에서 반복적으로 법규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데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의 왜곡, 허위산정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조재환 민주당 의원은 2002년 저축은행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0%인 우체금 예금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이근영 위원장도 악용가능성을 인정했지만 개선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조 의원은 BIS비율 보고 주기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 한나라당 이계경, 김정훈 의원은 6개월 만에 BIS비율이 5.89%에서 -3.46%로 급락한 한마음저축은행을 사례로 들며 자산건전성 부당 분류 문제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구했고, 같은 당 김애실 의원은 2006년 은행에 비해 느슨한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후순위채 남발로 인한 BIS비율 왜곡 문제를 제기했고, 박선숙 의원은 부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치권도 자유롭지 못해 = 금융당국은 최근 대주주 사금고화 방지, 건전경영유도, 소비자보호 강화, 부실책임 규명 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저축은행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감사 역할 강화, 공시 주기 단축, 후순위채 발행 제한 등 그동안 국회에서 제기돼온 사항이 뒤늦게 반영된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상적으로는 완벽한 규제를 통해 부실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규제 수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갑자기 규제만 강화하면 오히려 업계 부실을 키우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책임자의 '보신주의'가 화를 불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기중에만 부실이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근본 대책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저축은행 부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도 저축은행 부실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역시 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일조했다는 것. 실제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01년 "상호신용금고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빨리 바꿔주라"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던 금융당국을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동일업종 한도를 30%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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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주의'가 부실 키워 … 결과론적 책임 추궁 부당 지적도

◆8·8클럽 도입 직후부터 부실 가능성 제기 = 19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저축은행 문제는 2000년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돼왔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 우려와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 요구는 매년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02년 국감에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지적하며 당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당시는 2001년 소액대출 활성화 조치와 2002년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 변경 이후 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 위원장의 답변은 '신용평가 시스템 미비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몇 년 뒤 저축은행 업계는 소액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아야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일찍부터 제기됐다.
저축은행의 PF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2월 저축은행 계열화가 허용되고 2006년 5월 '8·8클럽'제도 도입으로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동일업종여신한도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국감에서 PF대출 부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 의원은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부분을 PF, 부동산 업체에 대출해주는 곳이 많다"며 "부동산 업체가 부도날 경우 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김애실 의원도 "저축은행 기업대출의 58%가 건설업이나 부동산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올 경우에 대비해 어떤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대단히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대출 추이, 지도기준 준수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응했다.
김 의원은 2007년 국감에서 저축은행 뿐 아니라 은행권 PF의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PF대출건들에 대해 특별조사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과거 거시 감독에 문제" = PF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8년부터는 저축은행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사항도 증가했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국감에서 PF대출시 선이자를 받는 관행으로 연체율이 축소될 가능성을 제기했고,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또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 PF 대출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하더라도 지역경제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기경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2009년에도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은 예금보험기금내 저축은행 계정이 2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지난해에는 한나라당 정옥임, 이진복 의원 등이 캠코가 부실 PF 채권을 매입해준 뒤에도 저축은행 부실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부실 PF 매각 저축은행이 제대로 충당금을 쌓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예금보장한도 축소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감원장은 일부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진 위원장은 "저축은행 문제가 오늘날 이렇게 어렵게 된 측면에는 거시적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가장 큰 문제는 예금보장한도를 5000만원까지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6~2007년도에 저축은행 기능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했어야 했다"며 "저축은행이 지역 특화된 쪽으로 가야하는데 8.8클럽 같은 방식으로 도매은행 비슷하게 되면서 저축은행 문제가 어렵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원장도 "2003, 2004년 이후에 PF대출을 잔뜩 늘리면서 저축은행 문제를 키워놓았다"며 "이후 2008~2010년 건설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부실을) 정리하면 또 발생하고 또 발생하고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국회 지적사항 뒤늦게 반영 = 저축은행과 대주주의 불법, 편법행위 문제도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2001년 임진출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저축은행(당시 상호신용금고)의 불법대출에 대한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2003년 국감에서 저축은행이 대주주 및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금지를 위반하는 등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내부통제기준과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를 위한 대책을 당부했다.
또 민주당 이근식,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2005년 당시 이슈가 됐던 플러스상호저축은행의 출자자 대출 문제를 거론하며 불법 저축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했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부실 PF를 캠코에 매각한 저축은행에서 반복적으로 법규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데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의 왜곡, 허위산정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조재환 민주당 의원은 2002년 저축은행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0%인 우체금 예금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이근영 위원장도 악용가능성을 인정했지만 개선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조 의원은 BIS비율 보고 주기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 한나라당 이계경, 김정훈 의원은 6개월 만에 BIS비율이 5.89%에서 -3.46%로 급락한 한마음저축은행을 사례로 들며 자산건전성 부당 분류 문제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구했고, 같은 당 김애실 의원은 2006년 은행에 비해 느슨한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후순위채 남발로 인한 BIS비율 왜곡 문제를 제기했고, 박선숙 의원은 부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치권도 자유롭지 못해 = 금융당국은 최근 대주주 사금고화 방지, 건전경영유도, 소비자보호 강화, 부실책임 규명 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저축은행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감사 역할 강화, 공시 주기 단축, 후순위채 발행 제한 등 그동안 국회에서 제기돼온 사항이 뒤늦게 반영된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상적으로는 완벽한 규제를 통해 부실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규제 수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갑자기 규제만 강화하면 오히려 업계 부실을 키우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책임자의 '보신주의'가 화를 불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기중에만 부실이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근본 대책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저축은행 부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도 저축은행 부실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역시 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일조했다는 것. 실제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01년 "상호신용금고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빨리 바꿔주라"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던 금융당국을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동일업종 한도를 30%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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