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마쳤지만]저축은행 부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역내일 2011-04-22 (수정 2011-04-22 오후 2:25:47)
증액대출로 PF부실 은폐 가능성 … 사업성 반영시 확대될수도
부실 규모조차 불분명 … 후순위채 만기도래 대책도 부실

이틀간에 걸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끝났지만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청문회에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축소·은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나 대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통해 부실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부실 규모조차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청문회마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F 부실 축소 의혹 =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21일 청문회에서 저축은행들이 '증액대출'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규모를 은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증액대출이란 PF대출을 받은 차주가 제때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됐을 경우 연체이자 정리를 위해 추가로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빌린 차주가 10억원의 이자가 연체됐다면 1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연체를 없애는 방식이다.

상호저축은행 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는 이자 수입을 위한 대출취급을 금지하고 있고, 연체자에게 부득이하게 추가로 대출해줄 때에는 반드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이사회 승인 없이 불법으로 증액대출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증액대출로 연체이자를 정리하면 부실한 채권도 정상으로 분류할 수 있어 그만큼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고 건전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은 차주 몰래 증액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납입한 것처럼 서류만 꾸미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실시된 서민금융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금융감독원은 두 곳의 저축은행에서 총 2410억원의 증액대출이 이뤄진 것을 적발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증액대출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의 정상채권 중에도 상당수 부실이 숨어있는 셈이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증액대출이 PF대출 부실 규모를 축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증액대출 조사 결과 자료를 요구했지만 권혁세 금감원장은 "추후에 제출하겠다"고만 답했다.

이 의원은 또 "2010년말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2조1000억원에 달한다"며 PF부실이 부동산에 숨어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PF대출이 부실화되자 담보 부동산을 저축은행 보유 부동산 자산으로 뒤바꿔 자산건전성을 높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PF대출이 부실화되면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해 저축은행 자산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가격을 부당하게 매겨 부실을 줄이고 자산을 높이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개월 이상 지연 사업장 42% =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PF대출 자산건전성 분류시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18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PF사업장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면 PF 부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 감사에서도 사업진척도를 반영해 부동산 PF대출 자산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사업인허가가 나지 않은 PF대출의 대부분이 정상으로 관리되는 등 부동산 PF대출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측에 따르면 감사원 검사결과 6개월 이상 인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토지매입을 하지 못하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PF대출 건은 건수 기준으로 60.29%, 18개월 이상 지연 건수는 42.42%에 달한다.

이는 금감원이 '사업진행이 지연되고 있으면서 사업성이 미흡하거나 사업추진이 곤란한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에 해당돼 '악화우려'로 분류한 PF대출 비중 3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업성이 엄격하게 반영할 경우 정상 분류된 PF대출 중 상당부분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금감원과 감사원이 서로 다르게 사업성을 평가한 것과 관련 잠재부실 규모와 BIS비율에 영향 등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수차례 자료를 요구했지만 감사원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하반기 부실 확대 가능성 = 청문회에서는 이밖에도 후순위채 만기도래 문제, 자산관리공사(캠코) 매각 PF채권의 정산 문제 등 하반기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뾰족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당 신 건 의원은 "저축은행이 2006년 발행한 후순위채 만기가 돌아오지만 차환 발행이 어려워 대형 저축은행들도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잔액은 1조3800억원으로 이중 20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문제는 만기 도래 후순위채권에 충당하기 위한 차환발행이 어려워졌다는 것. 부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후순위채 발행 요건을 엄격히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후순위채 만기 문제는 무시하지 못한다"면서도 "앞으로 후순위채 보다 자체 노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원론적으로만 답했다.

조영택 의원은 캠코 매각 PF채권 정산 문제를 제기했다. 캠코는 지난 2008~2010년 세차례에 걸쳐 부실 우려가 있는 PF채권 5조2000억원 규모를 사후 정산방식으로 사들였고, 올해말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장 정상화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저축은행이 되사야 하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캠코에 매각했던 PF채권을 일시에 되사면 저축은행의 부실이 가중되지 않겠느냐"며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 1차분 3320억원의 경우 216억원, 내년 3월 만기도래분 1조2000억원에 대해서는 3500억원의 충당금만 추가로 쌓으면 된다"며 "3차분은 부담이 되지만 시간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PF부실로 인한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선숙 의원은 "청문회는 끝났지만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이제부터"라며 "가능한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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