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국회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주중에도 8시간 이상 노동 '불법 만연' … 정부 실태조사조차 없어
"주로 겨울방학 때 일했어요. 아침이나 오후부터 시작했는데, 늦으면 밤 10시까지 배달했죠."(인천·중3학년·피자배달)
"일한 기간요? 고1 때부터 했으니까, 거의 2년반이나 됐네요. 학교 다닐 때는 5시간 정도, 주말·방학엔 아침부터 12시간해요. 11시반에 마쳐서 집에 오죠. 평일에 일하면 수업할 때 힘들어요."(부산·고3학년·닭튀김배달)
"휴게실은 아래층에 있는데, 거기서 쉬는 사람은 점장님뿐이죠. 밥 먹는 시간에 쉬죠. 음식 만드는 옆에서 밥 먹어요. 배달 빨리 갔다가 올 때, 천천히 오면서 쉬는 거예요."(서울·고3학년·배달)
일하는 청소년의 장시간노동 등 인권보호에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달부터 주40시간제(주5일제)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지만 어린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문제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청소년 건강과 학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명시한 노동시간 제한규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20여년이나 손질되지 않고 있다.
◆11% "하루 8시간 이상 노동" = 우리나라 청소년의 장시간노동에 대한 최근 정부 조사는 없다. 대신 민간단체의 조사결과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달 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보고'를 보면 조사대상 청소년중 '일주일에 6일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34.3%였다. 또 주중엔 '하루 4시간 이상 6시간 미만 일한다'는 대답이 31.4%로 가장 높았고, '6시간 이상 8시간 미만 일한다'는 답도 19.1%였다. '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이는 11.7%였다.
주말엔 38.5%가 '8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청소년에게 하루 7시간 이상(하루 1시간 주6시간 연장근로 가능) 일을 시킬 수 없도록 돼 있다.
'주 휴일이 보장되느냐'는 질문에 55%만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중 절반이 넘는 55.2%는 '무급'이라고 답했고, 33.1%는 '무응답'이었다. 이는 청소년에게 주휴일이 보장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단체가 2008년 실시한 청소년 노동실태 조사에서도 56.7%가 '주말이나 휴일 6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고, 29.1%는 '평일에 하루 6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정부 국회 무관심 때문에 = 전문가들은 청소년 장시간노동문제 원인을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이 청소년 노동인권보호에 대해 희박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나, 법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청소년 제한노동시간을 엉터리로 규제하고도 20년이나 방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일 7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해 성인의 주40시간제보다 하루치(5시간)를 더 일하도록 한 셈이다.
청소년은 이미 노동시장 한축을 담당할 정도로 확산돼 있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주유소 PC방 등과 같은 소규모 유통업체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전문계고 실습생이나, 병역특례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노동력을 활용중이다. 청소년 노동력은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들 보호에 대한 인식은 천박한 게 현실이다.
일하는 청소년을 단순 '알바'로만 취급하면서 법률적 정책적 보호 없이 무방비 상태로 두면 악덕 업주들의 배만 불리고, 미래 사회인의 노동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은 고착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은 "일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돈이 절실한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다보니 노동시간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와 국회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법정 연소근로자(15세 이상 18세 미만) 규모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15세~20세 미만 노동인구를 집계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 4월 현재 청소년 취업자는 19만8000명이다. 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는 1만8000명으로, 실업률이 8.4%였다. 이는 전체 실업률 3.7%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이 통계로 청소년 근로실태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지난 2003년 고용노동부가 전국 중고등학생 3만6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르바이트 조사를 보면 22.1%(7900명)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전국 중고등학생의 수(2002년말 현재 366만3512명)로 환산하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수는 79만 명에 육박한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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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도 8시간 이상 노동 '불법 만연' … 정부 실태조사조차 없어
"주로 겨울방학 때 일했어요. 아침이나 오후부터 시작했는데, 늦으면 밤 10시까지 배달했죠."(인천·중3학년·피자배달)
"일한 기간요? 고1 때부터 했으니까, 거의 2년반이나 됐네요. 학교 다닐 때는 5시간 정도, 주말·방학엔 아침부터 12시간해요. 11시반에 마쳐서 집에 오죠. 평일에 일하면 수업할 때 힘들어요."(부산·고3학년·닭튀김배달)
"휴게실은 아래층에 있는데, 거기서 쉬는 사람은 점장님뿐이죠. 밥 먹는 시간에 쉬죠. 음식 만드는 옆에서 밥 먹어요. 배달 빨리 갔다가 올 때, 천천히 오면서 쉬는 거예요."(서울·고3학년·배달)
일하는 청소년의 장시간노동 등 인권보호에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달부터 주40시간제(주5일제)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지만 어린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문제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청소년 건강과 학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명시한 노동시간 제한규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20여년이나 손질되지 않고 있다.
◆11% "하루 8시간 이상 노동" = 우리나라 청소년의 장시간노동에 대한 최근 정부 조사는 없다. 대신 민간단체의 조사결과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달 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보고'를 보면 조사대상 청소년중 '일주일에 6일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34.3%였다. 또 주중엔 '하루 4시간 이상 6시간 미만 일한다'는 대답이 31.4%로 가장 높았고, '6시간 이상 8시간 미만 일한다'는 답도 19.1%였다. '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이는 11.7%였다.
주말엔 38.5%가 '8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청소년에게 하루 7시간 이상(하루 1시간 주6시간 연장근로 가능) 일을 시킬 수 없도록 돼 있다.
'주 휴일이 보장되느냐'는 질문에 55%만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중 절반이 넘는 55.2%는 '무급'이라고 답했고, 33.1%는 '무응답'이었다. 이는 청소년에게 주휴일이 보장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단체가 2008년 실시한 청소년 노동실태 조사에서도 56.7%가 '주말이나 휴일 6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고, 29.1%는 '평일에 하루 6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정부 국회 무관심 때문에 = 전문가들은 청소년 장시간노동문제 원인을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이 청소년 노동인권보호에 대해 희박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나, 법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청소년 제한노동시간을 엉터리로 규제하고도 20년이나 방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일 7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해 성인의 주40시간제보다 하루치(5시간)를 더 일하도록 한 셈이다.
청소년은 이미 노동시장 한축을 담당할 정도로 확산돼 있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주유소 PC방 등과 같은 소규모 유통업체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전문계고 실습생이나, 병역특례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노동력을 활용중이다. 청소년 노동력은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들 보호에 대한 인식은 천박한 게 현실이다.
일하는 청소년을 단순 '알바'로만 취급하면서 법률적 정책적 보호 없이 무방비 상태로 두면 악덕 업주들의 배만 불리고, 미래 사회인의 노동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은 고착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은 "일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돈이 절실한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다보니 노동시간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와 국회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법정 연소근로자(15세 이상 18세 미만) 규모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15세~20세 미만 노동인구를 집계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 4월 현재 청소년 취업자는 19만8000명이다. 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는 1만8000명으로, 실업률이 8.4%였다. 이는 전체 실업률 3.7%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이 통계로 청소년 근로실태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지난 2003년 고용노동부가 전국 중고등학생 3만6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르바이트 조사를 보면 22.1%(7900명)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전국 중고등학생의 수(2002년말 현재 366만3512명)로 환산하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수는 79만 명에 육박한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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