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한나라당 실정에 배신감 컸다"
물가상승, 전세대란에 대한 반감 커 … "당선자, 신뢰받는 정치인 돼 달라"
최근 한나라당과 여권에 불고 있는 쇄신바람의 진원지는 지난 4·27재보선 결과다. 특히 분당에서의 패배는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과 맞물리면서 여권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분당을 선거결과를 두고 '분당대란'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진단되고 있다. 30, 40대 화이트칼라층의 직장인을 의미하는 '넥타이부대'의 반란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왠지 부족한 느낌이다. 숨겨진 반란표는 더 있다.
바로 30, 40대 젊은 주부들을 의미하는 '앞치마부대'다. 자녀교육에만 올인하는 부유한 '분당아줌마'라는 통념을 깨고, 적극적인 투표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줬다. 실제로 선거가 끝난 직후 시사저널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부들은 강재섭 후보(46.6%)보다 손학규 후보(48.5%)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선거기간 중에 지지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계층이 화이트칼라(13.1%)와 주부(11.6%)였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눈에 보이는 분당을 지역 투표결과 내일신문
분당 지역 주부들이 정치권에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봤다.
◆"아이 업고 나온 주부들 많이 봤다" = 투표가 끝난 뒤 만난 분당 주부들은 손 대표의 승리라기보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컸다고 입을 모았다.
구미동에 사는 채희란(46세)씨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대란도 그렇고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했다"면서 "손학규가 좋아서 찍었다기 보다는 한나라당 실정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에 따른 반대급부로 당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자동에 사는 송승은(43세)씨는 "집값하락과 물가상승 등 현실문제에 대한 실망으로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고, 같은 지역의 정혜정(39세)씨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거라는 기대가 컸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서민들 삶은 예전보다 더 녹록치 못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한 맨파워 집단에 대해서도 넥타이부대와 함께 주부들의 파워가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자동에 사는 정혜정(39세) 박현미(40세)씨 등 많은 주부들이 이번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파워집단으로 30~40대 젊은 주부들과 회사원(남편)들을 꼽았다.
구미동에 사는 양수연 (40세)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선거 당일 분위기를 소개했다.
양씨는 "나는 점심때 투표하러 갔었는데, 그 시간에 아이를 업고 나온 주부 유권자들이 많았다. 예전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부동산·교육문제, 피로감 줄여줬으면…" = 정치권을 향한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
정자3동에 사는 김현정(47세)씨는 "강남좌파, 분당우파라는 신조어에도 반감이 있다"며 "텃밭, 지역 불문하고 앞으로는 '누가 봐도 안 될 인물, 일 못하는 정권은 발붙이기 힘들다'는 민심을 꼭 알고 정신 차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선자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임기가 1년 정도 밖에 안 되고, 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선거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금과는 다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정자3동 허인영(57세)씨는 "싸움질 하지 말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정치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고, 정자2동 김해영(43세)씨는 "공약이 실현될지 의문이지만 여당을 잘 견제해서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밖에도 지역현안인 리모델링 관련 공약과 교육, 집값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자2동의 정혜령(44세)씨는 "민주당 대표로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컸기에 분당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큰 기대는 없다"면서도 "다만 주부 입장에서 부동산 문제와 교육 문제에 대한 피로감을 없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당 = 서희영 박신영 이세라 권미영 오은정 주부리포터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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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전세대란에 대한 반감 커 … "당선자, 신뢰받는 정치인 돼 달라"
최근 한나라당과 여권에 불고 있는 쇄신바람의 진원지는 지난 4·27재보선 결과다. 특히 분당에서의 패배는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과 맞물리면서 여권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분당을 선거결과를 두고 '분당대란'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진단되고 있다. 30, 40대 화이트칼라층의 직장인을 의미하는 '넥타이부대'의 반란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왠지 부족한 느낌이다. 숨겨진 반란표는 더 있다.
바로 30, 40대 젊은 주부들을 의미하는 '앞치마부대'다. 자녀교육에만 올인하는 부유한 '분당아줌마'라는 통념을 깨고, 적극적인 투표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줬다. 실제로 선거가 끝난 직후 시사저널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부들은 강재섭 후보(46.6%)보다 손학규 후보(48.5%)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선거기간 중에 지지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계층이 화이트칼라(13.1%)와 주부(11.6%)였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눈에 보이는 분당을 지역 투표결과 내일신문
분당 지역 주부들이 정치권에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봤다.
◆"아이 업고 나온 주부들 많이 봤다" = 투표가 끝난 뒤 만난 분당 주부들은 손 대표의 승리라기보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컸다고 입을 모았다.
구미동에 사는 채희란(46세)씨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대란도 그렇고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했다"면서 "손학규가 좋아서 찍었다기 보다는 한나라당 실정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에 따른 반대급부로 당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자동에 사는 송승은(43세)씨는 "집값하락과 물가상승 등 현실문제에 대한 실망으로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고, 같은 지역의 정혜정(39세)씨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거라는 기대가 컸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서민들 삶은 예전보다 더 녹록치 못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한 맨파워 집단에 대해서도 넥타이부대와 함께 주부들의 파워가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자동에 사는 정혜정(39세) 박현미(40세)씨 등 많은 주부들이 이번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파워집단으로 30~40대 젊은 주부들과 회사원(남편)들을 꼽았다.
구미동에 사는 양수연 (40세)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선거 당일 분위기를 소개했다.
양씨는 "나는 점심때 투표하러 갔었는데, 그 시간에 아이를 업고 나온 주부 유권자들이 많았다. 예전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부동산·교육문제, 피로감 줄여줬으면…" = 정치권을 향한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
정자3동에 사는 김현정(47세)씨는 "강남좌파, 분당우파라는 신조어에도 반감이 있다"며 "텃밭, 지역 불문하고 앞으로는 '누가 봐도 안 될 인물, 일 못하는 정권은 발붙이기 힘들다'는 민심을 꼭 알고 정신 차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선자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임기가 1년 정도 밖에 안 되고, 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선거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금과는 다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정자3동 허인영(57세)씨는 "싸움질 하지 말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정치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고, 정자2동 김해영(43세)씨는 "공약이 실현될지 의문이지만 여당을 잘 견제해서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밖에도 지역현안인 리모델링 관련 공약과 교육, 집값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자2동의 정혜령(44세)씨는 "민주당 대표로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컸기에 분당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큰 기대는 없다"면서도 "다만 주부 입장에서 부동산 문제와 교육 문제에 대한 피로감을 없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당 = 서희영 박신영 이세라 권미영 오은정 주부리포터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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