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이 5개월만에 다시 추진되면서 불공정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우리금융 매각조건은 공적자금 회수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매각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산은금융의 인수합병을 밀어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자금위원회가 발표한 새로운 매각방안은 지난해와는 달리 산은금융에 유리하게 변경됐다. 자회사를 분리매각하지 않고 일괄 매각하되 입찰참가자의 최소 입찰참가 규모도 기존 4%에서 30%로 높였다.
이로써 우리금융의 계열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KB금융 신한금융 등의 입찰 참여 여지가 거의 없어졌고 컨소시엄을 통한 우리금융 자체 민영화 길도 무산됨으로써 사실상 산은금융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소 입찰참가규모를 30%로 높인 것 또한 강만수 회장의 메가뱅크론을 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기 위해 금융지주법까지 손질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의 최소지분을 현행 95%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해 산은금융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벌써부터 불공정 게임에 특혜논란이 이는 이유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원칙에 어긋나
우리금융 매각은 현 정부 실세인 강 회장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3월 강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우리금융 매각은 산은으로 기울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가 현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장했으며 정부 관계자들도 수시로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 필요성을 흘려왔다.
원자력발전소 같은 대형 해외프로젝트 수주를 돕기 위해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사실에 비춰 보면 뒤늦은 산은회장 취임의 배경과 속셈이 드러난다. 우리금융을 인수해서 초대형 은행을 만들겠다는 오랜 구상에 정부와 공자위가 짝짜꿍이 되어 당초 각본대로 가는 데 불편한 걸림돌을 알아서 제거해준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약속해왔다. 산은금융의 민영화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두 은행의 민영화는 더욱 멀어졌다. 우리금융과 산은의 합병은 민영화가 아니다. 두 은행이 합쳐진 초대형 국영은행의 탄생일 뿐이다.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산은금융이 정부지분 57%인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민영화를 가장한 거대 정부은행 만들기인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관치금융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 기만행위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도 허구로 드러났다. 산은금융이 외부자금을 조달해서 우리금융을 인수한다 해도 합병은행은 정부 소유인만큼 결과적으로는 재정으로 공적자금을 메꾸는 꼴이다. 정부 돈을 한쪽 주머니에서 다른 주머니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결국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이 역시 대국민 사기다. 그런데도 이를 호도하려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는 행위이다.
매가뱅크가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형화를 추진했지만 합병을 통해서 충분히 덩치를 부풀린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덩치만 키운다고 글로벌은행 경쟁력 갖추지 못해
현재 국내 은행들의 해외 수익은 전체의 5%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 영업력이 취약한 국내 은행들끼리 합병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도 은행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은행을 만들었으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형화되는 만큼 시스템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대형은행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지고 국가경제와 국민부담도 커질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대형화를 규제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다.
우리금융 매각은 당초 제시했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불공정하고 특혜 논란이 이는 게임, 그래서 각본설이 난무하는 게임은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키게 된다. 정권의 신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진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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