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민간채권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꾸지 못하게 된 포르투갈이 디폴트(지불불능)를 면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수요일의 일이다. 구제금융은 그냥 받는 게 아니다. 채권국가와 외부기관들의 감시 속에 혹독한 긴축과 경제개혁을 하는 '굴욕'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EU와 IMF는 포르투갈 총리의 결정을 "용기있는 결단"으로 추켜세웠다. 어떻게 한 나라의 '치욕'이 EU와 IMF에게는 '용기'로 비칠 수 있는가.
'더 이상의 구제 없다'지만 이탈리아까지 확산 위험
그 비밀은 포르투갈 측의 구제요청에 대한 EU 관리들의 반응에서 금방 드러났다. 그들은 포르투갈에 대한 8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EU의 '마지막 구제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구동성으로 "스페인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 위기가 한층 더 악화되면 스페인도 안전하지 못할 수 있었는데, 일단 그 불길을 막을 수 있게 되어 고맙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렇게 될까.
낙관적인 인사들은 포르투갈의 구제요청이 있은 다음날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 반만에 서둘러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주가가 오르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점을 들어 일단 스페인 위기는 고비를 넘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1.25%인 ECB의 기준금리가 연말에 2%, 내년 말에는 3%로 계속 오를 전망이라 스페인도 금리상승에 따른 경기침체와 함께 건설-부동산 대출의 대량 부실화로 인해 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마저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까.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데온 래크먼 논평위원은 "EU가 스페인 구제까지는 감당해 낼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되면 더 이상 단일통화권의 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탈리아는 채권시장에서 돈을 꾸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GDP의 120%, 그리스 등 3국이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향후의 금리상승을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난주 ECB의 금리인상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독약이 될 수 있는 성급한 조치였다. 그러나 금리 강경론자들은 에너지와 식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저금리 상태가 자산버블을 조장하고 투자수익률을 떨어뜨림으로써 금융위기를 촉발시켜왔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을 당연시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다행스러운 점은 국가부채 대부분이 자국민들로부터 빌린 것이고, 예산적자가 GDP의 4%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가 누구이든 부채 는 갚거나 탕감받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유로존 국가들 중에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국가나 앞으로 받게 될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도 정치적 갈등 때문에 이런 원칙을 지키기가 지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통화동맹의 유용성 진지하게 따져봐야
결국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구제금융으로 디폴트 시한을 계속 연장해 보지만 부채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한층 더 불어나는 '위기 키우기' 게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부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위기를 피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유로존 위기국가들에게는 그런 길이 막혀 있다.
유로존 위기국가들은 지금까지 유로화라는 '황금 우산'에 의지해 채권시장에서 최고 등급의 신용도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우산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는 한(탈퇴나 축출) 그 속에 갇혀 긴축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고달픈 처지다.
가끔 국제적 금융통화 위기가 밀어닥칠 때면 국내에서도 동아시아 통화동맹 결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유용성마저 의문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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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채권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꾸지 못하게 된 포르투갈이 디폴트(지불불능)를 면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수요일의 일이다. 구제금융은 그냥 받는 게 아니다. 채권국가와 외부기관들의 감시 속에 혹독한 긴축과 경제개혁을 하는 '굴욕'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EU와 IMF는 포르투갈 총리의 결정을 "용기있는 결단"으로 추켜세웠다. 어떻게 한 나라의 '치욕'이 EU와 IMF에게는 '용기'로 비칠 수 있는가.
'더 이상의 구제 없다'지만 이탈리아까지 확산 위험
그 비밀은 포르투갈 측의 구제요청에 대한 EU 관리들의 반응에서 금방 드러났다. 그들은 포르투갈에 대한 8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EU의 '마지막 구제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구동성으로 "스페인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 위기가 한층 더 악화되면 스페인도 안전하지 못할 수 있었는데, 일단 그 불길을 막을 수 있게 되어 고맙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렇게 될까.
낙관적인 인사들은 포르투갈의 구제요청이 있은 다음날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 반만에 서둘러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주가가 오르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점을 들어 일단 스페인 위기는 고비를 넘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1.25%인 ECB의 기준금리가 연말에 2%, 내년 말에는 3%로 계속 오를 전망이라 스페인도 금리상승에 따른 경기침체와 함께 건설-부동산 대출의 대량 부실화로 인해 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마저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까.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데온 래크먼 논평위원은 "EU가 스페인 구제까지는 감당해 낼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되면 더 이상 단일통화권의 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탈리아는 채권시장에서 돈을 꾸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GDP의 120%, 그리스 등 3국이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향후의 금리상승을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난주 ECB의 금리인상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독약이 될 수 있는 성급한 조치였다. 그러나 금리 강경론자들은 에너지와 식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저금리 상태가 자산버블을 조장하고 투자수익률을 떨어뜨림으로써 금융위기를 촉발시켜왔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을 당연시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다행스러운 점은 국가부채 대부분이 자국민들로부터 빌린 것이고, 예산적자가 GDP의 4%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가 누구이든 부채 는 갚거나 탕감받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유로존 국가들 중에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국가나 앞으로 받게 될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도 정치적 갈등 때문에 이런 원칙을 지키기가 지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통화동맹의 유용성 진지하게 따져봐야
결국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구제금융으로 디폴트 시한을 계속 연장해 보지만 부채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한층 더 불어나는 '위기 키우기' 게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부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위기를 피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유로존 위기국가들에게는 그런 길이 막혀 있다.
유로존 위기국가들은 지금까지 유로화라는 '황금 우산'에 의지해 채권시장에서 최고 등급의 신용도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우산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는 한(탈퇴나 축출) 그 속에 갇혀 긴축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고달픈 처지다.
가끔 국제적 금융통화 위기가 밀어닥칠 때면 국내에서도 동아시아 통화동맹 결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유용성마저 의문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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