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관악산둘레길’ 함께 걸어요

지역내일 2011-05-11

주민단체와 함께 경로개발하고 표지판은 고사목 재활용
사당역~신림공원 15㎞ 구간 산기슭·중턱 오르락내리락

낙성대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바람에 날린 벚꽃이 하얀 눈처럼 소복하고 연주대로 이어지는 갈래길에는 초록 물을 머금은 나무들 사이로 노란 개나리와 진분홍 철쭉이 화사하다. 무당골 바위틈에서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가느다란 줄기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휴일이면 4만~5만, 평일에도 하루 1만~1만5000명이 찾는 서울의 명산 관악산. 정상을 향한 바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산이 품은 또다른 멋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관악구가 산 기슭과 중턱을 잇는 둘레길을 조성,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자연·역사·문화 어우러진 길 = "등산을 자주 다니긴 하지만 둘레길이 조성된 뒤에는 매주 3~4회 정도 찾습니다. 꼭대기가 아니고 숲 허리를 걸으니 그 맛도 달라요."

푸른산악회 '꺼벙대장'의 말처럼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상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 즐거움은 없지만 흙을 밟으며 숲길을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출발해 까치산생태육교 낙성대공원 서울대입구 돌산 삼성산정지 국제산장아파트 신림근린공원으로 이어지는 15㎞ 구간은 관악산 허리춤을 따라 자연과 문화 역사 요소를 엮은 길이다.

둘레길 경로는 모두 3가지. 첫 구간(애국의 숲길)은 사당역 옛 벨기에 영사관(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서 시작해 까치산생태육교 만남의 장소를 지나 서울대학교까지 이어지는 6.2㎞다. 무속인들에게 더 이름난 무당골이며 강감찬 장군 생가터와 장군 영정을 모신 낙성대, 아이들이 들르면 좋을 서울영어마을 관악캠프를 거친다.

2구간(체험의 숲길)은 관악산공원에서 돌산 삼성산성지 산정약수터를 잇는 4.7㎞. 돌산으로 이어지는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 서울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본 뒤 소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약수사 습지생태원 등을 지난다.

세 번째 구간(사색의 숲길)은 옛 난곡이 시작되는 곳.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동네 뒷산길이다. 국제산장아파트에서 6배수지공원 건우봉을 거쳐 신림근린공원에 이르는 4.1㎞ 숲길이다. 조용한 숲속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 둘레길 끝자락에 위치한 호림박물관에서 고미술품 등을 감상하는 덤도 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연주대 정상을 밟기 위해 관악산을 방문하는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둘레길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며 "시민들은 새로운 삶의 지향으로 떠오른 느림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등산객 분산으로 관악산 숲길 보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훼손 최소화, 순환형둘레길 추진 = 관악산둘레길은 숲길을 부분적으로 정비, 훼손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조성했다. 특히 공원녹지과 직원 3명과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인 '관악산 숲가꿈이' 회원 10여명이 5개월간 산을 샅샅이 훑으며 경로를 짰다.

이호백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8월 땡볕을 받으며 산을 오르내렸다"며 "아침에 출근해서 10시쯤 사무실에서 출발한 뒤 6~7시는 돼서야 신림역 방향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하고 숨이 가빠질 정도로 걸었다 싶은 지점에는 땅을 다져 쉬어갈 곳을 만들었다. 가파른 등산로 높이를 조정하는 계단이나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목, 구간별 목판 지도 등은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고사목을 활용했다. 매주 두차례는 둘레길을 걷는다는 민선분(36·남현동)씨는 "북한산둘레길보다 아기자기해서 좋다"며 "샛길이 많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도중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둘레길 조성에 동참했던 김명구 관악산 숲가꿈이 모니터링 팀장은 "식생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족제비나 어치 노랑제비꽃 풀성대 등 동·식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권했다.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식생은 숲가꿈이 카페(cafe.naver.com/gafor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숲가꿈이들은 둘레길 조성후 지속적으로 생태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며 숲해설과정도 둘레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관악구는 둘레길 활성화를 위해 매년 한차례 함께 걷기 행사를 열 방침이다. 또 구간별 한곳씩 태풍 피해목을 활용한 목각(장승)을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제작, 전시하는 추가 정비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호백 주무관은 "관악산과 접한 인근 금천구, 경기도 안양·과천시와 함께 관악산 전체를 도는 순환형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가을쯤 순환형둘레길 조성 협의체를 구성, 이르면 내년 가을에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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