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의 글로벌 경제진단] 미국 노동시장의 수수께끼

지역내일 2011-05-11

경제는 흐르는 물과 같다. 때로 거센 물거품을 내뿜으며 급하게 흐르지만 곧 물살이 느려지고 조용한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미국 노동시장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벌써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실업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지난 1970년대 이후 다섯 차례의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짧게는 1년 미만, 길게는 3년여 만에 다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2001년 닷컴 버블 후에는 그 시간이 무려 5년 가까이 걸렸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한때 10.1%까지 높아졌다가 지난 3월에는 8.8%까지 떨어진 후 4월에 다시 9%로 높아지는 등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 여전히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대침체'라지만 위기 이후 벌써 40개월, 경기회복 이후 20개월이 지났는데 어째서 실업률은 그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가.

글로벌 위기 이전으로 실업률 떨어질 기미 없어

일반적으로 대침체에서 미국경제가 그만큼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실업률의 하락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유럽형 고실업 구조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만약 이런 분석이 맞다면 큰일이다. 미국은 아직 유럽 수준의 복지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럽과 같이 노동력의 10%에 해당하는 높은 실업자군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이겨낼 정치적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현재 워성턴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정적자 감축의 해법으로 공화당의 일방적인 지출삭감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인기 블로거인 개빈 데이비스는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변화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오쿤 법칙'을 적용해 이번 대침체에서 미국 실업률의 갭 4%포인트(위기 이전과 현재 실업률의 격차) 가운데 절반은 경기침체가 그만큼 심했던 결과로 믿어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쿤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 2%포인트가 무엇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해 데이비스는 네 가지 가능한 요인을 제시한다.

첫째는 미국의 금융 및 주택시장 붕괴의 충격이다. IMF 분석가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침체가 촉발되면 다른 경우에 비해 노동시장에 한층 큰 충격을 미치며, 특히 주택시장 붕괴와 결합될 경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미국 노동시장의 신축성 확대이다. 분명히 2008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 상승폭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던 것은 이 점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미국 자체에서는 임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부문에서 노동자 해고가 가장 심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설명력은 반감된다.

셋째는 금융업 산출량의 과대평가이다. 지난 1990년대 이후 금융권의 상대적 고보수가 실질 GDP 증가로 과대반영된 반면 이번 침체에서 일자리 창출 산업부문들이 금융부문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 점이다. 네번째는 세계화의 영향이다. 2005년 뉴욕 연방은행은 매년 30만 내지 4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위탁생산으로 인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추산했다. 최근 10년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총 290만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해외 이전과 고실업 맞물려 있어

경제현상의 변화는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의 더딘 실업률 하락과 고실업 문제에 대한 간명한 해법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금융업의 비대화와 금융위기의 빈발 및 확산 추세가 미국의 일자리 해외 이전과 고실업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한국 금융권은 한층 더 빠른 걸음으로 대형화 비대화의 길을 달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여타 경제부문,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에 관해 너무나 태무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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