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안방에서 '패배' … "집토끼 잡아야" 인식 작용한 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청와대가 "이제는 전투태세"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펀치였다. '원칙과 신뢰'를 언급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봤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조차 당황했을 정도였다.
'현재권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수도권 민심과도 괴리가 있는 발언은 분명 박 전 대표로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박 전 대표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강공을 선택했다. 배경엔 '원칙과 신뢰'라는 박 전 대표의 상징을 강화시키는 한편 영남발 여당견제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선 수도권이라는 '산토끼' 보다 영남이라는 '집토끼'를 먼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안방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자신이 공천한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지역구에서 살다시피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다. 당시 대구지역에서는 '박근혜 피로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부산경남은 더했다. 아예 경남지사는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돌아갔고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4.6%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인 영남라인이 전체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불붙으면서 '여당견제론'은 더 강해졌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안부근연구소 4월 정례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대구경북의 응답률은 31.6%에 달했다. 3월 조사(16.3%)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엔 더했다. 3월 조사에서 여당(47.3%)과 야당(35.6%) 사이의 격차는 두 자리 수였지만 4월 조사(여당 39.8%, 야당 40.8%)에선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역전됐다. 그만큼 '반MB-반한나라' 정서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에서는 '어게인(Again) 1996'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15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 대패하고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이 약진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대구경북에서 1996년 자민련처럼 한나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당 견제론이 더 확산될 경우 '반MB 친박' 구도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남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반감이 강해지면 박 전 대표에게도 악재"라며 "신뢰 이미지의 구축과 영남권의 불만 해소가 이번 발언의 강도를 조절한 기저"라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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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청와대가 "이제는 전투태세"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펀치였다. '원칙과 신뢰'를 언급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봤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조차 당황했을 정도였다.
'현재권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수도권 민심과도 괴리가 있는 발언은 분명 박 전 대표로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박 전 대표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강공을 선택했다. 배경엔 '원칙과 신뢰'라는 박 전 대표의 상징을 강화시키는 한편 영남발 여당견제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선 수도권이라는 '산토끼' 보다 영남이라는 '집토끼'를 먼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안방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자신이 공천한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지역구에서 살다시피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다. 당시 대구지역에서는 '박근혜 피로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부산경남은 더했다. 아예 경남지사는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돌아갔고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4.6%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인 영남라인이 전체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불붙으면서 '여당견제론'은 더 강해졌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안부근연구소 4월 정례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대구경북의 응답률은 31.6%에 달했다. 3월 조사(16.3%)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엔 더했다. 3월 조사에서 여당(47.3%)과 야당(35.6%) 사이의 격차는 두 자리 수였지만 4월 조사(여당 39.8%, 야당 40.8%)에선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역전됐다. 그만큼 '반MB-반한나라' 정서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에서는 '어게인(Again) 1996'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15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 대패하고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이 약진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대구경북에서 1996년 자민련처럼 한나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당 견제론이 더 확산될 경우 '반MB 친박' 구도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남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반감이 강해지면 박 전 대표에게도 악재"라며 "신뢰 이미지의 구축과 영남권의 불만 해소가 이번 발언의 강도를 조절한 기저"라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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