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① 빚의 늪에 빠진 사람들

지역내일 2011-05-09 (수정 2011-05-09 오후 1:03:35)
"신용불량자가 아니라 금융피해자"

저신용자 800만명 육박 … 저임금·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빚 갚기 요원

# 지난 3월 전북 전주에서 생활고에 비관한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승용차 안에서 연탄을 피워 자살한 방 모(35)씨 옆에는 "빚 때문에 괴롭다. 교통사고 합의금을 내지 못해 고통스럽다"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당시 방씨는 파산절차를 밟고 있던 중이었으며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 합의금 등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음의 길을 택했다. 경찰은 개인파산 절차를 밟던 방씨가 생활고와 검찰 조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밝혔다.




빚에 허덕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 돌려막기와 사채 등으로 연명하다 추심의 고통 속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이 계속되는 것이다. 생활고와 금융 채무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차갑고 따갑기만 하다.

신용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신용등급 7~10등급에 불과한 저신용자들이 8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인구의 20%가 낮은 신용 등으로 금융 채무 감당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생활고를 비관한 나머지 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염세·비관이 33.5%(4115명)로 가장 많았고, 병고 17.8%(2185명), 정신이상 9.1%(1119명), 낙망 6.9%(85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빈곤과 사업실패도 각각 3.9%(480명)와 3.6%(453명)로 집계됐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자살이 이어지는 이유는 빚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혜경 금융피해자연대 활동가는 "IMF 이후 자영업자들은 망하고, 원래 돈이 없었던 사람은 계속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IMF 이전에는 사업 재기에 성공하거나 일자리를 찾기가 비교적 쉬워 빚을 갚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일용직이나 식당을 전전할 수밖에 없고 그것만으로는 생계유지조차 힘들어 끝없는 빚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생계유지도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카드빚이나 사채 등을 끌어다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 빚을 갚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최근 펴낸 이슈리포트에서 개별가구들이 기본적인 가계생활 유지를 하는 데 소비의 6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소비 내역을 살펴보면 음식·숙박 13.16%, 교육 12.45%, 식료품 12.26%, 교통 11.98%, 주거 9.36% 순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은 "교육·주거·의료·교통·통신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과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공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모두 개별가계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것이 지금의 가계부채와 민생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구조적으로 자리잡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한번 빚을 진 사람이 빚을 갚아나가기가 버거운 상황이지만 사회는 이들을 '도덕적 해이자'나 '경제적 무능력자'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이혜경 활동가는 "저신용자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은 금융채무가 순전히 개인의 잘못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데 원인이 있는 것"이라며 "이들을 단순히 신용불량자로 볼 것이 아니라 '금융피해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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