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차이 크고 일반요금보다 비싸
이중가격제로 보험금 누수 우려 … 금융감독원, 표준약관 개정
수도권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냈다. 박씨는 피해자가 자동차 수리기간 동안 B렌트카 업체로부터 중형 승용차인 SM5를 빌려 사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박씨는 보험사로부터 통보받은 자동차 대차료(렌트비)을 보고 놀랐다. 10만원이면 빌릴 수 있는 SM5의 하루 렌트비가 무려 23여만원이나 됐던 것이다. 보험사 측에 따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신통치 않았다. 렌트카 업체가 시도에 신고한 요금 범위 안에서 받기 때문에 그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자동차대여사업자(렌트카 업체)가 자동차 대차료를 과도하게 청구해 보험금 누수가 증가하고 분쟁이 늘면서 자동차보험의 대차료 지급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전체 대물사고 261만건 가운데 대차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93만건으로 73.9%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1.7%p 증가한 수치다. 금액도 1.2%p 상승해 대물사고 보험금 2조1909억원 중 대차료가 무려 2503억원(11.4%)이나 됐다.
이같은 증가 추세는 2007 회계연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 피해자에게 들어간 보험금(비대차료)에 비해서도 대차비는 급증했다.
비대차료가 2007년 478억원에서 2008년 512억원, 2009년 620억원으로 142억원이 늘었다면, 대차료는 690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폭이 무려 5배에 달한다.
비대차와 비교한 대차비 비중도 늘었다. 2007 회계연도에 대차 및 비대차를 합쳐 1671억원 가운데 대차 관련 보험금이 1193억원(71.4%)이었다면, 2008 회계연도에는 1931억원에 1419억원(73.5%), 2009 회계연도는 2503억원에 1883억원(75.2%)이 지급됐다. 대차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비대차를 기피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비대차료가 대차료의 20%에 불과해 피해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청주 대전 전주 등 평균 대차료보다 높아 = 대차료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별 편차가 크고 일반 소비자들이 빌리는 요금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3월 전국 6개 광역시와 4개 주요도시의 대차료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주 대전 청주 등의 대차료가 업계 평균 대차료 32만1609원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대차료는 소형부터 중형 대형 고급형 SUV 승합, 외제차까지 모두 더해서 낸 금액이다. 청주가 44만6618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대전 37만4141원, 전주 35만9552원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부산으로 평균 대차료의 81.2%인 26만1122원이었다. 청주와 대전, 전주의 대차료가 높은 것은 일반 소비자와 자동차 보험사고 피해자에 대한 가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NF소나타의 1일 대차료 기준으로 청주의 S렌트카 업체가 일반 소비자에게 10만원을 받았다면 보험사고는 21만2000원을 받았다. 청주보다는 낮았지만 대전 A렌트카 업체도 보험사고 대차료로 16만원을 받았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렌트카 업체가 렌트비가 자율요금제로 운영되는 것을 악용해 보험사고에 대해 일반 요금보다 2배 이상 높게 청구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과도한 요금에 대해 따지면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며 중소기업을 탄압하고 있다고 강변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가 이중가격 폐해 낳아 =지난해 수도권의 한 렌트카 업체는 대여청구서를 보험사에 보내자마자 바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그 건수만 5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대차료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부상하자,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에 나섰다. 금감원은 현금 보상 외에 보험사가 렌트차량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대차료 지급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을 개선중이다.
약관상에 대차료 지급기준은 1980년대만해도 대여자동차 요금의 70%만 인정했으나 1996년 8월부터 80% 상당액으로 올라가더니, 2003년 1월에는 대여자동차 요금으로 바뀌었다. 동종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2004년 8월부터 사업용 해당차종 휴차료 일람표 범위내에서 실임차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더해지면서 일반 소비자와 보험사고를 구분해 요금을 책정하는 행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2005년 12월 전에는 자동차대여사업을 하려면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거나 등록을 해야 했다. 대여요금도 반드시 인가를 받거나 신고를 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12월부터 시도지사에게 등록하거나 요금 및 보증금 수수 등을 포함한 대여약관을 신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렌트카 업체의 자율경쟁을 유도해 대여요금을 낮추겠다는 것이 규제완화의 이유였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앙부처에서 시도지사로 관리 감독권이 이관되자, 턱없이 높은 대여요금을 신고해 놓고 일반 소비자한테는 30%∼50% 할인한 요금을 받고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신고 금액을 그대로 받는 이중가격이 횡행하고 있다.
결국 이중가격으로 인한 과도한 대차료는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물론 일부 렌트카 업체에 국한된 현상이기는 하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대여사업이 신고제로 바뀌면서 렌트비용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없지만, 시도지사가 권한을 활용하면 이중가격으로 인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비대차료 현실화 등 지급기준 개선 = 금감원은 이미 대차료 지급기준과 관련해 '대차에 소요되는 필요 타당한 비용으로 되어 있던 것을 피해 차량과 동종의 차량을 임차하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으로 표준약관을 바꿨다. 여기서 말하는 통상의 비용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 렌트업체의 대차료를 말한다.
금감원은 금호렌트카 가격 수준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적용할 경우, 2009 회계연도 대차료 중 336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차를 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불만의 온상이었던 비대차료를 대차료의 20%에서 30%로 10%p 상향 조정했다. 비대차료가 현실화되면 늘어나고 있는 대차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제차의 경우, 희소차량이면 동급의 국산차로 대여할 수 있는 방안도 표준약관에담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차료 지급기준 개선사항을 표준약관에 반영했지만, 중요한 규제가 아니라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아니"라며 "준비를 거쳐 6월부터 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이중가격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 우려는 상당히 불식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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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가격제로 보험금 누수 우려 … 금융감독원, 표준약관 개정
수도권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냈다. 박씨는 피해자가 자동차 수리기간 동안 B렌트카 업체로부터 중형 승용차인 SM5를 빌려 사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박씨는 보험사로부터 통보받은 자동차 대차료(렌트비)을 보고 놀랐다. 10만원이면 빌릴 수 있는 SM5의 하루 렌트비가 무려 23여만원이나 됐던 것이다. 보험사 측에 따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신통치 않았다. 렌트카 업체가 시도에 신고한 요금 범위 안에서 받기 때문에 그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자동차대여사업자(렌트카 업체)가 자동차 대차료를 과도하게 청구해 보험금 누수가 증가하고 분쟁이 늘면서 자동차보험의 대차료 지급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전체 대물사고 261만건 가운데 대차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93만건으로 73.9%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1.7%p 증가한 수치다. 금액도 1.2%p 상승해 대물사고 보험금 2조1909억원 중 대차료가 무려 2503억원(11.4%)이나 됐다.
이같은 증가 추세는 2007 회계연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 피해자에게 들어간 보험금(비대차료)에 비해서도 대차비는 급증했다.
비대차료가 2007년 478억원에서 2008년 512억원, 2009년 620억원으로 142억원이 늘었다면, 대차료는 690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폭이 무려 5배에 달한다.
비대차와 비교한 대차비 비중도 늘었다. 2007 회계연도에 대차 및 비대차를 합쳐 1671억원 가운데 대차 관련 보험금이 1193억원(71.4%)이었다면, 2008 회계연도에는 1931억원에 1419억원(73.5%), 2009 회계연도는 2503억원에 1883억원(75.2%)이 지급됐다. 대차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비대차를 기피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비대차료가 대차료의 20%에 불과해 피해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청주 대전 전주 등 평균 대차료보다 높아 = 대차료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별 편차가 크고 일반 소비자들이 빌리는 요금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3월 전국 6개 광역시와 4개 주요도시의 대차료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주 대전 청주 등의 대차료가 업계 평균 대차료 32만1609원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대차료는 소형부터 중형 대형 고급형 SUV 승합, 외제차까지 모두 더해서 낸 금액이다. 청주가 44만6618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대전 37만4141원, 전주 35만9552원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부산으로 평균 대차료의 81.2%인 26만1122원이었다. 청주와 대전, 전주의 대차료가 높은 것은 일반 소비자와 자동차 보험사고 피해자에 대한 가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NF소나타의 1일 대차료 기준으로 청주의 S렌트카 업체가 일반 소비자에게 10만원을 받았다면 보험사고는 21만2000원을 받았다. 청주보다는 낮았지만 대전 A렌트카 업체도 보험사고 대차료로 16만원을 받았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렌트카 업체가 렌트비가 자율요금제로 운영되는 것을 악용해 보험사고에 대해 일반 요금보다 2배 이상 높게 청구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과도한 요금에 대해 따지면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며 중소기업을 탄압하고 있다고 강변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가 이중가격 폐해 낳아 =지난해 수도권의 한 렌트카 업체는 대여청구서를 보험사에 보내자마자 바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그 건수만 5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대차료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부상하자,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에 나섰다. 금감원은 현금 보상 외에 보험사가 렌트차량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대차료 지급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을 개선중이다.
약관상에 대차료 지급기준은 1980년대만해도 대여자동차 요금의 70%만 인정했으나 1996년 8월부터 80% 상당액으로 올라가더니, 2003년 1월에는 대여자동차 요금으로 바뀌었다. 동종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2004년 8월부터 사업용 해당차종 휴차료 일람표 범위내에서 실임차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더해지면서 일반 소비자와 보험사고를 구분해 요금을 책정하는 행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2005년 12월 전에는 자동차대여사업을 하려면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거나 등록을 해야 했다. 대여요금도 반드시 인가를 받거나 신고를 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12월부터 시도지사에게 등록하거나 요금 및 보증금 수수 등을 포함한 대여약관을 신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렌트카 업체의 자율경쟁을 유도해 대여요금을 낮추겠다는 것이 규제완화의 이유였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앙부처에서 시도지사로 관리 감독권이 이관되자, 턱없이 높은 대여요금을 신고해 놓고 일반 소비자한테는 30%∼50% 할인한 요금을 받고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신고 금액을 그대로 받는 이중가격이 횡행하고 있다.
결국 이중가격으로 인한 과도한 대차료는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물론 일부 렌트카 업체에 국한된 현상이기는 하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대여사업이 신고제로 바뀌면서 렌트비용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없지만, 시도지사가 권한을 활용하면 이중가격으로 인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비대차료 현실화 등 지급기준 개선 = 금감원은 이미 대차료 지급기준과 관련해 '대차에 소요되는 필요 타당한 비용으로 되어 있던 것을 피해 차량과 동종의 차량을 임차하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으로 표준약관을 바꿨다. 여기서 말하는 통상의 비용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 렌트업체의 대차료를 말한다.
금감원은 금호렌트카 가격 수준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적용할 경우, 2009 회계연도 대차료 중 336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차를 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불만의 온상이었던 비대차료를 대차료의 20%에서 30%로 10%p 상향 조정했다. 비대차료가 현실화되면 늘어나고 있는 대차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제차의 경우, 희소차량이면 동급의 국산차로 대여할 수 있는 방안도 표준약관에담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차료 지급기준 개선사항을 표준약관에 반영했지만, 중요한 규제가 아니라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아니"라며 "준비를 거쳐 6월부터 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이중가격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 우려는 상당히 불식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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