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 방사성 요오드 잡는 활성탄 필터 안써
민간 측정치보다 6배 낮게 검출
정부가 방사능 필터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측정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대로 된 측정값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간 측정 요오드 농도, 정부발표 6배 = 울진의 민간기구가 측정한 방사성 요오드의 농도가 정부 발표량보다 최대 6.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울진 읍내에 위치한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는 지난 3월 30일부터 자체 방사능 측정장비로 지역의 방사성 요오드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4월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검출량이 최소1.086밀리베크렐(mBq/㎥)에서 최대 1.710mBq/㎥까지 나왔다. 같은 기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전국 방사능 측정소 12곳에서 측정하고 있는 평균치는 0.237~0.423mBq/㎥를 기록했다. 1일의 경우 KINS 측정 평균치가 0.257을 기록한 반면 센터의 검출량은 1.710을 기록, KINS보다 6.6배 많게 나왔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는 2003년부터 울진군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울진원전도 쓰는 필터, KINS는 안쓴다? = 이같은 차이는 KINS와 센터가 사용한 필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쪽 모두 하루 측정시간은 24시간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센터가 유리섬유여과지로 된 대기부유진 필터(종이필터)와 활성탄 필터(차콜필터)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해 측정한 반면 KINS는 종이필터 하나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필터는 특성이 달라 보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차콜필터는 기체상태의 방사성 요오드 검출 성능이 뛰어난 반면 다른 핵종은 잘 검출되지 않는다. 종이필터는 요오드 외에 세슘 등 여러 핵종을 두루 측정할 수 있지만 요오드 검출능력이 차콜필터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울진원전의 한 관계자는 "정밀한 측정을 위해 두 필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NS "한 장만 써도 문제없다" =

그러나 KINS 측은 종이필터만 써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의 세계 80개 방사성 물질 관측소도 종이필터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날 KINS 관계자는 "방사성요오드는 생성 이후 주위의 에어로졸과 반응·흡착돼 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며 "(종이필터로도) 포집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센터 측은 "종이필터와 차콜을 함께 사용했을 때 종이필터에서 검출된 요오드 농도가 차콜의 30% 수준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종이필터만을 사용한 방사능 측정방식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문제제기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프랑스 방사선연구위원회(CRIID)는 "미세입자 여과기로 채취한 공기 시료는 기체 형태의 요오드를 포집할 수 없다"면서 "이런 계산은 공기 중 실제 방사성물질량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활성탄 여과기로 기체를 채취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차콜필터로 측정해놓고 은폐" "아직 안 썼다" = 한편 정부가 차콜필터를 사용한 요오드 측정값을 갖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는 이날 보도에서 KINS가 지난 28일 전국 방사능 측정소에 차콜필터를 지급하고 일주일간 방사능 포집을 지시했지만 측정값을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INS는 "필터를 보내주긴 했지만 쓰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KINS 관계자는 "일본의 상황이 진정되고 전 세계에 방사성 물질이 감소하는 단계에 가면 활성탄 필터로 바꿔서 측정하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며 "물건만 보내놓고 언제 쓰라는 얘기는 아직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방사능 측정값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활성탄 필터 추가·측정장비 확충· 정보 투명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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