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정권’ 낙인 … 지지층 ‘흔들’

지역내일 2011-06-10
MB정권 말기엔 '보수위기론', 노무현 말기엔 '진보위기론'
보수정권 실패→보수층 줄고 중도·진보 늘어 … 정권교체 가능성 높여

최근 한나라당 안팎에선 보수위기론이 부쩍 떠돈다. 4선 남경필 의원은 지난달 24일 "정치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보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보수가 벼랑 끝에 섰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지난 7일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강하다는 지역에서 다 졌다"며 "여당에 대한 변화 기대감은 차기로 넘어갔다"고 단언했다.

사실 4년전 노무현정부 말기엔 진보위기론이 범람했다. "이대로 가면 진보는 망한다" "진보는 30년 이내에 집권 못한다"는게 위기론의 골자였다. 왜 일까? 보수정권에선 보수위기론이, 진보정권에선 진보위기론이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중도 25%→37%로 급증 = 전문가들은 정권 실패가 진영(보수 또는 진보)의 위기를 부른다고 해석했다. 보수성향 한나라당이 집권했다가 국민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면 보수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늘고, 결국 중도·진보층이 확대되는 '진영(보수)의 위기'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물론 진보로 분류되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도 마찬가지 악순환이 이뤄졌다는 것. 동국대 박명호(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명박정부는 은진수 구속에서 보여지듯 부패정권으로 전락하면서 보수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노무현정부는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진보의 위기를 불렀다"고 해석했다. 보수정권이 '보수=부패'란 공식을, 진보정권이 '진보=무능'이란 도식을 확인시키면서 '진영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이명박정부는) 도덕성이 결여되고 갈등만 양산하는 무능력을 보여준데다, 미네르바 구속 등 자유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을 초래하면서 보수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보수 또는 진보의 위기는 자파의 축소와 상대의 확산을 부른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명박정부가 실패하면서 보수층이 스스로 보수라고 표출하는 강도가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중도층에선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내일신문 정례여론조사를 보면, 자신을 보수층으로 구분한 응답은 36.0%에 달했다. 중도는 25.0%였다. 하지만 4년 뒤인 2011년 6월 조사를 보면 보수는 33.6%로 줄어든 반면 중도는 37.3%로 대폭 늘었다. 특히 여론주도층인 30대와 40대에선 보수층이 각각 21.6%와 33.4%에 불과했다. 이명박정부의 실패가 보수층의 위축과 중도·진보층의 확대로 귀결된 셈이다.

◆진보의 위기, MB정부 불러 = 정권 실패가 부른 진영의 위기는 정권교체를 부를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노무현정부가 초래한 진보의 위기는 진보층 약화와 보수층 강화로 귀결되면서 이명박정부를 탄생시켰다. 진보정권에 실망한 중도층은 보수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97년 대선 당시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권의 상징이 된 김영삼정부는 "더이상 보수로는 안된다"는 회의를 불렀고, 건국 이후 첫 정권교체를 낳았다.

이명박정부가 부른 보수의 위기가 정권교체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 실마리는 관찰된다. 윤 실장은 "이명박정부 초기엔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기대감을 주지 못했지만, 이후 이명박정부가 실패로 귀결되고 야당이 선거에서 연승하면서 기대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 모두 정권 실패→진영 위기→정권 교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철저히 '준비된 정권'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권 전략통은 "역대정권은 지지층의 가치실현에만 급급하다가 그나마 실패하면서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며 "집권 전에 당파성에 치우치지 않는 지속적 성장과 복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마련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진보는 집권능력을 키우고 보수는 부패와 단절해야 한다"며 "특히 집권세력은 국정운영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532만표차 압승은 대통령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승인이 아닌만큼 밀어붙이기보단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은게 실패를 불렀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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