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 정부도 책임있다"
피해액 전액 보상은 곤란 …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 후에
가계부채 증가속도 감당할 한계 넘어 … 모두가 협력해야
산은, 외환은행과 합병기회 놓쳐 … 국익위해 대형IB 필요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당국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부실 감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는 감독권을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과 나누는 등 감독시스템 전면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한 금융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부산 민심이 안 좋다고 들었다. 지역구가 부산인데 민심이 어떤지.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데 이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까지 터지면서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서민들이 많이 거래하는데 TV 등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들 모습이 등장하면서 부산시민 전체가 가슴 아파하고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안 좋다.
지난달 저축은행 청문회를 개최했는데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
23명의 정무위원들이 별다른 정보도 없이 청문회를 하다보니 결국 저축은행 부실이 과거 정부 잘못이냐 아니냐 공방만 하다가 끝난 감이 있어 아쉽다. 정작 청문회 끝난 뒤 검찰 수사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부실, 불법대출 문제 등이 불거지지 않았나. 6월 국회가 열리면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부동산 시장이 좋았다면 저축은행이 감당 못할 정도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경영진의 도덕적해이, 경영부실도 아주 큰 요인 중 하나다. 거기다가 금융감독 부실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대주주가 불법대출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대출해주거나 하는 것은 당국이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영이 부실했어도 감독을 잘 했으면 부실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이런 점에서 금융감독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금감원 개혁 TF가 구성됐는데 금감원 개혁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 모든 언론, 정치인, 학계까지 가세해서 금감원 때려잡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이성적인 것보다도 단편적으로 터져 나오는 부도덕함, 국민이 분노하기 딱 좋은 사건들로 다 격앙하고 있는데 이는 초기에 나타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이성을 회복해 과연 어떤 감독체계가 사태 재발방지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흔히 제도 탓을 하면서 무조건 '금감원이 잘못이다, 감독권을 한은으로 줘라, 감독체계 복수화하라'고 한다.
현재 금감원이 독점적 감독체계로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크게 4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문제가 터졌다고 다른 곳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기준으로 3%에 불과하다. 97%는 건전하게 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저축은행 감독을 못했느니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한은에게도 감독권을 주자고 한다. 한은법 개정안은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한은과 나누자는 거지, 저축은행 감독권을 나누자는 게 아니다. 사실 관계부터 잘 따져야 한다. 감성적으로만 접근해서 금감원만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저축은행이 금융산업에서 3% 비중을 차지하는데 금감원이 3%보다도 적인 인력, 적은 역량을 투입한 것이 문제다. 기관장의 관심이 3%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다보니 금감원 내에서 우수인력은 저축은행 부서를 기피한다고 한다. 같은 인력이 쳇바퀴 돌듯 하면서 계속 검사를 나가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지금처럼 저축은행 검사부서가 기피부서로 돼 있으면 문제는 또 터진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역량을 저축은행에만 투입할 수는 없으니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인력이 상시적으로 저축은행을 감독하되 금감원의 총괄지휘를 받도록 하면 된다. 엉뚱하게 한은에게 검사권을 주면 문제가 해결되나. 오히려 이중삼중으로 검사를 받다보면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부산지역 의원들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포퓰리즘적 입법이라는 비판에 대해 일부 수긍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라고만 몰아붙이는 것도 감성적인 접근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의 큰 원인의 하나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지만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게 금감원의 임무다. 그동안 정기검사 해왔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적한 적이 없다. 이게 누적돼서 부실화된 거다. 정부도 책임이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정부의 책임 때문에 보상을 해준 사례도 있다.
물론 후순위채나 예금 피해액 전액을 보장해주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그대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무위에서 걸러낼 것은 걸러내되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은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 주장하는데
국회에서 하는 국정조사는 말로만 하는 조사권이다. 제 2청문회하자는 것밖에 안된다. 지난 청문회도 말로 하고 끝나지 않았나. 오히려 청문회 이후 검찰이 수사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난 뒤 검찰이 사건을 은폐했다던가, 축소했다면 정치적으로 따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뒤 그때 가서도 미흡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해도 하등 늦을게 없다. 명백한 것은 정부나 한나라당도 저축은행 문제 왜곡하고 숨길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지금은 시점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금융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민영화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MB정부 들어와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목표로 정책금융공사를 떼어내고 남은 부분을 투자은행(IB)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은 민영화가 현실적으로 안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UAE 원전 수출에 따른 보증문제가 생겼다. 대한민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성장했는데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보증할 수 있는 은행 하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거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 계속 수주해야 하는데 지금 은행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국가적 고뇌에 봉착한 것 같다. 그래서 '산은과 우리를 합친다', '수출입은행을 합친다', '정책금융공사를 되돌린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익을 위해 과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금융시스템을 새로 짜려는 시도는 용기 있는 결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은 민영화는 실패했다고 보나.
3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당시 산은을 글로벌 IB로 육성하려는 로드맵이 있었는데 육성은 고사하고 민영화도 못한 건 사실이다. 민영화를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사실 산은에 외환은행을 합병시킬 기회가 있었는데 논의조차 못해본 것도 정책당국의 실패 아닌가 생각한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은 산은 민영화나 IB 육성을 위한 한 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나은행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국민적 비판이 제기될까봐 산은이 끼어들 수가 없었다.
금융현안이 많다. 가계 부채도 심각한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감당할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집권당으로서 정부가 긴축하게 되면 또 표가 달아나버리고, 선거는 눈앞에 와 있고 어려움이 많다.
모든 구성원이 양보하고 배려하고 희생을 감수하는 선의의 협력이 없다면 누구도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사실상 구성원 모두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
정무위원장 맡은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우리정부가 금융위기를 빠른 시일 내 원만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런 평가를 받도록 정무위도 금융당국과 잘 조율해서 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여야의 이해가 많이 부딪힐 수 있는 위원회인데도 아직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된 적이 없다. 전문성 높은 의원들이 배치돼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문제가 될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7곳 말고 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들이 갖는 불신은 언제든지 들불같이 다른 금융분야 전이될 수 있다. 남은 1년 과제는 바로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금융의 세계적 경쟁력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금융은 신용을 먹고 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은행이나 보험이 아니라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터졌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하고 다시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면 값싸게 좋은 교훈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무위도 금융당국과 협조해서 지혜를 짜낼 것이다.
박진범 기자 jb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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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전액 보상은 곤란 …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 후에
가계부채 증가속도 감당할 한계 넘어 … 모두가 협력해야
산은, 외환은행과 합병기회 놓쳐 … 국익위해 대형IB 필요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당국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부실 감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는 감독권을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과 나누는 등 감독시스템 전면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한 금융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데 이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까지 터지면서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서민들이 많이 거래하는데 TV 등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들 모습이 등장하면서 부산시민 전체가 가슴 아파하고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안 좋다.
지난달 저축은행 청문회를 개최했는데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
23명의 정무위원들이 별다른 정보도 없이 청문회를 하다보니 결국 저축은행 부실이 과거 정부 잘못이냐 아니냐 공방만 하다가 끝난 감이 있어 아쉽다. 정작 청문회 끝난 뒤 검찰 수사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부실, 불법대출 문제 등이 불거지지 않았나. 6월 국회가 열리면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부동산 시장이 좋았다면 저축은행이 감당 못할 정도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경영진의 도덕적해이, 경영부실도 아주 큰 요인 중 하나다. 거기다가 금융감독 부실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대주주가 불법대출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대출해주거나 하는 것은 당국이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영이 부실했어도 감독을 잘 했으면 부실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이런 점에서 금융감독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금감원 개혁 TF가 구성됐는데 금감원 개혁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 모든 언론, 정치인, 학계까지 가세해서 금감원 때려잡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이성적인 것보다도 단편적으로 터져 나오는 부도덕함, 국민이 분노하기 딱 좋은 사건들로 다 격앙하고 있는데 이는 초기에 나타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이성을 회복해 과연 어떤 감독체계가 사태 재발방지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흔히 제도 탓을 하면서 무조건 '금감원이 잘못이다, 감독권을 한은으로 줘라, 감독체계 복수화하라'고 한다.
현재 금감원이 독점적 감독체계로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크게 4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문제가 터졌다고 다른 곳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기준으로 3%에 불과하다. 97%는 건전하게 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저축은행 감독을 못했느니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한은에게도 감독권을 주자고 한다. 한은법 개정안은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한은과 나누자는 거지, 저축은행 감독권을 나누자는 게 아니다. 사실 관계부터 잘 따져야 한다. 감성적으로만 접근해서 금감원만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저축은행이 금융산업에서 3% 비중을 차지하는데 금감원이 3%보다도 적인 인력, 적은 역량을 투입한 것이 문제다. 기관장의 관심이 3%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다보니 금감원 내에서 우수인력은 저축은행 부서를 기피한다고 한다. 같은 인력이 쳇바퀴 돌듯 하면서 계속 검사를 나가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지금처럼 저축은행 검사부서가 기피부서로 돼 있으면 문제는 또 터진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역량을 저축은행에만 투입할 수는 없으니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인력이 상시적으로 저축은행을 감독하되 금감원의 총괄지휘를 받도록 하면 된다. 엉뚱하게 한은에게 검사권을 주면 문제가 해결되나. 오히려 이중삼중으로 검사를 받다보면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부산지역 의원들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포퓰리즘적 입법이라는 비판에 대해 일부 수긍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라고만 몰아붙이는 것도 감성적인 접근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의 큰 원인의 하나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지만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게 금감원의 임무다. 그동안 정기검사 해왔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적한 적이 없다. 이게 누적돼서 부실화된 거다. 정부도 책임이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정부의 책임 때문에 보상을 해준 사례도 있다.
물론 후순위채나 예금 피해액 전액을 보장해주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그대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무위에서 걸러낼 것은 걸러내되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은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 주장하는데
국회에서 하는 국정조사는 말로만 하는 조사권이다. 제 2청문회하자는 것밖에 안된다. 지난 청문회도 말로 하고 끝나지 않았나. 오히려 청문회 이후 검찰이 수사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난 뒤 검찰이 사건을 은폐했다던가, 축소했다면 정치적으로 따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뒤 그때 가서도 미흡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해도 하등 늦을게 없다. 명백한 것은 정부나 한나라당도 저축은행 문제 왜곡하고 숨길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지금은 시점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금융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민영화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MB정부 들어와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목표로 정책금융공사를 떼어내고 남은 부분을 투자은행(IB)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은 민영화가 현실적으로 안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UAE 원전 수출에 따른 보증문제가 생겼다. 대한민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성장했는데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보증할 수 있는 은행 하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거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 계속 수주해야 하는데 지금 은행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국가적 고뇌에 봉착한 것 같다. 그래서 '산은과 우리를 합친다', '수출입은행을 합친다', '정책금융공사를 되돌린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익을 위해 과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금융시스템을 새로 짜려는 시도는 용기 있는 결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은 민영화는 실패했다고 보나.
3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당시 산은을 글로벌 IB로 육성하려는 로드맵이 있었는데 육성은 고사하고 민영화도 못한 건 사실이다. 민영화를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사실 산은에 외환은행을 합병시킬 기회가 있었는데 논의조차 못해본 것도 정책당국의 실패 아닌가 생각한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은 산은 민영화나 IB 육성을 위한 한 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나은행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국민적 비판이 제기될까봐 산은이 끼어들 수가 없었다.
금융현안이 많다. 가계 부채도 심각한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감당할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집권당으로서 정부가 긴축하게 되면 또 표가 달아나버리고, 선거는 눈앞에 와 있고 어려움이 많다.
모든 구성원이 양보하고 배려하고 희생을 감수하는 선의의 협력이 없다면 누구도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사실상 구성원 모두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
정무위원장 맡은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우리정부가 금융위기를 빠른 시일 내 원만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런 평가를 받도록 정무위도 금융당국과 잘 조율해서 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여야의 이해가 많이 부딪힐 수 있는 위원회인데도 아직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된 적이 없다. 전문성 높은 의원들이 배치돼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문제가 될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7곳 말고 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들이 갖는 불신은 언제든지 들불같이 다른 금융분야 전이될 수 있다. 남은 1년 과제는 바로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금융의 세계적 경쟁력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금융은 신용을 먹고 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은행이나 보험이 아니라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터졌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하고 다시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면 값싸게 좋은 교훈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무위도 금융당국과 협조해서 지혜를 짜낼 것이다.
박진범 기자 jb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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