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학 양천구청장, 에코도시 조성 앞장 … 둘레길 25km 조성키로
"직장에서 퇴근하고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야간산행 한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보통 야간산행하면 멀리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을 떠올리는데 도심 속에서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1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양천구청 앞 양천공원에는 등산복 차림의 주민과 아이들 200여명이 모였다. 양천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야간산행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갈산의 유래를 듣다 = 이곳에서 유경자 숲해설가가 '갈산'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갈산이 처음에는 칼산으로 불렸어요. 안양천이 흐르면서 산 동쪽부분이 침식돼 칼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칼산이 억양이 강해서 갈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던 한 시민이 "달 좀 보세요. 참 좋네요"라고 말하자 모두 동쪽 하늘에 뜬 달을 쳐다보았다.
이날 두 아이(4·10세)와 함께 참여한 심규호 조소영 부부는 "일찍 퇴근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야간산행을 하게 됐다"며 "가까운 동네에서 할 수 있고 어려운 코스도 아니어서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다" = 주민들은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랜턴으로 비추며 걸은 뒤 아파트단지 녹지길을 거쳐 계남근린공원으로 향했다. 계남공원에는 도로로 끊어진 산길을 연결하는 생태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을 거쳐 산림문화강연장에서 산행을 끝내고 도로로 내려와 양천구청까지 걸어간 뒤 해산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반이 지났다.
청소년 구정평가단 강신초등학교 5학년 임 혁 학생은 "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라며 "다음에도 또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야간산행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짜낸 것은 이제학 양천구청장이다.
◆에코도시 만든다 = 이제학 구청장은 "양천은 도심 주변에 5개의 산이 있다"며 "일상생활에 지친 주민들이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매주 화요일 저녁에 야간산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3월 양천 둘레길이 완성되면 4개 권역으로 나눠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둘레길 조성은 이 구청장의 공약인 '에코도시 희망양천 만들기'의 하나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둘레길 조성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15억원의 특별교부금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또 양천구에는 41km가 넘는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어 에코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구청장은 수요일마다 바쁜 일정이 없으면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공원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현장점검도 한다.
취임한 지 1년이 다가오자 이 구청장은 "최우선 과제였던 일자리 창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무상급식사업도 초등학교 1~4학년까지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점사업을 좀더 꼼꼼하게 챙겨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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