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말 많고 탈 많은 운전면허 간소화 ③ 해답은 여론에 있다

지역내일 2011-04-19
'비용은 싸게, 시험은 어렵게'로 모아져
"8시간만에 면허 딴 사람 차에 탈 수 있나" … 기능시험 유지 등 절충안 고려할만

정부의 운전면허 간소화 추진 배경엔 운전 전문학원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운전전문학원에서 주로 치뤄지는 운전면허 시험이 '고비용 저효율'구조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법제처 교통분야 국민법제관의 '운전면허제도 개선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취득비용과 시간에 비해 효율성이 현저하게 낮은 현행 운전교육은 운전면허 취득 창구 중 하나인 운전 전문학원제에서 비롯된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비싼 학원비에 비해 운전면허 기술 습득이 더디고 그만큼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용문제는 논외로 친다해도 효율성까지 싸잡아 부정하는 것은 억지라며 반발한다. 정부가 운전면허 간소화 추진을 위해 과잉논리를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권지관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운전학원 교육제도에 관한 연구-교육이수자의 교통사고율 비교분석을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 논문은 효율성 부분에서 정부 인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찰종합학교장 출신이기도 한 권 교수는 논문에서 "전문학원에서 배출된 운전자들의 낮은 교통사고율은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교통사고 사망자를 연간 1만2653명(1996년)에서 6327명(2006년)으로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전문학원 출신 신규 면허취득자에 비해 비전문학원 출신(국가면허시험장 응시자) 신규 면허취득자의 평균 교통사고율이 1997년 1.5배에서 2006년 2.6배로 그 차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 전문학원에서 배출한 운전자들이 상대적으로 사고를 덜 낸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운전면허 간소화를 위한 입법예고까지 한 상황. 운전 전문학원들은 생업 포기도 불사하겠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는 최소한 기능시험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진 타협은 없고 첨예한 대립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운전면허를 땄거나 앞으로 따게 될 일반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 말 많고 탈 많은 운전면허 간소화, 여론에 물어봐야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운전면허 유무따라 입장 달라 = "시험은 어렵게 시험비용(학원이든 면허시험장이든)은 싸게,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운전면허 간소화가 추진되면서부터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식 찬반 양론으로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표면적으론 운전면허를 이미 딴 네티즌과 앞으로 따야하는 네티즌간 대립으로 비춰지지만 논쟁을 거듭할 수록 네티즌 입장은 "싸되 어렵게"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네티즌이 "운전면허 따기가 너무 쉬워지면 잉여 운전자들이 넘쳐날 것은 뻔하고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교통환경을 고려하면 간소화는 결국 사고증가를 부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운전면허 따는 데 100만원 이상 드는 것도 문제"라는 글을 올리자 극소수만이 반대 댓글을 올렸을뿐 압도적으로 많은 네티즌들이 동조의 댓글을 달았다.

일부 네티즌은 여기에 덧붙여 "제대로 하려면 시험응시료와 학원 등록금을 낮추되 합격 기준을 강화하고 재시험땐 응시료 등을 70%만 받는게 가장 나을 것 같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운전 전문학원 강사인 듯 한 네티즌은 "치솟는 기름값 등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운전학원 강사들은 최저 임금 수준이다. 시간당 4500원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나마 수강생이 없어서 자리마저 위태롭다. 입장을 바꿔 이번 간소화방안을 마련한 고위관리들이 하루만 와서 근무해 보고 다시한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8시간만에 면허 딴 사람 차 뒤에 타면 (운전면허 간소화 내용을)바로 바꾸게 될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을 꼬집었고 2주간의 운전교육으로 10년 무사고 운전자라는 한 네티즌은 "합격은 쉽게 했지만 합격하기까지의 어려운 과정이 매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도 운전하다보면 도로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운전행위를 많이 보게 되는데 간소화로 이런 비상식적 행위를 더 많이 보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안전운전 위한 교육이 우선" 55.8% = 운전면허 간소화에 대한 일반 국민들 생각 역시 비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상대로 '운전면허 간소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5.8%는 운전면허 취득절차 변경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안전 운전을 위한 충분한 교육 실시'를 꼽았다. 또 '정확한 운전 실력 평가(22.3%)' '운전면허 시험 기준 강화(7.5%)' '운전면허 취득 비용 절감(6.2%)' 편의성 증대(5.4%) 등의 순이었다.

찬반의견을 묻자 540명(53.6%)이 반대했으며 401명(39.8%)은 찬성했다. 반대 이유로는 '미숙한 면허 취득자가 배출도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44.1%로 가장 많았고 '8시간 의무교육은 안전한 운전 능력을 갖추기에 부족하다(24.1%)' '2시간 기능교육 뒤 도로 주행연습은 위험하다(19.8%)' '도로 현실상 기능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11.6%)' 등의 순이었다. 또 전체 응답자 73.6%는 8시간의 실기교육으로는 안전안 운전능력을 익히기기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찬성 이유로는 '취득 비용이 절감된다(32.2%)' '시간이 절감된다(26.4%)' '개인 수준별 적절한 교육이 가능하다(25.2%)' '면허 취득이 쉬워진다(14.9%)' 순으로 조사됐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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