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는 꼭 있어야 할 조직인가. 정치에 대한 평가가 그렇듯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이 흐려진 것은 유감이다.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스스로 존립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6월 국회에 시한이 못 박혔던 사법개혁 문제가 지지부진하게 넘어갈 것 같았던 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소위가 대검 중수부를 없애기로 의결했다. 같은 시간 검찰 내부에 뜻밖의 반응이 일어났다. 퇴근시간이 임박한 오후 5시 박용석 대검차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됐다. '사개특위 검찰소위 결정은 검찰 흔들기'라는 정치권 성토가 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다고 한다. "사법개혁이 아니라 방탄개혁"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는 소식이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도 중단됐다. 밤 9시, 참고인으로 불려와 조사받던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검사들도 퇴근했다. 밤샘수사에 익숙한 검찰수사 생리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삼삼오오 술집에 둘러앉은 검사들은 울분을 토로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비추어지기 충분한 모양새였다.
조직적 저항은 검찰 스스로 존립 타당성 부정하는 것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까지 검찰이 심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래도 청와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현충일이 낀 주말 3일 연휴가 지나간 7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성명을 냈다. 수사중단 비난을 의식한 듯,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수사로 말하겠다"고 선언했다.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질 일이지 배를 침몰시킬 수는 없다"는 말로 중수부 폐지에 대한 반대의견도 분명히 했다.
연휴 중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보도가 곁들여졌다. 청와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검찰이 내세우는 중수부 필요성의 논리-거악 수사에는 전국조직의 강력한 수사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내세워 국회의 중수부 폐지논의에 신중히 대처해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수부 폐지 논의의 경과를 살펴본 것은 정부조직의 하나인 검찰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논의에 그런 식으로 저항할 수 있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검찰이 아니라 한 자연인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나 논의에 반대의견을 말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본연의 업무를 방기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 결정에 즉각 수사중단으로 맞받은 검찰의 반응은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군인이 총을 버리고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말로 검찰의 수사중단 행위를 비판한 어느 정치인의 비유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수사 중인 사건을 중단한 행위는 문책 대상이다.
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검찰은 구차한 변명을 내놓았다. 4일 하루 수사를 중단한 것은 원래부터 쉬기로 결정되어 있었다느니, 그 날도 상당수 수사검사들이 출근했다느니,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안 그랬다면 김준규 총장은 왜 수사계속 의지를 천명했는가. 검찰은 중수부 폐지논의에 그런 식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를 태세로 위협을 가하는 무뢰배의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왜 여당의원들까지 가세해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그 근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각고의 쇄신안을 내놓는 것이 이성적인 대응이다.
직접수사기능 폐지 받아들여야
중수부의 일반적 수사기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검찰의 자체논리처럼 거악을 척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도 없다.
문제는 정치적 편향성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한없이 유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잔인할 만큼 가차없이 칼을 휘둘러 온 것을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다. 양자에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면 국회가 들고 일어나 수사권을 빼앗으려 할 이유가 없다.
중수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가라앉히려면 직접수사기능 폐지를 받아들이는 길뿐이다. 전국적인 조직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도 대검에 수사기능은 두지 않은 여러 나라 사례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다. 중수부가 검찰의 상징이고 꽃이라는 구시대적 관념과 권위주의 발상을 벗어던지지 않는 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요원하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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