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한 강 한가운데 다시 모래톱 생겨"
"본격 장마철 오면 심각한 상황 올 것"
지난 8일부터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6일까지 사상 초유의 단수사태를 불러온 구미해평광역취수장의 가물막이 붕괴사고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의 물꼬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했다.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6일 새로 선출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지방 방문지로 구미해평정수장을 찾았다. 4대강 반대여론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역행침식' 우려 사실로 = 이런 발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구미시를 비롯한 칠곡군과 김천시 20여만가구 66만여 시민들은 싸늘한 눈빛이다. 사상 최악의 단수사태를 겪은 시민들 사이에서 4대강 공사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9일 사고가 난 낙동강 현장을 찾았다. 구미해평광역취수장은 단수사고로 혼쭐이 난 수자원공사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가물막이 보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취수장 제방 아래로는 대형 덤프트럭 수십여대가 보강공사에 투입될 사석을 실은 채 대기중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불어난 강물이 무엇이든 집어삼킬듯 흘러간 뒤 취수장 건너편에는 새로운 모래톱이 생겨났다. 지난달 30일까지 강 중간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준설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두 그 아래 준설구간으로 쓸려내려간 것이다.
교각세굴방지공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경부고속철도가 낙동강 교량위를 지나고 있다. 남준기 기자
김천에서 내려오는 감천과 낙동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는 본류와 지천에서 밀려 내려온 모래로 생긴 모래섬을 다시 걷어내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논란을 빚은 30공구 구미보는 상부 테라스에 새로운 시설물이 세워져 있었다. 거대한 수문 두개는 여전히 권양기 쇠사슬이 아닌 보조지지대로 떠받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구미보 일대는 하상폭이 넓어 지난 봄비에도 불구하고 역행침식과 가물막이보 붕괴 등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주로 올라갔다. 상주보 가물막이와 임시철교 아래 병성천이 합류되는 지점은 더 심각했다. 이 일대 낙동강 본류는 준설이 완료된 구간인데 강 한가운데 다시 새로운 모래섬이 형성돼 있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을 준설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4대강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준설단면을 유지하려면 계속 준설을 해야 하는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돼야 한다. 국민혈세를 다시 강바닥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상주 병성천 하구는 역행침식으로 강 양쪽이 크게 붕괴됐다. 상주시 화장장 공사장 아래 축대는 제방 절반 가량이 강물에 휩쓸려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육안으로 볼 때 본류 합수지점에서 병성천 상류로 수백m 이상 강 양쪽이 대부분 침식된 상황이었다.
준설로 인해 하상이 낮아진 낙동강이 상대적으로 하상이 높은 병성천의 토사를 끌어내렸기 때문에 일어난 '역행침식' 현상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병성천의 사례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즉흥적인고 무모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본격적인 장마철이 되면 이같은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며 강을 인공수로로 착각하는 현정부의 인식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방 안에 대규모 골재 적치장 = 한편 경북도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병성천은 당장 내년부터 200억원을 투입해 정비할 계획으로 4대강 공사 완공 후 지천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 역행침식과 같은 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구미시 동락공원 일대, 상주 병성천 하구 등 낙동강 제방 안 곳곳에는 대규모 골재더미가 그대로 적치되어 있어 장마철 대규모 강우시 홍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미시해평취수장에서 가물막이 복구공사가 진행중이다. 남준기 기자
예천 상주 구미 = 최세호 남준기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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