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과 소통하는 법 배운다

지역내일 2011-06-14

서울 금천구, 간부역량강화교육 눈길
회의·토론 중심 30시간 과정 필수

"당신은 지금 남태평양을 표류 중입니다. 난파과정에서 보존된 15가지 물품이 있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물품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세요."

"당신이 책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동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20분 분량으로 정리하세요. 책을 빌린 사람은 동료의 이야기를 잘 듣고 독후 감상문을 제출하시오."

서울 금천구 간부공무원들이 다시 교실에 모였다. 교육 내용도 30년 넘는 공무원생활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로 구성돼있다. 부하직원, 주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간부역량강화교육이다.

◆강좌마다 실습은 필수 = 금천구 '과장님 동장님 국장님'들이 5월 11일부터 꼬박 한달간 하루 세시간씩 총 30시간 강의실을 지켜야 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5급 이상 간부들이 수평적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간부들이 가진 역량을 120% 향상시킨다는 목표에 따라 마련한 간부역량교육이다.

3월부터 두달간 준비해 전문기관인 '발전전략연구소'를 찾아냈다. 민간 회사 중심인 교육과정을 공직용으로 전환하도록 조정하는데 또 3주가 걸렸고 드디어 5월 강좌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5급 50여명 가운데 희망자를 우선으로 첫 대상자 29명을 선정했다.

강좌는 딱딱한 강의실형 수업에서 벗어난 회의 토론 중심. 소통이라는 '주고받기'의 이해, 자신과의 소통, 수평적 리더십과 소통 등 강좌마다 실습시간이 따라붙었다.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소통을 이야기할 때는 '소리없이 말하기'를, 자신과의 소통 시간에는 '본인을 주제로 한 책 쓰기를 실습했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가상 체험을 하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효율적인 방향으로 일치시키는 과정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수업에서는 회의 개념과 절차를 다시 깨우치도록 구성했다.

석종득 발전전략연구소장은 "본인 스스로와 소통하고 외부로 표현, 다른 사람과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토론방식을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부들끼리 토론하고 논의한 내용을 업무와 적용할 수 있는 과제물로 내줘 각 부서로 돌아가 부하직원들과 대화를 하도록 했다"며 "대화를 통해 열리게 되고 수직적 관계에 수평적 부분이 가미된다"고 덧붙였다.

주 2회 하루 3시간 내리 강의에다 교육이수를 위해서는 전체 강좌 중 80% 이상 출석에 과제물 점수가 60점은 넘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들 호응은 좋았다. 석 소장은 "처음에는 힘들어하더니 3일차부터는 분위기가 전환됐다"며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휴식시간에는 오십 넘은 간부들도 교실 한켠에 마련해놓은 간식을 나눠먹으며 동료들과 강의내용이나 수업태도 등에 관해 농담을 던지는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단다.

◆"술자리 아니어도 통하네" = 높은 호응도만큼이나 교육에 대한 평도 호의적이었다.

정경호 행정지원국장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다가도 절충·합의과정을 거쳐 웃으면서 통일된 방향을 찾았다"며 "간부들도 이런 민주적 방법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종일 기획홍보과장도 "그간 소통에 대해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있었다"며 "직원들 얘기를 들으려면 술이나 음식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강의에서 다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배웠다"며 "개인적 주장을 관철하기보다 토론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가는 것이 소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간부들이 강의실에서 챙긴 내용을 어느 정도나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석종득 소장 지적대로 특정 영역에서 경력차가 큰 부하직원들을 마주하는 건 제한된 공간에서 경력이 엇비슷한 동료들을 대하는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석 소장은 "당장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참여와 소통방식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간부들이 6·7급 교육때 조언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경호 국장은 "직급에 맞는 소통리더십 교육이 가능하다"며 "하반기 간부교육과 함께 이후에는 6급 팀장, 직원들까지 소통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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