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숭실대 교수 환경화학공학과
세계적으로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온의 상승폭은 세계 평균의 두 배(지난 100년간 세계 0.74℃상승, 국내 1.7℃상승)나 된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열대과일 재배가 가능해졌고, 연안에서는 아열대 어종이 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50년 무렵에는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아열대기후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수돗물과 기후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 생수와 정수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몇년째 제자리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생수 소비량은 약 28억5857ℓ로 500㎖ 생수병으로 따지면 약 57억병이다. 1인당 100병을 웃돈다.
500㎖ 생수 한병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11gdlek. 생수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63만2700탄소톤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3%에 해당되며, 이 정도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8667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럼 생수를 먹지 말고 수돗물을 정수해서 먹으면 어떨까? 정수기 사용은 심각한 물 낭비를 초래한다. 역삼투압방식 정수기의 경우, 수돗물의 약 70%가 그냥 버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수기 한대가 하루 30ℓ의 수돗물을 낭비하는 셈이다.
미국 프랑스의 수돗물 음용률 70%
국내에 보급된 정수기 총량인 250만대로 따져보면, 매일 버려지는 수돗물은 약 7만5000톤, 정수기 사용 전력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연간 85만5360탄소톤이다.
생수와 정수기 물을 안전 때문에 마신다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로 그럴까. 지난해 환경부가 생수 제조업체 84곳을 점검해 본 결과, 15곳(18%)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기 또한, 2009년 모 방송사에서 여러 학교의 정수기 52대의 수질을 의뢰해서 검사한 결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27대의 정수기 물이 음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어떤 정수기에서는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돗물 음용율은 45%다. 미국과 프랑스의 수돗물 음용률 70%에 비하면 무척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음용율이 높은 많은 선진국의 환경단체나 지자체에서는 수돗물 마시기 캠페인을 적극 펼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들이 수돗물 마시기를 꺼려하는 주된 이유는 물탱크나 수도관 등에 대한 막연한 불신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수돗물은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노후 수도관을 꾸준히 바꾸고 있고, 대형건물의 내부 급수시설도 주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진다. 단독 주택 또한 가까운 시군구청에 의뢰하면, 수도관 상태나 수돗물의 상태를 무료로 점검해준다.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은 선진국 수준
생수나 정수기 대신, 수돗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구매비용을 절약하면서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수도요금은 세계 평균의 77%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수돗물의 수질 수준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수돗물은 깨끗하고 안전하다.
마음 놓고 마시자. 하물며, 수돗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지구 살리기에 작으나마 동참할 수 있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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