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최씨 징역 3년 실형 … 우즈벡선 고위공무원 16년형
한국 온 산업연수생 급여 가로채 … 우즈벡대사관도 이용당해
"고국을 떠나 멀리 대한민국까지 와서 일하는 다수의 우즈베키스탄 산업연수생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드러난 피해액만도 20억원이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징역 3년에 10억원의 벌금에 처한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최 모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등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의 현직 장관이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 한-우즈벡 양국의 산업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기사건에 대해 11개월만에 1심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7월 21일 구속기소된 최씨는 "우즈벡 정부가 음해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공범들에 대한 현지 법원의 판결문과 재판기록을 요청했다.
자료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재판부는 최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5개월만에 우즈벡의 판결문이 도착하자 재판부는 13일 재판을 재개했다. 최씨의 무죄항변이 허위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최씨를 구속했다. 그리고 변론종결 후 하루만에 서둘러 선고한 것은 구속 만료 시한인 6개월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수출신 고려인, 250만원 월급받다 16억 저택구입 = 이 사건은 갈수록 강화되는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일대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과의 경제교류에서 심각한 불신을 낳았다. 우즈벡 정부의 현직 장관이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공문을 남발하고, 부하직원을 동원하는가 하면, 대사관까지 '사기범'의 신분을 보증하는데 이용됐기 때문이다.
고려인 3세인 최씨는 우즈벡에서 교수를 지낸 엘리트였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서울에 들어온 그는 통역을 하며 월급 250여만원의 평범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을 상대로 한 사기행위에 얽힌 지 4년만에 서울 삼청동에 16억원짜리 저택을 구입하고, 1억 4000만원 상당의 벤츠를 굴리는 재산가로 변신했다.
우즈벡 노동사회복지부 장관 아비도프와 그 산하기관인 해외노동인력이주공단 대표 라힘바바예프, 그리고 최씨는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을 들여보낸 후 그들의 급여에서 일정액을 착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연수생을 받은 기업들이 월급가운데 일정액을 우즈벡 정부의 연금계좌에 원천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은 정부의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연금을 빼돌렸다.
이를 위해 아비도프 장관은 최씨를 노동사회복지부의 한국대표부 대표로 임명하는 임명장을 발급했다. 우즈벡 정부는 한국대표부 설치를 결정한 바 없으나, 장관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임명장을 내준 것이다. 따라서 최씨는 취임절차도 밟지 않았다.
◆현직장관 직접 서울에 와서 범행 지시 = 한국의 농협이 최씨의 신분을 의심했다. 그러자 주한 우즈벡 대사관은 노동사회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한국대표부 대표가 맞다는 확인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연수생들의 연금을 관리하던 세 개의 기관을 상대로 앞으로는 모든 송금을 본국정부가 아닌 최씨가 관리하는 계좌로 하라고 요구했다.
아비도프 장관은 직접 서울에 들어와 이들 기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정부계좌로 보내면 다른 기관에서 모두 빼앗아가 버리니 최소경비만 노동부로 송금하고 나머지는 최씨가 관리하는 계좌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최씨 계좌로 빼돌려진 돈은 다시 해외노동인력이주공단 라힘바바예프나 그의 부인 계좌로 옮겨졌다.
우즈벡으로 돌아간 연수생들이 연금을 찾으려고 했을 때, 그들은 증발해버린 계좌 앞에서 분노했다. 우즈벡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해외로 날라버린 라힘바바예프를 인터폴이 공조해 잡아들였다. 타시켄트의 지방법원은 라힘에게 16년형을 선고했다.
◆ 묻거나 따져보지 않고 수사 중지처리한 우즈벡 검찰 = 그러나 우즈벡 검찰은 아비도프 장관에 대해서는 전과가 없고, 60세를 넘긴 고령이며, '제헌15주년 사면대상기준에 해당한다'며 유무죄판단을 하지 않는 형사사건절차 중지 결정을 내렸다.
우즈벡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최씨는 한국에 귀화신청을 했고 재판 중에 '한양 최씨'의 국적을 얻었다. 그는 사기범행을 한 것은 우즈벡 공무원들이며 자신은 임명장과 공문을 받아 사실인줄 알고 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5년 아비도프가 해임조치했는데도 2006년까지 대표행세를 계속한 것으로 보아 장관일행의 사기행각을 알고 가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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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산업연수생 급여 가로채 … 우즈벡대사관도 이용당해
"고국을 떠나 멀리 대한민국까지 와서 일하는 다수의 우즈베키스탄 산업연수생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드러난 피해액만도 20억원이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징역 3년에 10억원의 벌금에 처한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최 모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등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의 현직 장관이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 한-우즈벡 양국의 산업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기사건에 대해 11개월만에 1심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7월 21일 구속기소된 최씨는 "우즈벡 정부가 음해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공범들에 대한 현지 법원의 판결문과 재판기록을 요청했다.
자료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재판부는 최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5개월만에 우즈벡의 판결문이 도착하자 재판부는 13일 재판을 재개했다. 최씨의 무죄항변이 허위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최씨를 구속했다. 그리고 변론종결 후 하루만에 서둘러 선고한 것은 구속 만료 시한인 6개월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수출신 고려인, 250만원 월급받다 16억 저택구입 = 이 사건은 갈수록 강화되는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일대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과의 경제교류에서 심각한 불신을 낳았다. 우즈벡 정부의 현직 장관이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공문을 남발하고, 부하직원을 동원하는가 하면, 대사관까지 '사기범'의 신분을 보증하는데 이용됐기 때문이다.
고려인 3세인 최씨는 우즈벡에서 교수를 지낸 엘리트였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서울에 들어온 그는 통역을 하며 월급 250여만원의 평범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을 상대로 한 사기행위에 얽힌 지 4년만에 서울 삼청동에 16억원짜리 저택을 구입하고, 1억 4000만원 상당의 벤츠를 굴리는 재산가로 변신했다.
우즈벡 노동사회복지부 장관 아비도프와 그 산하기관인 해외노동인력이주공단 대표 라힘바바예프, 그리고 최씨는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을 들여보낸 후 그들의 급여에서 일정액을 착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연수생을 받은 기업들이 월급가운데 일정액을 우즈벡 정부의 연금계좌에 원천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은 정부의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연금을 빼돌렸다.
이를 위해 아비도프 장관은 최씨를 노동사회복지부의 한국대표부 대표로 임명하는 임명장을 발급했다. 우즈벡 정부는 한국대표부 설치를 결정한 바 없으나, 장관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임명장을 내준 것이다. 따라서 최씨는 취임절차도 밟지 않았다.
◆현직장관 직접 서울에 와서 범행 지시 = 한국의 농협이 최씨의 신분을 의심했다. 그러자 주한 우즈벡 대사관은 노동사회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한국대표부 대표가 맞다는 확인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연수생들의 연금을 관리하던 세 개의 기관을 상대로 앞으로는 모든 송금을 본국정부가 아닌 최씨가 관리하는 계좌로 하라고 요구했다.
아비도프 장관은 직접 서울에 들어와 이들 기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정부계좌로 보내면 다른 기관에서 모두 빼앗아가 버리니 최소경비만 노동부로 송금하고 나머지는 최씨가 관리하는 계좌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최씨 계좌로 빼돌려진 돈은 다시 해외노동인력이주공단 라힘바바예프나 그의 부인 계좌로 옮겨졌다.
우즈벡으로 돌아간 연수생들이 연금을 찾으려고 했을 때, 그들은 증발해버린 계좌 앞에서 분노했다. 우즈벡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해외로 날라버린 라힘바바예프를 인터폴이 공조해 잡아들였다. 타시켄트의 지방법원은 라힘에게 16년형을 선고했다.
◆ 묻거나 따져보지 않고 수사 중지처리한 우즈벡 검찰 = 그러나 우즈벡 검찰은 아비도프 장관에 대해서는 전과가 없고, 60세를 넘긴 고령이며, '제헌15주년 사면대상기준에 해당한다'며 유무죄판단을 하지 않는 형사사건절차 중지 결정을 내렸다.
우즈벡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최씨는 한국에 귀화신청을 했고 재판 중에 '한양 최씨'의 국적을 얻었다. 그는 사기범행을 한 것은 우즈벡 공무원들이며 자신은 임명장과 공문을 받아 사실인줄 알고 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5년 아비도프가 해임조치했는데도 2006년까지 대표행세를 계속한 것으로 보아 장관일행의 사기행각을 알고 가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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