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단위론 최대 규모 … "회사가 노조 동의 의무 합의서 위반"
지난해말 국책금융기관들에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반발해 기업은행 노조원 6769명이 원고로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을 낸다.
11일 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와 조합원 6769명은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조 및 은행지점장 10여명과 함께 기업은행을 상대로 이날 오후 서울지방법원에 성과연봉제 무효소송을 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이 법률대리으로 나서는 이번 소송은 지난 2008년 11월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고 한 기업은행 노사간 합의문서에 대해 사측의 위반여부를 법정에서 가리자는 게 골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보수규정중 직무성과급 규정을 폐지하고, 3급 이상 간부직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본부장 지점장 부장 등 간부직은 업무성과에 따라 1~5등급의 평가를 받아 차등적 보수를 받게 된다.
노조원들은 성과연봉제 때문에 기존 직무성과급제 아래서의 임금인상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매년 1호봉씩 자동승급할 때마다 1.4%(평균 5만5000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누적적으로 운용되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인상률이 차등 적용되면 상여금도 개인별 변동률이 확대돼 현재 200%에서 최고 300%로 증가한다는 게 노조원들의 불만이다.
노조원들은 일반직원이 대다수다. 하지만 간부들에 적용하는 성과연봉제가 미래 당사자인 자신들의 보수규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노조 유택윤 위원장은 "이전 정부에서도 은행에 변화추진단을 만들어 평가제도 도입을 연구했지만 업무특성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기업은행은 지난 행장시절 직원 15명이 질병이나 과로사로 사망했는데 1인당 생산성은 국내외 은행과 비교해 늘 1등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은행업무상 개인평가를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회사가 불합리하게 직원을 관리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며 "비계량적 평가로 상급자간 경쟁이 과열되면 하위직급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김형동 변호사는 "회사가 노사간 합의문서를 위반했다"며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성과연봉제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들에 일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며 "앞으로도 계속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국책금융기관은 기업은행 말고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감정원 한국기업데이터 대한주택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있다.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노사 합의로 올초 도입했다. 시중은행중엔 SC제일은행이 최근 임단협 교섭중 전직원에 대한 개별 성과급제 도입을 강행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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