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기관·업체 9곳 압수수색 , 창투사 회장 구속영장 신청
인지수사 해명 불구 비리첩보 경찰로 집중 … 공직사회 긴장
경찰이 최근 공공기관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공언한 것과 맞물리면서 정권후반기 경찰발 사정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이은 공공기관 수사와 내부 첩보에 따른 인지수사일 뿐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사정 수사를 벌이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비리 관련 첩보가 최근들어 경찰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 의지와 상관없이 공공기관 사정이 본격화 한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공직사회가 경찰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대규모 경제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연초 본격 가동하면서 경찰발 대형 공공기관 비리의혹 수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방경찰청들 역시 국민혈세로 운영되거나 민생과 직결된 기관에 대한 수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이틀새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과 방사청 군납업체 5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회삿돈 유용 혐의가 있는 창업투자회사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숨가쁠 정도로 전격적인 수사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창투사 특성상 회삿돈이 유용될 경우 이는 곧바로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창투사 수사는 결과에 따라선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에 버금갈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14일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제일창투 회장 허 모(58)씨는 2002년 초부터 자신의 개인 토건회사가 94억원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일창투의 투자자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004년 1월 회계감사에서 적발됐고 허씨는 이를 해결하고자 제일창투가 운영하는 투자조합 돈을 끌어다 어음을 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듬해 초부터 11월까지 자신의 개인소득세 40억원을 회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고 2009년 2월에는 회삿돈 5억원을 비상장주식 매입 명목으로 빼돌리고서 이를 지난해 5월 개인범죄 추징금을 내는데 쓴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2008년부터는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창투가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가공 매출을 일으킨 뒤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어 공시하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허씨가 가공매출의 근거로 투자계약서와 통장, 사업자등록증 등을 2008년 7월부터 올해 초까지 21차례에 걸쳐 위조 또는 변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제일창투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한국거래소와 현재 소송 중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장폐지가 거의 확실시된다"며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손해를 입게 됐는데 다른 창투사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군에 건빵과 햄버거용 빵을 납품하는 업체 5곳이 미리 짜고 방위사업청 입찰에 참여한 혐의(입찰방해)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담합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입찰 예정가격을 사전에 입수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대상을 방위사업청 공무원들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최근 2년간 방위사업청에서 건빵과 햄버거용 빵 납품 입찰이 나오면 입찰 가격을 담합한 뒤 참여 순서를 정해 1개 업체씩 돌아가며 낙찰을 받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압수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업체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방위사업청 입찰 담당 공무원이 연루됐는지 여부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전날엔 임원들이 횡령혐의를 받고있는 교통공단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편 같은날 서울지방경찰청은 무자격 검진 의혹이 제기된 한국의학연구소(KMI)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제주경찰청은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일고 있는 서귀포 쓰레기매립장을 압수수색했다. 또 충주경찰서 등도 인사비리 혐의가 있는 충주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4일 하루동안 전국 곳곳에서 5개 군납업체와 3곳의 공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동시 다발로 진행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공기업 인사 등과 맞물리면서 경찰 안팎에서 공공기관들에 대한 비리의혹 관련 첩보와 제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이를 두고 경찰이 목적을 갖고 공직사회 사정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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