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금융감독원] 금감원 신뢰상실엔 청와대도 한몫했다

지역내일 2011-05-09 (수정 2011-05-09 오후 1:14:33)
총리실 TF서 근본 개혁안 내놓을지 주목 … '금감원 때리기' 그쳐선 곤란

정부가 금융감독원 개혁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나서면서 어떤 혁신 방안을 내놓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TF는 민관합동으로 구성돼 금감원의 권한, 조직형태, 내부감찰, 퇴직자 취업 등 논란이 됐던 문제들에 대해 백지상태에서부터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부실 감독의 원인을 금감원만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데다 현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금융감독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금감원 때기리'를 통해 희생양을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미룬 정부도 책임= 정부가 총리실 산하에 금감원 개혁 TF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금감원 쇄신작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의 금감원 방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금감원 간부 40여명을 모아놓고 "국민 전체에 주는 분노보다 내가 분노를 더 느껴 직접 방문했다"며 "신용을 감독하는 기관이 신용이 추락하면 중대한 위기"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또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외부로부터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신뢰 상실에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면서 강정원 전 행장의 운전수까지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한 반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차이가 금감원 출신 감사와의 직원들의 유착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윗선'의 개입이 없었다면 금감원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등을 비롯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도 실행하지 않은 이유가 G20 정상회의 등을 이유로 청와대가 막았기 때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까지 투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감원장 등은 당시 청문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저축은행을 문 닫게 할 수는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금감원 내에서는 정치적 판단이었든, 정책적 고려였든 금융감독 고위층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상황에서 일선 검사반이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의 부실과 불법행위를 들춰낼 수 있었겠느냐는 항변이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정부도 저축은행 부실을 알고도 '고해성사'를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미뤄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며 "금감원 직원 비리를 근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감독업무가 정치나 권력에 휘둘리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확대된 인사개입 = 사실 금융감독 업무가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지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감독 업무의 중립성이 더 훼손돼 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하면서 기존 금융감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 기능과 함께 금융정책까지 관장하도록 했다.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되면서 금감원이 실무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감독업무는 정책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오히려 금융위가 비대해지면서 정책적 판단이나 정치적 고려가 감독업무에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저축은행 사태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따른 위험을 독립적으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 인사에 대한 개입도 더 심해졌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는 임원자리까지만 청와대에서 신경을 썼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는 주요 국장자리까지도 위선의 눈치를 보게 됐다"며 "인사철만 되면 업무보다는 외부에 선대는 데 더 공을 기울이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권 실세들에 의한 인사 개입이 심해지면서 감독업무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의사 면허 있는지부터" = 이 때문에 금감원의 감독권을 한은이나 예보와 나눈다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나 예보는 독립적으로 검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감독부실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가혹한 면이 있다"면서도 "금감원도 통합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권역별 이기주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등 조직 내 문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정부는 금감원 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재취업 문제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회사 감사로 나가기 위해 검사를 느슨하게 해주고, 감사로 나가서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관행이 감독 부실을 불러왔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재취업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은 지엽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금감원 인사들의 재취업을 막는다고 감독 부실 문제가 해소되겠느냐"며 "오히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금융회사 감사로 가도록 하고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감독 부실 뿐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범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가 이렇게 커진 데에는 자기 임기 중에는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규제관용' 행태가 한 원인이 됐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 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현 금융감독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감행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 금융계 고위인사는 "금감원 직원이 금품을 받고 감독을 부실하게 한 것은 백번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수술을 하겠다는 의사들이 면허는 갖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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