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공화국’ 불명예 언제까지] ③ 여성에게 더 나쁜 흡연

지역내일 2011-06-09

폐 면적 작아 암 발병가능성 높아

29세 이하 젊은여성 흡연율 꾸준히 증가 … 여성 위한 흡연예방·금연정책 절실

#올해 34살인 여성 직장인 A씨. 하루에 담배 한갑 반 이상을 피우는 골초다. 대학 졸업후부터 입에 대기 시작해 벌써 10년째다. 호기심으로 어릴때 2~3개비 피운 것 까지 합치면 흡연 경력은 12년이 넘어간다. 여성으로서 남의 이목도 있고 직장생활하면서 눈치도 보여 금연작심만 10여차례. 하지만 좀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술자리가 문제다. 맥주 3병을 마시면 담배 2갑을 피우게 된다. 아침이면 어지러움증이 지속되고 가래 때문에 잠도 청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패치도 붙여보고 금연초도 피워봤지만 그 때 뿐이다. 되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만 강해진다.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애도 낳아야 하는데…. A씨는 요즘 인터넷 등을 통해 확실한 금연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 흡연율은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상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 선진국에 비해선 다소 낮은편이다. 여성들은 그러나 담배를 피워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담배피는 젊은 여성이 통계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얘기다.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중·고등학교때는 호기심에 담배를 배우고 성인이 돼선 취업과 진로문제로 고민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다이어트 때문에 피우는 여성도 있다. 진로와 취업,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부담 등 젊은 여성 흡연자가 줄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담배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점. 여성은 남성보다 폐 면적이 10%가량 작아 같은 양의 흡연을 해도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흡연 여성의 폐암 사망률은 비 흡연자에 비해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암 사망 원인 1위가 폐암이고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심장병에 걸릴 위험도 3배 높다. 여성은 니코틴 대사도 빨라 니코틴이 몸속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흡연욕구도 더 강하다. 그만큼 여성은 담배 끊기가 힘들다. 여성은 또 출산과 양육을 책임지는 만큼 흡연은 2세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불임과 유산의 위험이 2배 높고 조산·선천성 기형아 출산 위험도 증가한다. 흡연은 여성 스스로에게도 건강상 큰 피해를 주지만 종족보존이란 측면에선 인류 전체를 퇴보하게 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여성 흡연율 어떻길래 = 지난 2007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여성흡연율은 프랑스 21%, 미국 13.7%, 일본 12.7% 등으로 평균 18.7%에 달했다. 이에 반해 한국 여성의 흡연율은 5.3%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 흡연율이 좀처럼 크게 줄지 않고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경우 여성 흡연율은 2001년 5.2%에서 2004년 7.4%로 높아졌다. 그러다 2007년 5.3%로 낮아지더니 2009년 3.9%에서 20010년 2.2%로 크게 줄었다. 전체 연령별로 따져보면 꾸준히 줄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9세 이하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은 5.8%로 전체연령의 2배가 넘을 정도로 여전히 높다.

여성들의 경우 담배피우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흡연율은 10%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진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이러한 감소는 남성흡연율의 감소가 주요하게 작용했고 여성의 흡연율은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최근 들어선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여성청소년의 흡연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이영자 연세대학교 연세건강코칭센터 부단장은 "남성흡연율 증가시기와 약 30년 간격을 두고 여성흡연이 증가한다"면서 "이제 서서히 여성흡연율이 증가하는 시기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에게 음주보다 흡연이 더 위험 = 여성에게는 음주보다도 흡연이 더 위험하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공공보건대학원 의학통계학과 스테파니 랜드(Stephanie Land) 박사는 1만3000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흡연이 음주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을 흡연기간에 따라 35년 이상과 15년 이상~35년 미만으로 나눴을 때 유방암 위험도는 흡연하지 않는 여성보다 각각 60%, 34% 높았다. 반면 15년 이하 흡연자는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대장암 위험 또한 흡연 경력이 긴 여성에서 더 높았다. 담배를 35년 이상 피운 여성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여성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됐다. 연구팀은 특히 흡연이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에게 유방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랜드 박사는 "가족병력이나 기타 요인으로 유방암 위험이 큰 여성이 장기간 담배를 피우면 다른 여성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여성의 흡연이 유방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전향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더 어려운 금연, 정책지원 필요 =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연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어렵다. 여성은 니코틴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CYP2A6'의 활성도가 남성보다 커 더 쉽게 니코틴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또 폐경 이전의 여성은 남성보다 니코틴을 빨리 분해시키는 것도 금연을 힘들게 한다.

여성은 금연에 의한 니코틴 금단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며 월경전 증후군 기간 동안 세로토닌의 변화로 우울을 경험하고 충동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흡연하는 여성은 생리통이나 월경 전 증상을 더 많이 겪는다. 여성들은 특히 금연 후 체중 증가와 금단 증상이 더 심하다. 주요 우울장애의 빈도가 남성보다 높으며 금연이 실제로 우울삽화나 공황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의학적 특성과 함께 담배회사들이 여성을 주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는 최근 주류도 여성들의 금연을 가로막고 있다.

담배회사는 남성흡연율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주요 마켓팅 대상으로 여성과 청소년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허리둘레와 성공하는 여성상의 모습에 담배와 같이 있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고 각종 매체에서나 영화에서 담배회사를 등장시켰다. 또 'mild' 나 'light' 'slim'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여성담배라는 인식을 주어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실제 서구 여러나라에서는 이러한 담배 출시로 여성흡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담배와 담배회사의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지속적인 흡연 예방교육과 금연교육이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담배회사의 광고와 판촉활동에 대한 감시모니터링과 금지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흡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확산과 여성흡연 피해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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