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절전 캠페인은 말뿐이었나

지역내일 2011-06-16
허영섭 언론인

일본 공무원들의 여름철 근무복장이 달라졌다고 한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대신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차림의 자유복장으로 바뀐 것이다. 청소년들이 즐겨 입는 찢어진 청바지와 해수욕장용 샌들 정도만 금지된 상태다. 전기 절약을 위한 이른바 '수퍼 쿨비즈(super cool-biz)' 방침의 일환이다.

해마다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쿨비즈' 방안이 마련됐으나 올해는 거기서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기업들도 일찌감치 반나절 근무체제에 돌입하거나 아예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으로 전력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짐으로써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의 대지진 직후 국내에서도 안전 문제로 인해 원전편중 정책에서 탈피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절전의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떠나서도 국제 고유가 현상에 따른 에너지 절약방안이 꾸준히 요구되어 왔다. 그런 논의가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슬로건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일부 중앙부처의 경우 올해의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하니,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 에너지 위기를 내세워 기업과 가정에 대해 자발적인 절전을 주문해놓고도 정작 자기들은 전기를 헤프게 썼다는 눈총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우리 공무원들이 굳이 일본처럼 복장을 자유화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절전의 솔선수범 의식만큼은 갖춰야 한다. 관청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솔선수범이 따르지 않고는 아무리 절전 캠페인을 벌여도 국민들의 냉소만 키울 뿐이다.

공급능력 안에서 수요 조정해야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전력사정은 이미 한계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발전소를 새로 짓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전력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이나 겨울철에는 전력 예비율이 위험수위에 육박하기 마련이다. 자칫 발전소가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전국적으로 연쇄 공급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일부 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이 중단됨으로써 막대한 생산차질을 초래한 바 있다. 겨울철 기온이 급강하함으로써 전력 사용량이 전국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발생한 정전사고였다. 백화점이나 은행 점포에서는 난방온도가 제한됐고 지하철 운행시간이 긴급히 조정되기도 했다.

이번 여름철이 시작되면서도 벌써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로는 절전의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밤거리 유흥업소 네온간판들의 절전도 이미 과거의 얘기일 뿐이다. 조만간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일시적으로 전력사용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전력수급 정책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 수요의 증가에 맞추기보다는 공급능력 안에서 수요를 조정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어차피 전력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만큼 발전소를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풍력·태양광·조력발전소들도 환경훼손 논란에 지역 주민들의 집단적인 반발에 처하는 경향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번 여름철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도쿄에 있어서도 전력공급이 지난해보다 15%나 줄어들 것이라 하지만 대지진의 여파를 이겨낸 주인공들인 만큼 전력난도 충분히 이겨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불편을 견뎌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원전사고 대응 교훈 삼아야

전력공급이 일시에 중단된다면 컴퓨터 전원이 끊기고 엘리베이터와 전철의 운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불편을 생각해 본다면 차라리 지금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는 편이 훨씬 지혜로운 방법이다.

전기는 스위치나 리모컨 하나로 간단히 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용한 다음에는 역시 간단히 끌 수 있는 게 전기다. 적어도 일본의 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 안전의 위험성을 느꼈다면 이번 여름철에는 무더위에 더 견뎌보는 것도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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