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아랍의 봄'이 처음 기대와는 달리 튀니지와 이집트 두 곳을 제외하고는 민주화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러나 아랍 인민의 민주화 목표는 진지하며 잠시 지체하더라도 그 열망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다만 중동 사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리아 정권이 불안정한 것이 확실한 전망을 내리기 어렵게 한다.
튀니지의 벤 알리가 1월 14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가 2월 11일 분노한 두 나라 국민들의 퇴임 압력에 밀려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예멘 리비아 바레인 시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아랍 전역에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아랍의 봄'이었다. 세계 언론은 '아랍의 봄'이 결실을 거두리라고 전망했다.
3월 18일에는 전투기를 동원해 군중에게 발포한 카다피 정권을 규탄하고 리비아 전역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이 채택됐다. '아랍의 봄'을 위해서 외부 국제기구까지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준비 없이 서둔 나토의 리비아 공격은 예상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나아가 민주화를 외쳤지만 독재 정권들은 무력으로 시민의 항의를 진압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헬리콥터와 탱크까지 동원해서 시위를 탄압했다. 평화적 시위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산했다.
3월 15일 이후 석달 동안 정부의 무력진압으로 희생된 사망자만 1500명, 부상자는 수 천명이며. 구속된 사람이 1만2000명에 이른다는 것이 인권감시단체들의 보고이다.
시리아 정권의 가혹한 탄압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월 20일 이후 벌써 세 차례나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에 대해서 합법적 시위자들에게 살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랍 국가들, 만장일치의 침묵
지난 16일에도 브라질을 방문 중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 시위 군중에 대한 "살인행위를 중지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앞으로 시리아 문제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챙겨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아랍의 봄'은 시리아 정권 때문에 겨울로 후퇴한 느낌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을 의아하게 한 것은 바샤르 정권의 무자비한 시위 탄압에 비판하는 아랍 국가들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석달 전 리비아 카다피의 탄압이 문제가 됐을 때는 아랍연맹까지 제재에 가담했다. 그런데 시리아에 대해서는 모든 아랍 나라들이 침묵하고 있다.
스위스의 르탕(le Temps)신문이 분석한대로 그 이유는 다양하다. '아랍의 봄'이 대통령을 축출한 두 나라 이집트나 튀니지는 시리아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지 않다. 리비아 상황과는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두 나라는 혁명 후 과도기를 준비하는 데 다른 문제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
이슬람의 다수 종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는 적대관계에 있다. 시리아는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이런 이란과 동맹을 맺고 있다. 그러므로 시리아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볼 때는 아랍 세계에 대한 이란의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하지만 사우디는 무엇보다도 국내 사정 때문에 혁명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시리아 정권을 흔들 수 있는 행동을 삼가는 이유다. 시리아는 이란의 동맹국이다. 아랍권에 대한 이란의 영향은 시리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시리아는 국민의 인구 12% 밖에 안 되는 시아파의 알라위 종파가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 60%는 수니파이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수니파가 집권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과의 관계가 달라지며 이것은 곧 중동의 지정학적 세력균형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리아 국민들이 해결할 문제
다행히 외부 세력은 시리아 문제에 간여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시리아 작가 할레드 할리파에 의하면 시리아 국민은 절대 다수가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한다. 시리아 국민은 25세 이하의 인구가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트위터 유튜브를 이용해서 상황을 외부에 알릴 정도로 적극적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래서 현재와 같은 탄압을 계속한다면 내란 상황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리아 사태를 주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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