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홀대받는 장애인“대통령과 영부인에게 말 걸지 말라”

지역내일 2011-04-20
청와대 장애인 초청해놓고 '침묵' 주문 … "값비싼 식사보다 고충 들어줘야"

청와대가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을 초청해 놓고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이창화씨는 19일 "18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장애인의 날 초청행사에서 청와대 직원에게서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값비싼 식사보다 고충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또 "최근에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을 가기 전에 미리 안내견을 데려간다고 전화까지 해놓았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매니저가 입장을 막았다"며 "못 들어가게 하면 고발하겠다는 말을 하고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는데,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연도 전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자리여서 안내견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장애인을 생각해서라도 사회의 장벽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산복지재단 이사장인 이창화(53) 씨는 지금이야 장애인의 취업을돕는 명망 높은 재단을 이끌고 있는 자타 공인 사회지도층이지만, 청년 시절에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선택의 여지없이 스스로 사장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 씨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시절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점자책이 100여 권밖에 되지 않아 읽을 문학이 없어 포기했고, 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뭐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는 21살 꽃다운 시절 해서는 안될 시도를 했다.

"저를 구해주신 분이 급한 마음에 인근 산부인과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제가 유일한 남자 환자였습니다. 죽은 줄 알고 눈을 떴더니, 역시 앞이 보이지 않더군요. 저승에서도 앞이 안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아볼 마음을 먹었지요."

이 씨는 어찌 보면 꺼내기 힘든 얘기를 이렇게 유쾌한 해석을 곁들여 들려준다.

그 후로 호프집, 김치공장, 사우나, 설렁탕집 등 분야를 넘나들며 성공하면 팔아서 새로운 사업을 하는 식으로 돈을 모았다.

1983년에는 친구에게서 도산한 부천의 영세한 김치공장을 넘겨받았는데 당시만 해도 가정에서 모두 김치를 담가 먹던 시절이라 사업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부업으로 침을 놓다가, 이 씨의 침술에 만족한 한 일본인한테서 일본 수입업체를 소개받아김치 수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장애인으로서 사업에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딱 잘라 "편견"이라고 답했다.

이 씨는 "언론에서는 장애인이 박사학위를 따면 놀라운 일을 했다고 하지만, 장애인이 못할 일이 없다"며 "장애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이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사업이 커갔지만, 37살이 되던 해 40대에는 평생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재를 털어 다산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사회복지가의 길로 들어섰다. 재단은 40대 이상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재단은 1979년부터 시를 녹음해 무료로 장애인들에게 들려주는 녹음도서관을운영하고 있다. 문학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현실이 안타까워 세운 것이다.

"저는 남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가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의 처지에서 남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내가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입장이 된다는 게 행복하기 때문에 택한 일이지요. 제가 장애인이기 깨달은 교훈입니다."

그는 사재를 털어 경기도 여주 땅을 사들여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복지공간 '헬렌켈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님비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농아인으로는 유일하게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을 보유한 목공예사 손준호(청각장애 1급) 씨 등 장애인 4명과 함께 20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제31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2011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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