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언론인
미국의 한 방송 보도로 점화된 주한미군의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무단매립 파장이 무한 증폭되고 있다. 캠프 캐럴에 이어, 경기도 부천 캠프 머서와 캠프 마켓, 경기 북부 미 2사단 예하 부대 인근, 강원도 춘천 캠프 페이지, 충남 보령 갓배마을, 심지어 비무장지대(DMZ) 근방에 이르기까지.
고엽제 등 각종 독극물의 무단 매립으로부터 포르말린·유류 등의 무단 방류,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국내외의 제보와 증언이 한반도 남녘을 망라하고 있다.
춘천 캠프 페이지에선 1972년 어니스트 존 핵미사일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퇴역 미군의 증언도 있었다(실제 91년까지 미군기지 16곳에 700개 가까운 핵무기가 배치됐었다).
캠프 캐럴 사태 직후 미군은 우리 정부와 공동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사 양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각종 독극물의 매립 위치를 밝혀줄 심층조사는커녕, 지표면을 레이저로 탐지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그나마 캠프 캐럴에선 탐지기 3대 중 1대만 운영하는 등 무성의와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미선·효순양이 깔려 숨진 후 미군이 보여준 무성의와 오만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로인해 서울 광화문에서 비롯된 촛불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갔고, 결국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아무 근거없이 미군을 압박하는 게 아니다. 2001년 1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함께 체결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와 2003년 5월 체결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주한미군의 반환/공여지에 대한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에 따라 추진하자는 것이다.
미군측, 공동조사 무성의로 일관
특별양해각서에 따르면, 개정 SOFA 제28조에 따라 설치된 환경분과위원회에서 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후 주한미군의 방위활동과 관련된 환경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토록 돼 있다.
미군 시설 및 구역에 대한 한국 공무원의 출입, 합동실사·모니터링 및 사고후속조치의 평가·검토를 위한 회의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조항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작금의 공황적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미군기지 40여 곳에 대한 전수환경조사도 미군이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차제에 2003년 체결된 환경 관련부속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속서 중 '오염치유는 미측 비용으로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부속서 체결 이후에도 대부분의 환경평가비용과 정화비용은 우리 몫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2조~12조원이나 된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이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이른바 'KISE개념'이다.
'밝혀진(Known), 급박하고(Imminent), 실질적으로(Substantial), 인체에 유해한(Endangerments to human health) 환경오염만 미군이 정화한다'는 2001년 환경특별양해각서 조항이다. 그러나 이는 '오염자부담원칙'이라는 상식을 외면한 불공정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더한 독소 조항이 또 있다. '미국이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도 보상도 하지 않는다'는 SOFA 제4조 1항이다. 이처럼 상반된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미군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독소적 소파(SOFA) 조항부터 개정해야
지금도 6만명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미군기지의 환경 관리 및 감독 권한은 독일 정부가 갖고 있다. 환경정화와 오염치유 비용 역시 전액 미군 부담이다. 미독SOFA 규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호혜평등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에 불공정하고 독소적인 SOFA 환경조항과 특별양해각서의 개정을 요구하고, 미군은 흔쾌히 이를 수용해 성실히 이행하는 아름다운 관계. 이야말로 반세기를 이어온 돈독한 혈맹의 진면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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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방송 보도로 점화된 주한미군의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무단매립 파장이 무한 증폭되고 있다. 캠프 캐럴에 이어, 경기도 부천 캠프 머서와 캠프 마켓, 경기 북부 미 2사단 예하 부대 인근, 강원도 춘천 캠프 페이지, 충남 보령 갓배마을, 심지어 비무장지대(DMZ) 근방에 이르기까지.
고엽제 등 각종 독극물의 무단 매립으로부터 포르말린·유류 등의 무단 방류,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국내외의 제보와 증언이 한반도 남녘을 망라하고 있다.
춘천 캠프 페이지에선 1972년 어니스트 존 핵미사일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퇴역 미군의 증언도 있었다(실제 91년까지 미군기지 16곳에 700개 가까운 핵무기가 배치됐었다).
캠프 캐럴 사태 직후 미군은 우리 정부와 공동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사 양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각종 독극물의 매립 위치를 밝혀줄 심층조사는커녕, 지표면을 레이저로 탐지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그나마 캠프 캐럴에선 탐지기 3대 중 1대만 운영하는 등 무성의와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미선·효순양이 깔려 숨진 후 미군이 보여준 무성의와 오만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로인해 서울 광화문에서 비롯된 촛불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갔고, 결국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아무 근거없이 미군을 압박하는 게 아니다. 2001년 1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함께 체결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와 2003년 5월 체결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주한미군의 반환/공여지에 대한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에 따라 추진하자는 것이다.
미군측, 공동조사 무성의로 일관
특별양해각서에 따르면, 개정 SOFA 제28조에 따라 설치된 환경분과위원회에서 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후 주한미군의 방위활동과 관련된 환경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토록 돼 있다.
미군 시설 및 구역에 대한 한국 공무원의 출입, 합동실사·모니터링 및 사고후속조치의 평가·검토를 위한 회의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조항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작금의 공황적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미군기지 40여 곳에 대한 전수환경조사도 미군이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차제에 2003년 체결된 환경 관련부속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속서 중 '오염치유는 미측 비용으로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부속서 체결 이후에도 대부분의 환경평가비용과 정화비용은 우리 몫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2조~12조원이나 된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이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이른바 'KISE개념'이다.
'밝혀진(Known), 급박하고(Imminent), 실질적으로(Substantial), 인체에 유해한(Endangerments to human health) 환경오염만 미군이 정화한다'는 2001년 환경특별양해각서 조항이다. 그러나 이는 '오염자부담원칙'이라는 상식을 외면한 불공정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더한 독소 조항이 또 있다. '미국이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도 보상도 하지 않는다'는 SOFA 제4조 1항이다. 이처럼 상반된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미군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독소적 소파(SOFA) 조항부터 개정해야
지금도 6만명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미군기지의 환경 관리 및 감독 권한은 독일 정부가 갖고 있다. 환경정화와 오염치유 비용 역시 전액 미군 부담이다. 미독SOFA 규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호혜평등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에 불공정하고 독소적인 SOFA 환경조항과 특별양해각서의 개정을 요구하고, 미군은 흔쾌히 이를 수용해 성실히 이행하는 아름다운 관계. 이야말로 반세기를 이어온 돈독한 혈맹의 진면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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