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로 나가려니 황사에 방사능까지 발걸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다고 종일 집안에 갇혀 있으려니 답답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른한 오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나 뒤적거리는 열람실 사이로 그림책 10여 권을 한 번에 쌓아놓고 읽고 있는 청소년들이 눈에 띠였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왜 그림책을 읽을까? 두리번 거려보니 성인들 역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눈을 마주쳐 가며 읽고 있었다. 유아들이나 보는 책이려니 했던 그림책. 그림책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자.
그림책, 0세부터 100세까지 즐길 수 있어
패랭이꽃 그림책버스 창시자이며 평생정보관에서 ‘그림책 만들기’ 강의를 하고 있는 이상희(51) 그림책 작가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족이 모두 동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이 그림책입니다”라고 한다.
그림책연구회는 평생정보관에서 운영하는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수료한 1기생부터 8기까지의 수료생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그림책연구회 최성미(42#단구동) 회장은 “태교를 위해 시작한 그림책 읽기가 지금은 온가족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면 남편도 슬그머니 옆에 와서 듣고 있더라고요. 듣고 있으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나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림책은 한 장 한 장에 담긴 그림을 통해 아이와 어른이 함께 같은 느낌의 공감대 형성이 될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 대화를 나누며 세대의 벽을 넘을 수 있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다. 정서적인 안정과 결핍된 감정을 보충해 주는 역할로서 어느새 그림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눈물과 같은 정화제가 됐다.
한편의 명화를 감상하듯 그림책 감상
이상희 작가는 “일부러 좋은 전시회나 음악회를 찾아가는 것처럼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그림책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공감하며 봅니다”라고 한다.
그림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읽어주는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읽는 사람은 글씨를 음미하며 읽으며 속도를 천천히 여유 있게 읽어 그림이나 이야기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황미숙(44#서곡리) 씨는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존 버닝햄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서전적입니다. 함축된 언어 속에서 인생을 느낄 수 있죠. 언어의 유희를 즐긴다고 할까? 그림책은 함축된 언어와 그림을 통해 자유로운 발상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부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십상이잖아요.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인생과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거죠. 무엇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미적 충족감이 새로운 문화생활로 만족감을 줍니다”라고 한다.
존 버닝햄의 작품은 스탠드, 건물, 띠벽지 등 생활품으로 즐길 수 있도록 나와 새로운 문화아이콘이 되고 있다.
●도서관마다 열리는 ‘그림책 읽기’
시립도서관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어린이자료실 ‘동화나라’에서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그림책읽기와 동화구연을 들을 수 있다. 단 분기별 신청을 받아 운영되므로 미리 신청 날짜를 확인해야 참여할 수 있다. 다음 신청은 6월에 있다.
평생정보관은 지난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유아 및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아실에서 그림책 읽어주기 및 그림책과 연계한 독후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평생정보관에서 운영되는 ‘그림책 만들기’ 강좌는 성인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이다. 해마다 3월에 개강하며 지도자과정 역시 1년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마친 수료자에 한해 그림책 연구회에 참여할 수 있으며 패랭이꽃 그림책버스 자원봉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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