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지율 하락에 ‘아프간 철군’ 결단

지역내일 2011-06-23 (수정 2011-06-23 오후 1:32:36)
증파 미군 3만 3천명 내년 9월까지 철군 … 주둔 전비만 매월 100억달러
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전망에 여론악화 … 오바마 재선에 '경고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다 과감한 아프간 미군 철군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 막대한 전비, 엄청난 재정적자, 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여론, 내년 대통령선거 등 국내 정치적 판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취임 후 아프간 주둔군 3배 증강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워싱턴 시각으로 22일 밤 8시 대국민 발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 10만여명 가운데 증파했던 3만 3000명에 대한 철군 계획을 공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증파 전략으로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무장세력들을 약화시키고 아프간 정부군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며 "따라서 이제는 증파했던 미군병력들을 다시 귀환시킬 때라고 판단해 점진적 철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철군 계획에 따르면 우선 7월중 5000명을 귀환시키기 시작하고 올 연말까지 5000명을 추가해 모두 1만 명을 철군시킨다. 이어 내년 9월말까지 나머지 2만 3000명을 추가로 귀환시켜 2009년 12월 증파했던 3만 3000명을 아프간에서 모두 철수시키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증파전략에 따라 2009년 12월부터 3만 3000명을 증강 배치했으며 당시 18개월 뒤인 2011년 7월부터 증파병력의 철군을 개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에는 아프간 주둔 미군들이 현재 10만 명에서 7만명 수준으로 원위치 된다.

◆10년간 5천억 달러 전비 지출 =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전 대신 테러전쟁에 주력하겠다는 안보전략을 내세우고 2009년 1월 20일 취임할 때 3만 2000명이던 아프간주둔 미군을 10만 3000명으로 3배나 증강 배치해 운용해왔다. 그러나 탈레반이 약화되고 아프간에 남은 알카에다 세력은 50명미만에 불과한데다 오사마 빈라덴까지 사살하면서 아프간 철군론이 힘을 얻어왔다.

반면 엄청난 국가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은 10년간 아프간에만 5000억달러의 전비를 썼고 1600명의 미군들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10만 미군을 아프간에 주둔시키면서 1주일에 20억달러, 한달 100억달러, 1년에 1200억달러나 군비를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철군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돼 왔다.

오바마의 이번 철군안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주둔 미군사령관, 퇴임하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건의에 비해 철군속도만 3개월 앞당겼을 뿐 '완만한 철군' 방안이어서 민주당 진영의 논쟁을 가열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워싱턴에선 펜타곤과 군부가 '완만한 철군'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 진영과 일부 공화당측 에서도 증파병력 3만 3000명을 내년 말이 아니라 올연말안에 완전 철군하고 기존 주둔 병력들의 철군까지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백악관 참모들은 '연내 1만5000명 철군, 나머지 1만5000명 내년말 철군' 주장을 폈고,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은 '3만명 증강 미군의 12개월내 완전철수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철군 개시 규모는 작아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특히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사령관은 철군 개시 시점에서 철군 규모는 3000∼5000명을 넘어서는 안 되며 핵심 전투부대는 가급적 많은 인원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아프간에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에 미국민 불만 고조 =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만이 높다는 경고등이 계속 켜지는 등 국내정치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산적한 과제들 때문에 "지금은 아프간을 재건할 때가 아니라 미국을 재건할 때"라는 얘기도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22일 공개한 최신 여론 조사결과 응답자의 44%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지금 자신들이 보는 경제전망이 더욱 악화됐다고 답했다.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34%에 그쳤다. 또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응답자만이 향후 2년 내에 미국의 실업률이 경제위기 전인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미 언론은 이번 조사결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공동조사에서는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응답자만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만을 보여줬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이달 초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45%가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고 대답했고, 오바마에게 표를 주겠다는 응답은 39%에 그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적어도 2%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시인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연방준비제도는 22일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3.3%에서 2.7~2.9%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5~4.2%에서 3.3~3.7%로 내려 잡았다. 다만 2013년은 3.5~4.3%에서 3.5~4.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올해 미국의 실업률은 당초 예측보다 0.2 포인트씩 올라간 8.6~8.9%를 기록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미국의 실제 실업률은 5월 현재 9.1%로 올라갔고 한달 고용증가는 전달 23만명에서 5만 4000명 으로 급감해 고용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추가 경기부양조치에 나설 조짐은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 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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