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변 설치비 2억만 낭비 … 시 "철거 후 수인선 역사건립"

옛 수인선 철도길. 길 양 옆으로 안산시 상록구가 지난 2009년 10월 황토길을 조성했지만 수인선 전철 공사가 시작돼 곧 철거될 예정이다. 곽태영 기자
경기도 안산시가 수인선 철로변 완충녹지대에 조성한 '황토십리길'이 만든 지 1년여만에 철거될 예정이다. 이곳에 수인선 전철 '사리역'과 플랫폼이 신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과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으로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는 2009년 10월 사동 일원 수인선 철로변 완충녹지대 약 1㎞구간(해안로~대동서적)에 황토십리길(헬스케어로드)을 조성했다. 구는 이 구간을 마사토(6310㎡)로 포장하고 주변에 의자와 건강측정기, 운동기구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당시 '황토길' 조성이 전시행정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해당구간은 수인선 열차운행이 중단된 뒤 수십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흙길이 조성돼 주민들이 이미 산책로로 애용하고 있었다. 이 길에 마사토를 덧씌우는 것은 '자연미인'을 '인공미인'으로 만드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당시는 수인선 전철 안산구간 공사를 앞두고 지상노선을 반지하로 변경하기 위해 안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협의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조만간 협의를 마무리하고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상록구 관계자는 "수인선이 착공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비가 오면 기존 흙길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어 성토 후 배수가 가능하도록 '황토길'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구간의 황토길은 곧 철거된다. 지난 3월 29일 안산시는 수인선 전철 안산구간 착공식을 가졌다. 수인선 전체구간 52.8㎞ 가운데 안산구간은 4.94㎞로, 사동 본오아파트∼이동 한대앞역 2.72km 구간은 반지하로 사업이 추진된다. 1년여 전 구가 황토길을 조성한 구간에는 '사리역'과 약 200m 길이의 플랫폼이 신설된다.
안산시 관계자는 "일단 공사가 시작돼 안전상의 문제로 황토길 이용은 불가능하고 전면 철거한 후 수인선 공사가 끝난 뒤 필요할 경우 다시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오는 6월 국토해양부가 실시계획을 고시하면 하반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며 "그 전까지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 한 주민은 "길을 정비해 좋은 면도 있지만 곧 철거된다면 결국 세금만 낭비한 것"이라며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했겠냐"고 말했다.
한편 수인선 전철은 올 연말 송도∼오이도 구간을 시작으로, 2013년 12월 송도∼동인천 구간, 2015년 12월에는 나머지 안산∼수원 구간이 각각 개통될 예정이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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