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공화국’ 불명예 언제까지] ④ 청소년 흡연, 성인 수준 육박

지역내일 2011-06-10
청소년 흡연율, 3년째 요지부동
고교 남학생 흡연율 25% 여학생은 11.6% … 성인보다 더 해로워
흡연예방 교육은 오히려 감소 … 학교에만 맡겨놓고 정부는 '뒷짐'

흡연은 성인들에게도 해롭지만, 청소년들한테는 더 해롭다.

성장기 청소년이 담배를 피게 되면 가래나 천명, 숨참 등의 호흡기 증상 유병률이 증가한다. 폐의 발육도 지연되고 1초 노력호기폐활량(FEV1) 등이 감소해 폐 기능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주는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8∼19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면, 저밀도지질단백 콜레스테롤 4%, 중성지방 12%, 초저밀도지질단백 콜레스테롤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동능력도 떨어뜨린다. 담배를 피우면 혈중 일산화탄소가 증가해 적혈구의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키고 심박수와 기초대사속도를 증가시켜 운동수행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소년 때 흡연을 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암 발생은 흡연기간 및 흡연량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13세부터 흡연을 시작하면 23세에 흡연을 한 것보다 50세에 폐암에 걸릴 위험성이 3.5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청소년기 흡연은 수명도 줄인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세 이후에 흡연을 하면 4년의 수명이 단축되는 반면에 15세부터 흡연을 시작한 경우에는 무려 8년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피해는 청소년들의 학습능력이다. 흡연으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뇌세포를 파괴하거나 기능을 떨어뜨려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






◆여학생 흡연율이 성인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아 = 청소년 흡연이 성인들보다 몇 배 더 치명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성인과 비교해 요지부동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말에 실시한 성인흡연 실태조사 결과, 처음으로 성인 남성 흡연율이 30%대로 떨어졌다.

2009년말 43.1%였던 흡연율이 지난해 6월 42.6%로 감소하더니 지난해 12월에는 39.6%로 3.5%p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3.9%에서 2.2%로 1.7%p 감소했다.

연령대별 흡연율은 남성이 30대(52.2%)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40대(43.4%), 29세 이하(40.9%) 순이었다. 여성은 29세 이하(5.8%)가 가장 높았다. 최초 흡연연령은 21.1세였다. 성인들의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청소년은 3년째 17%(남학생)와 7∼8%(여학생)를 맴돌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중·고교)은 2007년 17.4%에서 2008년 16.8%로 다소 줄더니 2009년에는 다시 17.4%로 증가했다. 그나마 여학생(중·고교)은 2007년 8.8%에서 2008년 8.2%, 2009년 7.6%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흡연율도 높아졌다. 2009년 중학교 1학년 남학생 흡연율이 5.7%였으나 2학년 11.4%, 3학년은 15.9%로 두배 이상 커졌다. 고등학교는 1학년이 22.0%였고 2학년 25.0%, 3학년 25.0%로 학년이 올라 갈수록 다소 늘었다. 중학교 여학생 흡연율도 남학생처럼 비슷했다. 1학년 3.6%에서 2학년 5.7%, 3학년 6.1%로 증가했다. 고등학생도 1학년 9.0%에서 2학년 10.0%, 3학년 11.6%로 늘었다.

처음 흡연 연령은 남학생, 여학생 모두 13.1세로 같았다. 매일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은 여학생이 14.1세로 남학생보다 0.2세 빨랐다. 중학교 입학 전 흡연 경험률은 남학생, 여학생 공히 13.1%나 됐다. 여학생이 흡연율은 낮지만, 처음 흡연 연령과 매일 흡연 시작 연령을 보면 남학생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서정록 경기도 보건교사는 "지난 4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해보니 무려 10% 정도 흡연 경험이 있었다"며 "대부분 호기심이나 선배, 친구의 권유로 출발한 흡연이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에서 담배 구입 비율 무려 47.7%나 돼 =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지난 2009년 대구가톨릭대학교 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수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2007년 캐나다의 남학생 흡연율이 10.8%에 불과했다. 일본은 2003년에도 10%가 안됐고 호주는 2005년 18% 정도였다.

최근 들어 선진국들은 청소년 흡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청소년 흡연율이 높은 데는 낮은 담배 가격이 주요 원인이지만, 담배 구입이 쉬운 것도 한 이유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말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이 슈퍼(47.7%)와 편의점(15.6%)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비율이 무려 63.3%에 달했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할 때, 연령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율도 41.9%나 됐다.

실제 소비자모임이 지난해 6월 2800여 담배 판매업소를 조사한 결과, 920여 곳에서 담배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지 손쉽게 담배를 살 수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를 단속하고 있기는 하다. 지난 2008년에만 경찰청은 술과 담배 등을 판 업소 6600여개를 단속해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형사처벌 했다.

여가부도 2008년부터 연간 3000여 업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약물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중이다. 그러나 청소년 흡연율은 큰 변동이 없다.

하손숙 여가부 주무관은 "같은 업소를 두 번 점검할 정도로 유해약물 모니터링에 힘을 쏟고 경찰청이 청소년보호법 위반여부를 지속적으로 단속한 결과, 적발 건수가 매년 줄고 있다"며 "하지만 청소년에 대한 별다른 제재방안이 없어 흡연 청소년들의 일탈행위가 교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제에 따라 학교에서 흡연예방 교육 사라져 = 흡연 청소년들을 제재하면 흡연율을 줄일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제재를 한다고 해서 줄어들 흡연율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방안은 담배 가격 인상이다.

하지만 서민 물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쉽지 않다. 방법은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고 흡연 청소년에 대해서는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 밖에 없다. 우선 초·중·고교에서 학교장이 책임지고 일정 시간을 확보해 흡연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지난 2009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보건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오히려 보건교육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교육과정이 교과제가 아니라 재량시간을 활용해 연간 17차시 이상을 하고 있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보건교육이 선택과목으로 편입되면서 학교에서 교과목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교육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집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보건교육을 교과목으로 선택한 것이 14.6% 안팎이다. 다른 시도는 10% 정도다.

나머지 학교는 말 그대로 보건교육을 하고 안하고는 학교장 맘이다. 현행 입시위주 교육에서 흡연예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건교육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학교도 적지 않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35% 가량은 보건교사가 없다. 꽤 많은 청소년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서 교사는 "초등학교도 2013년부터 보건교육 의무규정이 없어진다"며 "흡연 예방교육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중요한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침만 내려줄 뿐, 인력이나 예산지원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자체 차원 흡연예방 사업은 열악해 = 지자체 단위의 흡연예방 교육도 열악하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예방과 금연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는 만큼,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 성인들 대상 사업이 많지, 청소년 사업은 빈약하다. 아무래도 교과부와 여가부가 청소년 흡연예방 교육과 금연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그래도 일선 보건소에서는 학교들이 흡연예방 교육을 신청하면 전문강사를 파견하거나 학교가 의뢰한 학생들에 대해 금연 클리닉을 운영중이다. 또 청소년들이 흡연 장소로 이용하는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한 흡연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김혜경 경기 수원시 보건소장은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흡연예방 사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한적"이라며 "청소년 때부터 흡연을 하면 흡연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학교와 지자체, 시민단체들이 긴밀히 협조해 사전 예방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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