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공모가, 결국 거품이었나

지역내일 2011-05-12
삼성 대한생명 10% 떨어져 … 동양은 25% 하락
평가보다 높았던게 문제 … 향후 전망도 엇갈려

9만8200원, 삼성생명의 11일 종가다. 12일로 삼성생명이 상장된지 1년이 됐다. 자본조달 창구 다양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 소비자에게 싼 보험상품 공급 등의 기대 효과는 차지하고라도, 20년 논란 끝에 상장한 보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해 5월 12일 상장시 공모가 11만원과 비교하면 10.8%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 1년 동안 삼성생명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 기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종가 기준 최고가도 상장 다음날 기록한 11만5500원이 최대였다. 공모가보다 5% 정도 높았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10위 안에 들었던 시가 총액(19조6400억원)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3월 17일 상장한 대한생명도 공모가를 밑돌기는 마찬가지다. 8200원에 상장한 대한생명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으로 7430원에 불과하다. 공모가 대비 9.4% 떨어진 가격이다. 이보다 앞서 상장한 동양생명도 11일 종가 기준 주가가 12만7000원이다. 공모가(1만7000원)에 비해 무려 25.3%나 하락한 가격이다. 상장 생명보험사 3사의 주가는 코스피 지수가 2000를 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생보사 실적은 좋지만, 주가는 저평가? = 생보사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가의 버팀목인 생보사의 실적이 안좋은 것도 아니다. 삼성생명은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당기순이익이 2009년보다 113.4% 증가한 1조9335억원에 달했다.

대한생명과 동양생명 역시, 당기순이익이 각각 15.1%, 54.8% 늘어나 4813억원과 1626억원을 기록했다. 연금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최근 실적도 호조세다. 삼성생명은 지난 3월 신계약 영업실적이 월납초회보험료 기준으로 28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월 평균 230억원과 비교하면 20% 이상 신장된 실적이다. 대한생명도 지난 1월 173억원의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2∼3월에도 각각 175억원과 17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말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다. 동양생명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실적이 좋고 향후 은퇴시장의 성장성을 볼 때, 성장성이 좋은데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 전문 애널리스트가 별로 없고 생보사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공모가 높았다고 판단 =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공모가가 시장의 평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공모가는 아무래도 해당 회사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회사가 제출한 유가증권 신고서를 수리한다고 하지만, 턱없이 높은 가격이 아니라면 이를 반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의 채권 문제가 얽혀 있었다. 서울보증보험 등의 14곳 삼성차 채권단은 1999년 8월 2조4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받고 2000년 12월말까지 이 주식을 처분한 대금을 받기로 삼성 계열사 등과 합의했다. 주식 매각대금이 2조4500억원(주당 7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삼성생명 주식을 50만주까지 추가로 받는 조건도 달았다.

채무이행 위약금 문제로 삼성차 채권단과 삼성 계열사가 지난 2월 상고를 제기했지만, 2조4500억원에 달했던 원금은 삼성생명이 주당 11만원(액면가 500원 기준, 5000원 환산시 110만원)에 상장되면서 해소됐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도 높은 공모가가 싫지 않은 구조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삼성생명 측은 공모가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기자본과 보유계약의 미래가치 등을 더한 내재가치(EV Embedded Value)로 평가하면 EV가 21조원이나 돼 현 시가총액 19조6400억원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

그러나 금융당국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험 관련 연구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모두 시장의 평가보다 공모가가 높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맴돈다는 것은 시장 가격과 맞지 않다는 것인데, 상장 생보사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교보증권 관계자도 "생보사의 공모가가 일정 범위 안에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한쪽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며 "삼성과 동양생명은 파는 쪽, 대한생명은 사는 쪽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험업 성장성 평가에 따라 주가 전망 달라 = 향후 주가 전망도 엇갈린다. 생보사와 증권사는 낙관적인 반면, 금융당국과 보험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생보사들은 견조한 이익흐름과 크게 신장된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은퇴시장이 연간 1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수입보험료 성장률도 7%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굳이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도 1-2년 지나면 시장이 제대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생보사 실적과 기업가치가 따로 움직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생보사를 평가할 때, 손익과 수입보험료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생보사는 자본증가나 월납초회보험료를 같이 봐야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다"며 "결국 이런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 저평가되어 있는 생보사 주식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보사 주가에 대해 검토 보고서까지 만들었던 금융당국은 아무리 실적이 좋아져도, 보험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자금시장에서 보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아직도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며 "금융권에서 보험업이 괜찮은 업종으로 평가받고 사회보장 기능을 충분히 해내면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연구원도 보험업의 성장세가 꺾여 주가의 장기 전망이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생보사들은 고령화에 따라 연금상품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득이 같이 늘지 않으면 기대할 수 없다"며 "생보 상품은 인구구조와 소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우리나라 상황으로 봐서는 성장세가 꺾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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