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분단한국, 다시한번 통일독일에 길을 묻다

지역내일 2011-04-22
주역들의 육성으로 듣는 독일통일 후기

브란덴부르크 비망록

양창석 지음

늘품플러스. 1만8천원

2011년 4월 현재 지구상 유일의 분단 영토인 한반도엔 긴장이 여전하다.

3년 전 보수정권이 들어선 후 균열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남북 간 해빙의 조짐이 보이질 않는 가운데, 북측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고 있는 '재스민 도미노'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에서 통일은 가능한가! 바람직한 통일 방안은 무언가! 통일이 된다면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

30년 째 통일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그 해법을 독일통일에서 찾았다.

'독일통일 주역들의 증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면담한 로타 드메지어 전 동독 총리, 볼프강 티어제 전 독일연방하원 의장, 발터 프리스니츠 전 내독관계성 차관, 뮐러 전 라이프치히 부시장 등 1989년 통독 과정에 관여한 동·서독의 전직 관료, 정치인, 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동독 측 인사들로부터는 89년 9월 라이프치히 칼 마르크스 광장에서 벌어진 월요시위의 확산 등 시민혁명으로 동독이 무너지는 상황을, 서독 측 인사들로부터는 89년 11월 9일 장벽 붕괴 이후 1년이 채 못되는 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되기까지의 과정을 심도 있게 청취, 정리함으로써 통일의 환희 못지않게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와 고통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

예컨대 정치적 결단에 따라 90년 7월 1일 단행된 동·서독 화폐의 1대 1 통합은 동독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등 진통이 컸는데, 이를 단계적 교환으로 속도 조절했다면 진통이 훨씬 덜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등 통독과정에 관여했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 국가수반들의 행적까지 입체적으로 반영했다. 이들은 통독의 국제적 합의의 초석이 된 '2+4회담'의 당사자였다.

소련은 장벽 붕괴 후 한동안 동독의 서독 편입을 반대해오다 미ㆍ소 정상회담과 콜 총리의 설득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다. 이와 관련, 콜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 외교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다. '제6장 독일 통일의 교훈: 우리는 어떻게 통일을 해야 하나?'에 이것이 잘 정리돼 있다.

저자는 천문학적 규모의 통일비용과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서독처럼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도 통일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경제력과 행정역량을 바탕으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평화적 통일에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준비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자결권의 명문화'를 들었다.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 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큰 장애물로 대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를 "대한민국은 자결권을 바탕으로 통일을 지항하며~"로 바꿔 헌법에 자결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독의 경우 기본법 전문에 "전체 독일 민족은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자유로운 자결권 행사를 통해 완성하여야 한다"고 명시, '의도적인 잠정국가'로 행세함으로써 통일을 헌법에 규정된 국가목표를 격상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경제력 강화를 통한 통일비용 준비. 서독은 나름대로 통일 준비를 착실히 해 왔음에도 급작스럽게 다가온 통일 과정에서 과중한 비용부담 때문에 휘청거렸다. 실제로 1990~2010년 통독 및 동족 재건 비용 추정치는 2조 1000억 유로(베를린 자유대ㆍ한델블라트지 공동 추정)로 이 중 52%에 달하는 1조 1000억 유로가 동독의 사회복지수준을 서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투입됐다. 그 어마어마한 통일 비용이 국민 호주머니에서 추가로 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이 서독 수준으로 올라가는데는 20년 이상이 소요됐다. 서독지역 주민들은 세금 폭탄에 불만이 많았고, 동독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동서 격차에 분노했다.

저자는 그렇더라도 "통일 비용 부담 때문에 통일의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통일비용은 결국 북한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제력 제고와 국방비 절감 등 재생산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미리 세대별 부담 배분, 세원의 균형 조정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 외에 국제적 친분과 신뢰 구축 △북한 주민 마음 사로잡기 △남북대화의 끈 유지 △북한에 대한 이해 △분야별 통일 준비 등도 강화되어야 할 사항으로 제시됐다.

저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도 통일은 반드시 온다. 기회가 올 때 그것을 꼭 붙들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며 "이 책이 통일의 종착지로 안내하는 멋진 내비게이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서독 정치인 어느 누구도 통일을 생각지 않았으며 심지어 콜 총리조차 "이렇게 빨리 통일이 될 중 몰랐다"고 했을 정도로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통일 담론을 구체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저자 소개-양창석

1982년 통일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30년 째 통일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통일문제 전문가. 정세분석총괄과장, 대변인, 사회문화교류본부장, 남북출입사무소장, 정세분석실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1일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로 승진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LSE)에 유학 중이던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봤고, 92~94년 주독일대사관 통일연구관, 95년 독일통일연구단단장으로 현지에서 통독 과정과 이후의 실상을 고찰하는 등 실전 경험을 쌓은 바 있다.

윤재석 언론인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