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현장위주 지적장애인 복지서비스
숲속 치유교실 운영 … '세움카페'서 사회경험
"이게 뭐야? 나팔꽃! 목련! 많이 아네요. 그런데 이 꽃은 햇빛을 좋아하는 봄맞이꽃이에요." "이것은 사랑(♥)이 달렸네. 냉이라고 하는데 하나씩 줄게 모두 '사랑해요'라고 해보세요."
지난 2일 오후 3시 도봉구 창4동 주공4단지 뒤 초안산 근린공원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지적장애인 18명과 교사들은 숲속에서 숲체험리더(해설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산만하기도 했지만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천진난만했다.
◆주변환경 적응하는 산교육장 = 혼자 숲길을 걸어가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가자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리가 불편한 아이는 교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걷다가 나무그늘에서 쉬기도 한다.
숲속에서 보는 식물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대상이다. 낯선 환경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배우는 산교육장이다.
이날 도봉구가 마련한 '숲속 치유교실'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주바라기 해피홈' 소속 학생들이다. 이들은 숲해설가와 자원봉사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초안산에 있는 야생식물들을 만지고 냄새 맡고 보면서 자연을 즐겼다.
숲체험리더 노영근씨는 "숲에서 신선한 공기를 맡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장애 학생들이 좋아한다"며 "반복되는 숲속 체험을 통해 자폐증상을 치유하고, 폭력성도 완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숲속 치유교실은 도봉구가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첫째 월요일마다 한번에 두시간 정도 진행한다. 지난달 13일에는 숲해설가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중랑천변 텃밭에 상추와 쑥갓을 심었다.
유선미 주바라기해피홈 팀장은 "지적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도봉구에 감사하며 자주 이런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사회에 빨리 적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생활 배우는 일터 = 숲속 치유교실 뿐만 아니다. 도봉구가 마련한 지적장애인 복지정책 중에는 '장애인교육 네트워크사업'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이 경제적 자립과 사회생활 능력을 기르기 위해 만든 사업이다. 지난 3월 개업한 도봉구 마을기업 1호 '세움카페'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카페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커피도 내리며, 쿠키를 굽는다. 또 서비스를 하기 위한 교육도 받는다.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소양을 배우며 지역사회와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는 소통공간이 되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세움카페'에는 5명의 지적장애인이 하루 4시간, 월 78시간 시급 4500원을 받으며 일한다. 이들은 카페에서 일하기 위해 3년간 교육을 받았다. 처음 1년 동안은 사회적응 교육을 받고, 2년간은 각자 잘할 수 있는 일 한가지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커피 내리는 방법, 설거지 연습, 유리창 닦이, 서빙 등이다.
세움카페 강미경 매니저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어 했지만 조금씩 일터 개념을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2년 정도 적응훈련을 거치면 독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우두레비전학교학부모회 회원인 윤경희 세움카페 대표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카페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복지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가르쳐준 결과"라고 말했다.
지금도 도봉 서원종합사회복지관에는 제2의, 제3의 '세움카페'를 꿈꾸며 판매실습 중인 지적장애인들이 있다.
구는 또 지적장애인 복지정책으로 성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교육하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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