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결혼식 축의금도 거절했던 김종창, 부산저축은행 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

지역내일 2011-06-10
"자기관리 철저 … 뒷돈 받을 사람은 아니다"
"감사원장 욕심 … 윗선 청탁 뿌리치지 못했을 것"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현직에 있을 때 두 딸을 모두 출가시켰다. 2008년에 치른 차녀의 결혼식, 2009년 장녀의 결혼식은 모두 뒤늦게 화제가 됐다. 두 혼사 모두 청첩장, 축의금, 화환이 없는 이른바 '3무(無)' 결혼식으로 치렀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당시 금감원 내부는 물론 금융·경제계 어떤 인사에게도 결혼식을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 내 일부 간부들이 결혼식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고 참석 의사를 타진했지만 김 전 원장은 "일과 중인 시간에 결혼식에 올 것도 없고, 외부에 알리지도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또 부득이하게 접수된 축의금은 자신이 후원하고 있던 사회복지단체에 전액 기부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전 원장 자녀의 결혼식은 뉴욕타임스에 한국의 저명인사가 본받아야할 혼례문화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 김 전 원장이 지난 9일 검찰에 출두해 14시간 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받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또 이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는지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아시아신탁과의 관계도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아시아신탁 설립 때부터 등기이사로 재직하다가 2008년 3월 금감원장 취임 직전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부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이 회사 지분 4%도 매각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이 모두 매각했다던 아시아신탁 지분이 실제로는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명의 신탁해 차명보유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 김 전 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90억원을 투자했다가 절반가량은 처분하고 나머지는 손실 처리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계열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공동검사 당시 1주일간 검사를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실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같은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을 잘 아는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적어도 금품을 받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부당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금감원 한 인사는 "김 전 원장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신중한 스타일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금품을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소환 전 김 전 원장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던 검찰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도 김 전 원장을 그냥 풀어준 뒤 다시 소환하겠다고 한 것도 구체적인 혐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김 전 원장이 윗선이나 권력 실세의 청탁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전 정권에서 기업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그가 현 정부 들어서 다시 금감원장이라는 요직에 오른 만큼 자리를 마련해준 정권 실세 요청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게다가 김 전 원장은 금감원장에 오른 뒤에도 한은 총재, 감사원장 등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장 이후 또 한자리를 노렸다면 더더군다나 권력 실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이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독 수장부터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 전 원장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을지 몰라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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