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과 다르지 않다."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는 "윤 장관의 경제정책과 다른 게 뭐냐"는 질문에도,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이 지지부진했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뭐냐"는 물음에도 "윤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고 실제로도 별다른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표경기보다 체감경기에 더 중점을 두고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민에게 전달되도록 하겠다"는 박 장관의 말에 대해 "윤 장관도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윤 장관과 다른 나름의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역시 "특별한 것이 있다기 보다는 윤 장관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왜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꿨는지를 묻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내용 역시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는 임기 중 힘쓸 4가지를 내놓았다.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경제체질을 튼튼히 가꾸겠다 △부문별 격차를 줄이고 성장 혜택이 국민 가슴에 와 닿도록 힘쓰겠다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높여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미래의 위험요인에도 미리 대비하겠다. 윤 전 장관이 그동안 해왔던 얘기였고 제 2 경제팀의 중점과제였다.
이명박 정부가 제1 경제팀의 수장인 강만수 전 장관을 교체하는 데는 '경제정책의 수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에 얽매여 글로벌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환율 정책으로 고성장을 유도해 왔던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2009년 성장목표치를 4%로 내놓았던 강 전 장관이 스스로 뜯어고치긴 어려웠다. 기획재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든 부동산 정책을 스스로 바꿀 때도 최소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을 교체해 줬다. 최소한의 배려다.
윤 전 장관은 이임사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초 장관으로 취임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으며 그 첩경은 정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는 등 국민들에게 경제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제2 경제팀의 수장이 된 윤 전 장관은 시장신뢰를 잃은 경제 1팀의 정책을 완전히 돌려놓는 중책은 맡은 것이다.
그렇다면 제 3 경제팀의 수장인 박 장관의 임무는 무엇일까. 박 장관은 여전히 답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도 장관을 교체한 이유를 찾아내기 어려웠다. 그는 "앞으로 슬슬 마수를 드러내겠다"며 기자실을 나갔다.
임기 말기에 대통령 측근을 경제수장에 앉혔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언제나 듣게 될지 궁금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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