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재개발, 피해자 양산]②마포구 아현3구역

지역내일 2011-04-20 (수정 2011-04-20 오후 1:32:32)
'뉴타운 황금알' 깨지고 조합원 분담금 치솟아
빈집터에 재산세는 두배 …"뉴타운은 정부의 세금 장사" 비판
조합원 총회로 새 조합집행부 선출 …희망찾기 시작

2만여㎡의 부지에 4000여 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아현3구역 재개발 지역은 뉴타운개발의 허상이 집약된 곳이다. 평당 500만원하던 땅값이 3000만원선까지 치솟아 한때 욕망의 광풍이 휩쓸었다. 비리로 구속된 재개발조합장은 시의원 경찰 공무원 등 재개발 사업의 이권에 눈독을 들였던 자들과의 추가범행이 계속 드러나는 등 아현3구역은 '뉴타운비리의 종합판'이었다. 지금은 바닥까지 추락한 뉴타운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점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 비례율 110%에서 67%로 급락=뉴타운사업이 시작된 지 3년, 아현3구역의 재개발조합원들은 정신이 번쩍 드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비례율 110%라던 허상이 무너지고, 67%에 불과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례율이란 쉽게 말해 조합원들이 사업비를 들여서 아파트를 지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인데, 10%의 이익을 더 볼 수 있다더니 아직 착공도 못한 지금 34%나 밑지는 상황이 될 처지라는 것이다. 사업이 끝날 때까지 비례율이 바뀌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일반분양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입주해야 할 형편이다.

조합원들은 허탈하다. 신 모씨는 "너무나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권 모씨는 "정말 충격적"이라며 "구 조합집행부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조합장은 세대당 평균 1억 4600만원만 더 분담하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다고 속였으나, 지금대로라면 2억 6700만원으로 세대당 1억 2100만원을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조합 집행부의 비리가 큰 문제였다. 유 모 전 조합장은 2009년 3월 사업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집행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총회를 개최했다. 10명의 집행부가 180억여원을 청구했다가 74억원으로 결정됐지만, 이 때부터 조합원들은 이권에만 눈독을 들이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유 조합장이 각종 뇌물에 얽힌 점이 드러나 구속됐다. 그후 직무대행체제에서도 조합정상화는 뒷전에 둔 채 사업비 3400억원을 대부분 탕진해 버렸다.

◆새 집행부 880여세대 공급확대 조합원 부담줄이기= 살던 집을 비워 준 조합원들은 공사착공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경비 대여금 이자 등이 애초 340억원에서 863억원으로 늘었고, 이주비에 대한 이자도 662억원에서 927억으로 급증했다.

보다 못한 조합원들이 나서서 뉴타운 지역에서 유례가 없는 집행부 해임총회를 열어 지난 2월말 새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새 집행부는 뉴타운이 황금알을 낳는 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데 초반활동을 집중했다. 평당 2620만원~3270만원에 분양될 것이라는 환상을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재분석한 비례율을 공개한 것은 그 일환이다.

신 집행부는 5월 7일 정기총회를 열어 사업비를 다시 승인받고 사전분양을 확정짓는 등의 사업정상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총회를 앞두고 비례율을 끌어올릴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초등학교 부지를 아파트로 바꾸고 용적률을 20% 높여 승인받음으로써 880여 세대를 더 늘려 짓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조합원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 것이다.

◆ 생활터전 잃고 자식들 월급에 얹혀 사는 조합원들= 지금 조합원들의 바람은 황금알을 품어보는 것이 아니다. 당장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주저앉게 생긴 생활고가 더 시급한 문제다.

조합원 정연순(64)씨는 25년전 평생 살 3층집을 지었다. 1층엔 손수 식당을 운영하고 2층은 세를 주어 생계를 꾸렸다.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집을 비우고 이사했다. "식당도 못하고 세도 못받고, 평생 내가 벌어서 먹고 살려고 했는데 지금은 월급받는 자식들 신세를 지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순임(68)씨는 "재개발 안한다고 했더니 문신 잔뜩한 사람들이 밤마다 대문 걷어차며 나가라고 해 겁이 나서 이사갔다"면서 "공사도 않고 이러고 있으니 생활비 들어올 때도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뉴타운은 한때 원주민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해 사회문제가 됐다. 그러나 남아있는 원주민들은 초기 비싼 값에 팔고 나간 사람들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70대 조합원 김주영씨는 "이웃에 살던 사람은 천정부지로 솟을 때 팔아서 현금 들고 다른 데 가 더 넓은 집을 얻었다더라"며 "앞으로 뉴타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은 다시는 선거판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혔다.

아현3구역에는 지난 지방선거 때 정부가 또 한번 뉴타운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재산세 문제다. 재개발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에 부과될 때에 비해 주택철거 후 집터에 대해 약 2.5배의 재산세를 더 내도록 지방세법상 규정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월말 입법예고를 통해 "철거후 공사중인 3년간은 기존대로 재산세를 내도록 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마포구청장의 건의라고 홍보했고, 전국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해설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개정된 시행령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김순임씨는 "200만원이던 재산세가 400만원이 넘게 나온다"며 "안하겠다는 재개발을 억지로 시켜놓고 정부는 세금만 더 뜯어 가냐"고 분노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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