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낫다”

지역내일 2011-06-21
"되레 검찰권만 세져" … 수사권 조정에 뿔난 경찰, 집단반발 조짐
합의안 수정·무효화 요구 … "총선때 전략투표" 국회 압박도

"이런식이라면 논의할 필요도 없었다. 검찰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결국 무소불위 권력집단인 검찰을 위한 것이었을뿐이다."

"오히려 검찰권 강화다. 차라리 현행법을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 이게 무슨 조정이고, 합의인가? 차라리 판을 엎어야 한다.

경찰이 뿔났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검·경수사권조정 합의안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합의를 종용받은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는 '국민을 위해' 합의안을 수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다르다. 강요받은 수사권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권 조정이 아닌 검찰권 강화라며 분개하고 있다. 집단 반발 조짐마저 보인다.

경찰은 특히 합의안 가운데 사법경찰관의 역할을 규정한 형소법 196조 첫 항에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에 격앙하고 있다.

기존 형사소송법과 다를 바가 없고 검사의 지휘권만 더욱 강조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사건의 98%를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있고 검찰 수사는 2%밖에 안되는 현실을 고려해도 경찰이 수사의 보조자가 아닌 주체로 인정받는 게 196조 첫항에 들어가는게 옳다는 것이 경찰 주장이다.

오죽하면 경찰청 고위 간부마저 "(이번 합의안은) 기존 196조 1항을 2개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면 논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매우 미흡하고 달라진게 없다"고 분노했을 정도다. 간부들 사이엔 조 청장이 왜 이런 조정안에 합의했는지 알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선 경찰의 반발과 불만은 더하다.

합의안이 나온 20일 오후1시30분 이후 경찰청 내부게시판엔 '치욕적 합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절망적이다', '새로운 노예계약이다' 등의 비난성 글이 연달아 올라와 수백건씩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은 불만 글이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 합의안에 서명한 수뇌부를 성토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직을 걸고 배수진을친 결과가 이 정도인가', '이렇게 되면 사표 내는 건가', '우리 수뇌부는 너무 허리를 잘 숙인다', '정말 용기있는 지휘관은 없나' 등의 글이 하루종일 게시판을 달궜다. 또 검찰이 평검사회의를 한 것처럼 집단 행동을 촉구하는 글이 있었으며 '우리는 정녕 검사를 수사할 수 없는가'라는 등 절망섞인 글까지 나왔다.

21일에도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60년 숙원사업인 수사권조정 문제앞에서조차 냉소와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일부 경찰들의 자성의 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사개특위 검찰소위에서 나온 법제화안을 사수하지 못한 데 따른 내부 책임론과 함께 사개특위 위원들에 대한 원망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경찰은 내부게시판에 "이번 합의안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한다면 빠른 기간내 재 조정을 위해 선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 치욕을 격으면서도 내년 선거 때 전략적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수사권에 대해 침묵하고 그냥 이렇게 살다가 퇴직하는 수 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번 개정안의 문구를 면밀히 따지고 분석해 수정토록 요구하자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경찰들도 늘고 있다.

경찰청 한 직원은 "앞으로 수사권조정 관련 부서와 수뇌부는 196조 1항의 '모든'이란 단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명확성이 없는데 앞으로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뺄수 있도록 해야하며 3항의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라는 부분도 '1항의 수사상 지휘'란 단어가 빠져 있기 때문에 자칫 '수사상 지휘' 외의 포괄적 지휘도 포함될 여지가 있는 점과 지휘시점이 명확하지가 않은 점도 반드시 문제 삼아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일선 경찰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이 합의안은 무효며 아무런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심으로 검찰개혁안을 밀어 붙여야 한다고 알려야 한다"면서 원래의 검찰개혁안으로 형사소송법안을 개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장문의 편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수사권조정 정부합의안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새사회연대는 "국민적인 사법개혁이라는 책무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시대를 역행하고 오히려 검찰의 수사독점 체제를 더욱 강화한 반시대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반개혁적인 합의"라면서 "조삼모사식의 합의안을 납득할 수도 없으며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적인 요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새사연 연대는 ▲'사법경찰관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상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후견에 의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는 수사 현실을 외면한 일이며 ▲수사권과 검찰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막대한 권한을 통제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인데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줬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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