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법무사 소액소송 대리허용 논란 ①

지역내일 2011-04-11 (수정 2011-04-11 오후 1:18:54)
'나홀로 소송'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변호사업계 반발로 법사위 차원 공청회 한번 못 열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나 각 상임위에서 발의되고 통과된 법률안은 본회의에 앞서 반드시 법사위의 '법안 체계와 자구(字句) 심사'를 거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향력이 너무 막강하다는 의미에서 법사위를 지칭하는 별칭도 있다.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전'이나 '상원'이라는 표현부터, 법사위만 가면 법안이 발목 잡혀 시간만 끌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법사위 포비아(공포증)'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중 잣대에 실망한 국민들 = 물론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현재의 법사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엄격한 잣대가 모든 법률에 똑같이 적용된다면 그나마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법조 3륜'이라 불리는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대목에선 율사출신 법사위원들이 대부분 한 목소리로 '친정'편을 들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들었던 상법 개정안의 '준법지원인 제도'와 성실신고확인제(세무검증제) 관련 법안, 사법개혁특위의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율사출신들의 이해관계에 반하기 때문에 법사위에 오랫동안 발목이 묶여 있는 법들도 있다. 법무사에게도 소액소송대리(변론)권을 허용해 주자는 '법무사법 개정안'과 특허 관련 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 소송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한 '변리사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법사위에 수년째 발이 묶였다.

오죽하면 7선 의원으로 오랫동안 법사위원을 지낸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법사위에 변호사 출신을 과반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5년째 방치된 법안, 도대체 왜? = 2009년 3월 12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여야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아 <법무사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소액사건심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서민들의 민생분쟁이 대다수인 소액사건은 간이한 절차의 소송이므로 당사자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자격인에게 적은 비용으로 소송대리를 맡기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현행법은 소송대리인의 자격을 변호사로 한정하고 있고, 변호사들의 도시편중과 수임료 부담으로 소송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하거나 친족 등 비전문가가 소송대리를 해 소송을 그르치거나 소송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발생해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 법률전문가인 법무사에게도 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대도시에 주로 몰려 있는 변호사에게 맡기자니 접근도 쉽지 않고 비용마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비전문가인 가족들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법무사를 통해 해소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법안은 법사위에 2년째 계류 중이다. 더구나 계류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미래희망연대의 송영선 의원에 의해 발의된 같은 취지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가 17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 된 바 있다. 송 의원이 법안을 처음 발의한 시점이 2006년 4월이므로 사실상 5년째 방치상태인 셈이다.

변호사 업계의 반발과 이를 반영한 율사출신 법사위원들의 의도적인 외면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만약 1년 남짓 남은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다면 19대 국회에서 누군가 또 다시 법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늘어가는 소액소송, 구멍 뚫린 법률서비스 = 민사소송 가운데 2000만원 이하의 금전 등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을 의미하는 소액사건은 서민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00만원 이하라지만 실제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민생분쟁적인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이런 분쟁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당사자 입장에선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호사들도 소액이다 보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법률적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소액사건에서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5%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8년 대한법무사협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액소송경험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진행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응답자의 63.6%로 가장 많았다. 흔히 말하는 '나 홀로 소송'인 셈이다. 다음이 '법무사에게 소송서류 작성을 맡기고 법정에는 혼자 출석해 변론'한 경우가 30.1%에 달했으며,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해 변론'한 경우는 4.3%에 그쳤다.

이처럼 법률적 조력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소액소송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 민사본안사건에서 소액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74.2%, 2008년 75.0% 등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민사소송 가운데 10건 중 8건 정도는 사실상 소액사건이라는 의미다.

결국 소송은 늘어가고 법률적 도움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사법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도시 지역이 아닌 시골지역에서는 더욱 공백이 심하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하자는 법이 제출돼 있지만 5년째 제대로 된 토론회 한 번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대한법무사협회 최인수 상근부회장은 "무엇이 진정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지 토론이라도 해 보자는 것인데 사법엘리트주의에 가로막혀 이마저도 거부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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