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 환경문제에 대한 보고서

지역내일 2011-06-24
중국의 개발과 성장, 환경파괴에 대한 보고서


중국 없는 세계
조나단 와츠 지음. 윤태경 옮김
랜덤하우스. 2만원


샹그리라.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지명이다. 중국에서 낙원으로 통하는 장소다. 히말라야 어딘가에 있다고 전설에서 전하는 곳. 이 책은 여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치 파우스트처럼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눈물 따위를 허락하지 않는 비극이다.

저자는 영국의 정론지 '가디언'의 아시아환경전문 특파원이었다. 그가 주로 머문 곳은 그 어디도 아닌 중국이었다.

이 책은 중국의 개발과 성장, 그리고 그로 인해서 빚어지는 환경파괴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이다. 원제는 "10억 중국인이 뛰어 올랐을 때"이다. 이 제목에 대한 설명은 서두에 나온다. 10억 중국인이 한꺼번에 뛰면 지구 지축이 바뀔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낭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제목의 의미이다. 이런 상상은 지은이 조나단 와츠만 한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도 어린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신 진지한 이야기 중에 중국인의 '점프'에 대한 것이 있을 정도였다.

구령에 맞춰서 중국인이 한꺼번에 뛴다면, 지축이 바뀔 것이라는 심각한 농담 말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정말 중국인은 다 함께 뛰었다. 중국에 의해 놀랍도록 세상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 문제를 되짚어보고 있다. 특히 환경 문제에서 중국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다른 중국의 소수 민족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티베트로 향하는 철도길 칭장선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근대화가 고유한 티베트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인지 생생하게 증언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이 인쇄된 8년 전, 이 도시에는 외국인을 받는 호텔이 단 한 곳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4성급 호텔들이 여러 곳 있었고, 네온사인 간판을 단 식당과 퇴폐 안마 시술소, 단란주점들이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간명한 서술은 철도건설로 인해 티베트에 불어 닥친 변화의 양상을 잘 설명해준다. 신성하게 여겼던 자연을 파괴한 자리에 들어선 것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풍경이다. 방문자의 복을 빌면서, 돈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노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원래 존재했던 샹그리라는 구체적인 물질적 공간으로 실현되어야한다. 그리고 티베트는 그 관념의 유토피아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저자의 시선은 시종일관 어떻게 자연 상태의 중국이 산업화를 거쳐 자본주의로 진입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현지의 목소리도 실감나게 전달한다. 중국의 변화를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는 자시라는 야생 야크 순찰대원은 경제개발 덕분에 가난한 주민들이 잘 살게 되었다면서 만족해한다.

이런 광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산업화는 가치체계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서, 똥의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 최근 똥은 도시와 시골을 가르는 상징이 되었다. 시골에서 똥은 공짜 비료였지만, 도시에서 똥은 돈을 들여서 치워야하는 쓰레기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였던 김진경은 '똥의 사회사'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똥을 찾아 떠난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탐험기는 난지도에 펼쳐진 '장엄한' 똥바다를 발견한 뒤 비장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에서 끝을 맺는다. 농업의 시대에 귀하게 대접을 받던 똥이 말끔한 수세식 화장실에서 바깥 구경도 하지 못하고 사라져야하는 운명에 처한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김진경은 산업화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체계를 비틀어 보인 것이다.

중국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야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의 '녹색성장' 정책도 되짚어본다. 생태라는 말이 가진 아이러니한 함의에 대해 저자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친자연적인 생태가 실제로 자연의 소멸과 함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태마을은 중국의 자연을 파괴한 자리에 들어선 새로운 '자연'이다.

저자는 중국의 생태마을에서 '위생'에 대한 개념을 발견한다. 이런 '깨끗한 현실'이 도래하면서 사라진 것은 바로 공산주의이다. 과거 가난했지만 공산주의를 추구했던 중국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했다. 그러나 요즘 중국은 각 가정마다 화장실을 설치한다. 침실이 다섯 개인데 화장실이 일곱 개인 호화주택이 등장할 정도이다. 개인마다 하나씩 화장실을 갖춘 주택이야말로 개인주의가 공산주의를 밀어낸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산업화와 자연파괴를 다룬다. 그 까닭은 명료하다. 중국의 환경은 중국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때문에 지구의 환경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중국의 환경문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환경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국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이제 환경문제도 일국의 범위에 묶여서 생각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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