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위 얻기 어렵고 생계도 '막막'
3200명중 230여명만 인정 … 난민신청 뒤 1년 지나야 취업허가
'난민법' 통과에 기대
#지난 2011년 3월. 미얀마 출신 난민 바하씨(37·가명)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난 2005년 10월 난민지위신청을 한 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하씨는 고국에서 소수민족으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반군 조직에게 두 번에 걸쳐 거액의 후원금을 주었다는 이유로 군인들로부터 살해의 위협을 받았고 그래서 고국을 탈출했다. 천신만고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당시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모국의 상황이 워낙 위험했고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입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법무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4년이 지난 2009년 4월에 난민지위인정불허 통지서를 전해왔다.바하씨는 이의신청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1심 법원 결정 역시 변함이 없었다. 후원금을 준 시기와 당국에 체포된 시기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제출한 면담기록부에 자신이 했던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속속 드러난 것. 한국어를 영어로 다시 영어를 친족어로 통역하는 이중통역과정에서 질문자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특히 바하씨의 답변은 면담기록부에 한국어로만 기재됐고 자신의 답변이 올바르게 기재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런 생계보장도 없이 장기화된 난민심사와 기록의 오류로 인해 바하씨는 5년이 넘는 시간을 생활고와 불안 속에 견뎌야만 했다.
난민 지위를 얻으려고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은 적절한 생계 수단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ㆍ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는 잘못된 오역 등 통역의 벽에 부딪쳐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당장 난민 면담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등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이같은 난민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난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허술한 점을 고려 국회 계류 중인 '난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2011년은 국제사회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의 난민 실상을 짚어 봤다.
◆난민신청자 생계 '사각지대' 방치 =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14일 기준으로 3260명이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 584명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697명이 심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해 이 중 222건이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이다. 235명만이 난민지위를 받았다. 이 외에 132명은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받았으며 1604명은 난민신청이 불허되었고 580명은 스스로 철회했다.
이들 중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안 된 사람들은 생계 수단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지난 2008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자에게도 취업 허가를 내주도록 했지만 신청 후 1년이 지나야 한다는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의신청 심사까지 거쳐 불허 결정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 체류가 유예된 사람들도 현행 법 규정상 취업할 수 없다.
난민인권센터(NANCEN)는 현재 심사 중인 인원이 584명이나 되는 것과 관련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37명이나 증가한 수치라며 최근 난민심사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난민신청은 계속 증가하는데 심사 인력과 정책적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심사가 계속 늦어지며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난민들은 꾸준히 증가해 2008년 이후에는 해마다 3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담 인력은 단 3명 뿐이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신청 후 1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생계지원도 전혀 없기 때문에 심사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적인 곤란에 직면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법무부가 학계와 시민단체에 의뢰해 난민 신청자와 인정자 등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생계비 지원(43.1%)이 필요하다고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6.9%가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 적이 있었고 45.3%가 한 달 평균 50만~100만원을 번다고 대답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취업 제한 정책은 실효가 없을뿐더러 생존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난민 신청자의 어려움만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난민법 통과땐 난민 생계불안 해소 기대 = 현재 국회에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난민 관련 조항을 별도 법률로 분리하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난민 지원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조만간 국회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앞둔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난민들의 생계 불안이 많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난민협약 등 국제법적 기준에 맞춰 난민의 정의와 범주를 명확하게 하고 공항과 항만에서의 난민신청절차의 신설, 난민신청자에게 변호인의 조력과 통역의 제공, 난민인정협의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기능의 보장 등을 담고 있다.
난민인권센터의 최원근 사업팀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난민보호정책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안에서 또 주목할 만한 내용은 정부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이다.
또 취업 허가 시점을 신청 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줄이고, '난민 신청자' 개념에 행정소송 중인 사람까지 포함해 혜택을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무부측이 난민 신청자 범위 확대 등에 대해 '난민 판단을 하는 기관이 법무부라는 법 체계가 흔들린다'며 반대하고 있어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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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명중 230여명만 인정 … 난민신청 뒤 1년 지나야 취업허가
'난민법' 통과에 기대
#지난 2011년 3월. 미얀마 출신 난민 바하씨(37·가명)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난 2005년 10월 난민지위신청을 한 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하씨는 고국에서 소수민족으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반군 조직에게 두 번에 걸쳐 거액의 후원금을 주었다는 이유로 군인들로부터 살해의 위협을 받았고 그래서 고국을 탈출했다. 천신만고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당시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모국의 상황이 워낙 위험했고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입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법무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4년이 지난 2009년 4월에 난민지위인정불허 통지서를 전해왔다.바하씨는 이의신청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1심 법원 결정 역시 변함이 없었다. 후원금을 준 시기와 당국에 체포된 시기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제출한 면담기록부에 자신이 했던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속속 드러난 것. 한국어를 영어로 다시 영어를 친족어로 통역하는 이중통역과정에서 질문자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특히 바하씨의 답변은 면담기록부에 한국어로만 기재됐고 자신의 답변이 올바르게 기재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런 생계보장도 없이 장기화된 난민심사와 기록의 오류로 인해 바하씨는 5년이 넘는 시간을 생활고와 불안 속에 견뎌야만 했다.
난민 지위를 얻으려고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은 적절한 생계 수단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ㆍ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는 잘못된 오역 등 통역의 벽에 부딪쳐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당장 난민 면담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등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이같은 난민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난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허술한 점을 고려 국회 계류 중인 '난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2011년은 국제사회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의 난민 실상을 짚어 봤다.
◆난민신청자 생계 '사각지대' 방치 =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14일 기준으로 3260명이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 584명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697명이 심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해 이 중 222건이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이다. 235명만이 난민지위를 받았다. 이 외에 132명은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받았으며 1604명은 난민신청이 불허되었고 580명은 스스로 철회했다.
이들 중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안 된 사람들은 생계 수단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지난 2008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자에게도 취업 허가를 내주도록 했지만 신청 후 1년이 지나야 한다는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의신청 심사까지 거쳐 불허 결정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 체류가 유예된 사람들도 현행 법 규정상 취업할 수 없다.
난민인권센터(NANCEN)는 현재 심사 중인 인원이 584명이나 되는 것과 관련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37명이나 증가한 수치라며 최근 난민심사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난민신청은 계속 증가하는데 심사 인력과 정책적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심사가 계속 늦어지며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난민들은 꾸준히 증가해 2008년 이후에는 해마다 3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담 인력은 단 3명 뿐이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신청 후 1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생계지원도 전혀 없기 때문에 심사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적인 곤란에 직면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법무부가 학계와 시민단체에 의뢰해 난민 신청자와 인정자 등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생계비 지원(43.1%)이 필요하다고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6.9%가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 적이 있었고 45.3%가 한 달 평균 50만~100만원을 번다고 대답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취업 제한 정책은 실효가 없을뿐더러 생존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난민 신청자의 어려움만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난민법 통과땐 난민 생계불안 해소 기대 = 현재 국회에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난민 관련 조항을 별도 법률로 분리하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난민 지원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조만간 국회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앞둔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난민들의 생계 불안이 많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난민협약 등 국제법적 기준에 맞춰 난민의 정의와 범주를 명확하게 하고 공항과 항만에서의 난민신청절차의 신설, 난민신청자에게 변호인의 조력과 통역의 제공, 난민인정협의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기능의 보장 등을 담고 있다.
난민인권센터의 최원근 사업팀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난민보호정책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안에서 또 주목할 만한 내용은 정부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이다.
또 취업 허가 시점을 신청 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줄이고, '난민 신청자' 개념에 행정소송 중인 사람까지 포함해 혜택을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무부측이 난민 신청자 범위 확대 등에 대해 '난민 판단을 하는 기관이 법무부라는 법 체계가 흔들린다'며 반대하고 있어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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