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젊고 소비욕구 강하고 해외 동경 … 균부론 등장에도 영향 없을 듯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건만 만드는 '공장'에 머물지 않는다. 급성장하는 경제의 수혜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의 부유층은 소비시장의 흐름을 바꾸면서 21세기 부의 지도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명품 시장 싹쓸이 = 지난 2월 서울에 위치한 한 에르메스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러 가방과 옷 등 1억 원 어치의 상품을 구매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방문해 2억 원 가량을 썼던 사람들이다. 해외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단면이다.
중국 시사주간 '환구'지는 20일자에서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행태를 소개했다. '환구'에 따르면, 중국관광객들의 명품 사랑은 이미 본고장에서도 유명하다. 프랑스 파리 쁘렝땅백화점의 매출액 중 40%는 관광객들의 구매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관광객 중 1/3은 중국인이다. 파리 루이뷔통 매장이 여권 1개 당 구매가능 품목 수를 가방 2개에서 1개로 줄이는 데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몫했다.
'신경보'가 15일 중국 내 부자순위 발표 기관으로 유명한 후룬바이푸(胡潤百富)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 본토 관광객의 해외소비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91%가 성장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중국 경제전문신문인 '제일재경일보'는 '세계사치품협회 보고'를 인용해, 중국 내 사치품소비 규모가 2009년 1월 94억 달러로 세계시장 내 점유율이 27.5%에 달했다며 중국의 사치품시장은 5년 후에 14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세계 최대의 사치품 무역, 소비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루이뷔통과 에르메스의 대 중국 매출비중은 각각 25, 38%에 달한다.
중국 부유층들이 큰 손으로 등장한 곳은 명품매장뿐만이 아니다. 상하이모터쇼는 이미 전통있는 모터쇼들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모터쇼로 등장했다. 지난해 1112만대가 팔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만큼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자동차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에는 무려 75종의 신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단순히 신차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에게 맞는 차들이 소개됐다. 일종의 중국 특화모델이다. 미술품 시장이나 해외부동산시장도 중국 부유층들이 좌우한 지 오래됐다.
이처럼 세계소비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중국의 부유층들은 대략 1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사하는 방법이나 발표하는 매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과소평가하지 않을 경우, 100만 명 내외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1일 보도에서 1백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중국인은 2009년보다 26만 2000여명이 늘어난 111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후룬바이푸가 지난 4월 발간한 '2011 재부보고'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1000만 위안(약 17억 원) 이상 부자는 96만 명으로 중국인 1400명 당 1명 꼴이다. 1억 위안 이상 부자도 6만 명에 달한다.
◆45세 이하가 대다수 = 100만 명이 넘는 중국의 백만장자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젊고 소비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투자와 소비는 앞으로도 중국경제성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제일재경일보'가 후룬바이푸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의 평균연령은 41세로, 45세 이하가 80%를 차지한다. 미국은 30%, 일본은 19%만이 45세 이하 부자다. 중국 부유층은 또 남성이 더 많고, 평균 3대의 차량과 4.4개의 시계를 갖고 있다. 이들은 또 보석과 고대 서화품, 현대 미술품을 소장하는 데 관심이 많다. 1/6은 개인용 비행기를 살 의향이 있으며 절반은 요트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 중국 남성 부자들은 여행이 가장 큰 소비대상이지만 여성 부자들은 명품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부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선진국에 대한 동경이 크다는 점이다. 자녀의 원정출산이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에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가 심해진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부유층 임산부들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이다. 원정출산은 이미 기업화되어 중국인 임산부가 아무런 불편 없이 '산전 2개월, 산후 1개월'을 해외에서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성시만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원정출산전문 서비스업체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가 중국어 가능자로, 매일 35달러를 받는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1475달러만 있으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투자이민도 활발하다. 경제전문지 '중국상인'은 1월호에서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에서 투자이민비자를 획득한 4218명 중 70%가 중국 국적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의 경우 2009년 투자이민 쿼터 2055명 중 1000여 명이 중국 대륙의 몫으로 알려진다.
중국 부유층이 투자이민에 눈을 돌리는 첫 번째 이유는 자녀의 교육이다. 우리 못지않은 교육열을 가진 중국 부모들인 만큼 자녀를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이민을 감행하는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중국상인'이 꼽은 또 다른 이유는 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정당한 부의 축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서구와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모두가 부를 쌓고자 함에도 부자에 대한 인식은 극히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나 탈세, 노동자 착취 등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보니 부자에 대한 혐오범죄도 많고 부자들도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적 불만이 커져가는 것도 부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변화에도 선부론 기조 유지 = 중국지도부도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 누구든 먼저 부를 이루라고 강조하며 부의 축적만을 장려했던 덩샤오핑식 선부론이 만들어낸 그와 같은 폐단을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현 4세대 지도부는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균등한 부를 이루자는 균부론, 혹은 공부론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4세대 지도부의 국정통치이념인 '과학발전관'이나 '화해사회'도 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도부의 이러한 이념과 생각이 구체화된 정책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된 소득세 징수기준 인상 방안이다. 월소득 3000위안 이하의 근로소득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한 이 정책으로 중국 내 취업인구의 20% 이상이 소득세를 부과 받지 않게 됐다. 후진타오 주석 집권 이후, 특히 2007년 2기 출범 이후 크게 강조되고 있는 3농(농민, 농촌, 농업) 문제 개선, 무상교육 확대,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와 같은 정책도 급증하는 부유층의 반대편에 위치한 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부의 축적을 장려한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지도부가 '개혁개방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선부론의 기본 이념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외국투자자와 국내 부유층에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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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건만 만드는 '공장'에 머물지 않는다. 급성장하는 경제의 수혜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의 부유층은 소비시장의 흐름을 바꾸면서 21세기 부의 지도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명품 시장 싹쓸이 = 지난 2월 서울에 위치한 한 에르메스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러 가방과 옷 등 1억 원 어치의 상품을 구매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방문해 2억 원 가량을 썼던 사람들이다. 해외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단면이다.
중국 시사주간 '환구'지는 20일자에서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행태를 소개했다. '환구'에 따르면, 중국관광객들의 명품 사랑은 이미 본고장에서도 유명하다. 프랑스 파리 쁘렝땅백화점의 매출액 중 40%는 관광객들의 구매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관광객 중 1/3은 중국인이다. 파리 루이뷔통 매장이 여권 1개 당 구매가능 품목 수를 가방 2개에서 1개로 줄이는 데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몫했다.
'신경보'가 15일 중국 내 부자순위 발표 기관으로 유명한 후룬바이푸(胡潤百富)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 본토 관광객의 해외소비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91%가 성장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중국 경제전문신문인 '제일재경일보'는 '세계사치품협회 보고'를 인용해, 중국 내 사치품소비 규모가 2009년 1월 94억 달러로 세계시장 내 점유율이 27.5%에 달했다며 중국의 사치품시장은 5년 후에 14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세계 최대의 사치품 무역, 소비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루이뷔통과 에르메스의 대 중국 매출비중은 각각 25, 38%에 달한다.
중국 부유층들이 큰 손으로 등장한 곳은 명품매장뿐만이 아니다. 상하이모터쇼는 이미 전통있는 모터쇼들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모터쇼로 등장했다. 지난해 1112만대가 팔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만큼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자동차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에는 무려 75종의 신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단순히 신차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에게 맞는 차들이 소개됐다. 일종의 중국 특화모델이다. 미술품 시장이나 해외부동산시장도 중국 부유층들이 좌우한 지 오래됐다.
이처럼 세계소비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중국의 부유층들은 대략 1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사하는 방법이나 발표하는 매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과소평가하지 않을 경우, 100만 명 내외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1일 보도에서 1백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중국인은 2009년보다 26만 2000여명이 늘어난 111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후룬바이푸가 지난 4월 발간한 '2011 재부보고'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1000만 위안(약 17억 원) 이상 부자는 96만 명으로 중국인 1400명 당 1명 꼴이다. 1억 위안 이상 부자도 6만 명에 달한다.
◆45세 이하가 대다수 = 100만 명이 넘는 중국의 백만장자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젊고 소비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투자와 소비는 앞으로도 중국경제성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제일재경일보'가 후룬바이푸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의 평균연령은 41세로, 45세 이하가 80%를 차지한다. 미국은 30%, 일본은 19%만이 45세 이하 부자다. 중국 부유층은 또 남성이 더 많고, 평균 3대의 차량과 4.4개의 시계를 갖고 있다. 이들은 또 보석과 고대 서화품, 현대 미술품을 소장하는 데 관심이 많다. 1/6은 개인용 비행기를 살 의향이 있으며 절반은 요트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 중국 남성 부자들은 여행이 가장 큰 소비대상이지만 여성 부자들은 명품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부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선진국에 대한 동경이 크다는 점이다. 자녀의 원정출산이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에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가 심해진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부유층 임산부들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이다. 원정출산은 이미 기업화되어 중국인 임산부가 아무런 불편 없이 '산전 2개월, 산후 1개월'을 해외에서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성시만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원정출산전문 서비스업체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가 중국어 가능자로, 매일 35달러를 받는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1475달러만 있으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투자이민도 활발하다. 경제전문지 '중국상인'은 1월호에서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에서 투자이민비자를 획득한 4218명 중 70%가 중국 국적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의 경우 2009년 투자이민 쿼터 2055명 중 1000여 명이 중국 대륙의 몫으로 알려진다.
중국 부유층이 투자이민에 눈을 돌리는 첫 번째 이유는 자녀의 교육이다. 우리 못지않은 교육열을 가진 중국 부모들인 만큼 자녀를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이민을 감행하는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중국상인'이 꼽은 또 다른 이유는 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정당한 부의 축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서구와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모두가 부를 쌓고자 함에도 부자에 대한 인식은 극히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나 탈세, 노동자 착취 등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보니 부자에 대한 혐오범죄도 많고 부자들도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적 불만이 커져가는 것도 부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변화에도 선부론 기조 유지 = 중국지도부도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 누구든 먼저 부를 이루라고 강조하며 부의 축적만을 장려했던 덩샤오핑식 선부론이 만들어낸 그와 같은 폐단을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현 4세대 지도부는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균등한 부를 이루자는 균부론, 혹은 공부론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4세대 지도부의 국정통치이념인 '과학발전관'이나 '화해사회'도 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도부의 이러한 이념과 생각이 구체화된 정책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된 소득세 징수기준 인상 방안이다. 월소득 3000위안 이하의 근로소득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한 이 정책으로 중국 내 취업인구의 20% 이상이 소득세를 부과 받지 않게 됐다. 후진타오 주석 집권 이후, 특히 2007년 2기 출범 이후 크게 강조되고 있는 3농(농민, 농촌, 농업) 문제 개선, 무상교육 확대,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와 같은 정책도 급증하는 부유층의 반대편에 위치한 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부의 축적을 장려한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지도부가 '개혁개방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선부론의 기본 이념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외국투자자와 국내 부유층에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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