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천막정신’ 잊은 한나라당

지역내일 2011-05-16
진정한 반성-불출마선언-인재영입 없이 권력투쟁만 남아

7년여전인 2004년 초. 17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사상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불법대선자금을 '차떼기'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여소야대 국회를 믿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였다가 민심의 '역풍'에 직면했다. 총선 참패 위기감이 감돌았다. 당의 텃밭인 강남과 서초조차 위험하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당 주류는 물론 소장파조차 구원투수로 박근혜를 택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박근혜 대표의 첫 당무는 수백억원 대 당사를 떠나 천막당사로 이사하는 것이었다. 1000억원을 넘는 당 연수원은 국가에 헌납했다. 천막당사는 '웰빙정당'에 익숙한 한나라당 당직자에겐 고통 그 자체였다. 뜨거운 빛을 막기 위해 신문지가 동원됐고 일부는 열병에 시달렸다. 황사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했고, 당사 곳곳에서 빗물이 새 양동이를 받쳤다. 혹독한 반성의 시간은 84일간 계속됐다.

현역의원들은 불출마선언으로 반성 대오에 동참했다. 김종하 김찬우 박헌기 정문화 주진우 등 현역의원 20여명이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다.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영남권에서 불출마선언이 잇따르면서 '기득권 포기'라는 의미를 빛냈다.

박 대표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 얼굴도 모셔왔다. 당시 여권으로부터도 구애를 받던 서울대 박세일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 잘못은 제가 고개 숙이고 무릎 꿇고 절해서 용서받겠다. 교수님은 미래에 대한 정책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애원했다. 정치권 입문을 사양했던 박 교수였지만 박 대표의 진심을 받아들였고, 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선전을 이끌었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서 텃밭인 분당조차 내준 한나라당이지만 이후 대처는 7년전 천막당사 시절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민심은 표로 여당을 심판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여당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천막당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심이 솔깃할만한 무언가를 내놓을 법도 한데, 안상수 대표가 물러난 것 외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누군가 잘못은 했는데 반성은 없는 것이다.

각 계파는 물밑에선 당권과 공천권, 대선후보 경선을 의식한 힘겨루기에 바쁘다. 소장파와 친박은 힘을 합쳐 친이가 지원한 원내대표 후보를 물리치는 이변을 일궜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더 많은 세력이 손잡는 화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세력간 갈라치기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마찬가지다. 7년전엔 주류와 소장파 모두 기득권으로부터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세력이 당권의 향배에 신경을 쓴다. 소장파조차 쇄신보단 당권논의에 더 무게를 싣는다. 자리다툼이 치열해지다보니 "내 자리를 내놓겠다"는 불출마선언은 아예 끼어들 틈조차 없어보인다.

새 얼굴을 들이는데도 인색하다. 한때 당 대표로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무시됐다. 내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앞선탓이다. 당내 세력들은 계파와 세대로 나뉘어 자체 청백전이 한창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그 밥에 그 나물'인 당으로 머물게 된 것이다.

한달동안 자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16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쇄신과 반성에 중심을 둬야지 권력을 쥐겠다고 나서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