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첫마을아파트 분양설명회 가득 메워
LH "1년후 전매하면 프리미엄 붙는다" 유혹
"삼성, 현대, 대우 등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들이 만듭니다." 실소가 터졌다.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영상홍보물 진행자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도 폭소가 쏟아졌다. '나는 살고 싶지 않다'는 웅변이었다. 오승환 LH공사 부장은 "(폭소가) 무슨 의미인지 안다"고 응수했다.
20일 과천정부청사 대강당은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다. 수험생들이 시험범위와 출제경향을 듣는 듯한 분위기였다. 오후 2시, 약속된 시간에 이미 도살장에 끌려나온 듯한 표정을 가진 군상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1년전과 달라진 공무원들 = 1년전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1차 분양 설명회엔 공무원이 200명 정도 참석했지만 올해는 600명 정원의 대강당이꽉 채워졌고 자리를 잡지 못해 서 있는 사람도 수십명에 달했다.
두 시간동안 진행돼 지루했는데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설명회가 끝난 이후에도 단상 앞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LH공사 직원마다 에워싸여 문의와 항의공세를 받아야 했다. '부모와 같이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공무원 특별분양추첨에 떨어지면 잔여물량 분양때도 공무원 혜택을 주느냐', '왜 이번엔 중도금 무이자 지급이 안되냐' '혐오시설은 어디에 있느냐' '분양가는 얼마냐'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중도금을 낼 수 있느냐'….
◆LH의 유혹 = LH공사는 세종시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안간힘을 썼다. 1차 경쟁률이 1.1대 1에 그친데다 이번엔 분양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협박으로 들릴 정도였다. "내년부터 이전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더이상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이익으로 귀를 빨아들였다. 1차 분양분의 프리미엄이 이미 수천만원씩 붙었다는 얘기를 담은 도표가 눈을 끌어모았다. 1년후에 '법적으로' 전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취득세 전액 감면, 중도금 최저이자율 등을 포함한 이주지원방안 역시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분양가는 1차의 3.3㎡당 600만원대보다는 높겠지만 "공무원이라서 많이 올릴 수 없다"며 700만원대 수준일 것이라는 항간의 얘기를 간접적으로 인정해 주기도 했다. 과학고 외국어고 서울대 대학원 유치를 비롯한 교육여건을 강남 대치동 등과 비교, 공무원들의 걱정을 씻어내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제 가야 하는구나" =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더이상 토를 다는 공무원은 없다.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끌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이상 세종시 이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부분 자신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혼사무관들은 '결혼대책'을 걱정하고 결혼 한 공무원들은 자녀교육, 배우자직장, 부모봉양 등 실질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해 2014년까지 9부2처2청 등 36개 정부기관의 공무원 1만452명이 이주할 예정이다.
2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뚜렷한 계획을 찾진 못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이주지원대책이 거의 없고 무작정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도 "이전자체는 분명해진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 B씨는 "왜 행정안전부나 여성가족부는 안 내려가는 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내면서 "아이들 전학시키기도 어렵고 배우자 직장이 있어서 별 수 없이 기러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회에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이런 소모적인 비용은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공무원 D씨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 4월 5일 세종시 근처에서 식목일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공무원 E씨는 "세종시에 가보니까 들판에 건물 한두개만 높게 올라가 있고 주변 식당에서는 하숙집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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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1년후 전매하면 프리미엄 붙는다" 유혹
"삼성, 현대, 대우 등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들이 만듭니다." 실소가 터졌다.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영상홍보물 진행자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도 폭소가 쏟아졌다. '나는 살고 싶지 않다'는 웅변이었다. 오승환 LH공사 부장은 "(폭소가) 무슨 의미인지 안다"고 응수했다.
20일 과천정부청사 대강당은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다. 수험생들이 시험범위와 출제경향을 듣는 듯한 분위기였다. 오후 2시, 약속된 시간에 이미 도살장에 끌려나온 듯한 표정을 가진 군상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1년전과 달라진 공무원들 = 1년전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1차 분양 설명회엔 공무원이 200명 정도 참석했지만 올해는 600명 정원의 대강당이꽉 채워졌고 자리를 잡지 못해 서 있는 사람도 수십명에 달했다.
두 시간동안 진행돼 지루했는데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설명회가 끝난 이후에도 단상 앞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LH공사 직원마다 에워싸여 문의와 항의공세를 받아야 했다. '부모와 같이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공무원 특별분양추첨에 떨어지면 잔여물량 분양때도 공무원 혜택을 주느냐', '왜 이번엔 중도금 무이자 지급이 안되냐' '혐오시설은 어디에 있느냐' '분양가는 얼마냐'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중도금을 낼 수 있느냐'….
◆LH의 유혹 = LH공사는 세종시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안간힘을 썼다. 1차 경쟁률이 1.1대 1에 그친데다 이번엔 분양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협박으로 들릴 정도였다. "내년부터 이전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더이상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이익으로 귀를 빨아들였다. 1차 분양분의 프리미엄이 이미 수천만원씩 붙었다는 얘기를 담은 도표가 눈을 끌어모았다. 1년후에 '법적으로' 전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취득세 전액 감면, 중도금 최저이자율 등을 포함한 이주지원방안 역시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분양가는 1차의 3.3㎡당 600만원대보다는 높겠지만 "공무원이라서 많이 올릴 수 없다"며 700만원대 수준일 것이라는 항간의 얘기를 간접적으로 인정해 주기도 했다. 과학고 외국어고 서울대 대학원 유치를 비롯한 교육여건을 강남 대치동 등과 비교, 공무원들의 걱정을 씻어내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제 가야 하는구나" =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더이상 토를 다는 공무원은 없다.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끌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이상 세종시 이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부분 자신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혼사무관들은 '결혼대책'을 걱정하고 결혼 한 공무원들은 자녀교육, 배우자직장, 부모봉양 등 실질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해 2014년까지 9부2처2청 등 36개 정부기관의 공무원 1만452명이 이주할 예정이다.
2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뚜렷한 계획을 찾진 못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이주지원대책이 거의 없고 무작정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도 "이전자체는 분명해진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 B씨는 "왜 행정안전부나 여성가족부는 안 내려가는 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내면서 "아이들 전학시키기도 어렵고 배우자 직장이 있어서 별 수 없이 기러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회에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이런 소모적인 비용은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공무원 D씨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 4월 5일 세종시 근처에서 식목일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공무원 E씨는 "세종시에 가보니까 들판에 건물 한두개만 높게 올라가 있고 주변 식당에서는 하숙집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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