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 서류조작도 다반사 … 근거서류 없어 평가검증 불가능
기획재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를 진행하며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재무건전성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도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등 공기업 경영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28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밝혀졌다.
◆부채비율 85%에서 153%로 늘어 = 기획재정부는 매년 100여개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통해 100~500%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기업에서는 기재부의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특별 대책팀을 꾸리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외부용역을 주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기재부의 공기업경영평가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경영평가에서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재무건전성 지표가 빠져 있었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등 23개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2005년 99조에서 2009년 213조로 2배 이상 커졌고, 평균 부채비율도 2005년 85%에서 2009년 153%로 크게 증가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은 "하지만 기재부의 경영평가지표에서는 부채관리 등 재무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없었고, 간접적으로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지만 이는 전체 평가지표의 5%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경영평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 재무구조 악화되도 만점 = 경영평가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두가지 평가지표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무예산관리 지표는 공공기관의 '재무예산관리 시스템 구축 여부' 등을 위주로 평가함에 따라 부채증가율 등 재무건전성과는 무관하게 평가되고 있었다.
재무예산성과 지표는 개별기관에서 '부채비율'과 '총자산회전율'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영평가 결과가 왜곡되고 있었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2009년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확대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총자산회전율로 평가받아 만점을 얻었다. 하지만 부채비율로 재평가한다면 평가점수는 0점이다.
또한 공기업 경영평가는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 근거로 사용하거나 기관장 교체의 기준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향후 기관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경영평가단에 최종 평가결과 보고서만을 제출받았을 뿐 기초자료가 전혀 보관되지 않고 있었다.
◆임대주택 공급계약률 부풀리기 =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임대주택 계약체결 성과 지표를 보고하며 공급계약대상 8만1763호 중 6만7318호가 계약이 체결돼 계약률이 82.3%라고 경영실적을 보고해 1.836점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이 실적은 과다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계약대상이 8만1763호가 아니라 8만2979호로서 계약률도 82.3% 아니라 81.1%로 나타났고, 해당 점수도 0.105점 차감된 1.731점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도 경영실적보고서에서 청사임차료 등 119억원을 아무런 이유없이 비용에서 제외한 후 관리업무비를 산출해 실제보다 적게 지출한 것처럼 꾸며 평점을 0.43점 높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개발컨설팅 수주액'이란 평가지표에서 2008년 이전과 이후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2008년에 마치 최고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꾸며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2008년 이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2008년 실적을 평가하면 평점은 0점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 영업외비용 누락 = 경영평가단이 알고도 잘못된 자료를 인정한 경우도 있었다. 수자원공사가 2009년 경영실적을 보고하며 영업외비용 중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 273억여원을 누락해 제출했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1심이나 2심소송에서 패소한 경우는 최종판결 전이라도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을 영업외비용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래 손실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평가단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도 이를 그대로 인정해 수자원공사는 평점을 1.805점이나 높게 득점했다. 반면, 철도공사 등 다른 5개 기관은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을 모두 영업외비용에 반영해 낮은 평점을 받았다.
석유공사도 꼼수를 썼다. 공사는 2009년도 평가에서 해외개발사업 효율성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인 가채매장량환산액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점수가 0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애초 가채매장량환산액 산정방식을 바꾸어 적용해 평가점수를 산정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해외개발사업 효율성 지표가 0점으로 처리되어야 함에도 평가기준과 다른 산식을 적용함으로써 3.938점을 부당하게 득점하기도 했다.
◆대형공기업만 유리하게 평가 = 대형공기업과 중소공기업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대형기관에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500인 미만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중소형기관)과 공기업·준정부기관(대형기관)으로 나누어 평가를 실시하고 각각 등급을 주었다.
하지만 중소형기관에 대해서는 2009년 평균인 90점을 기준점수로 하고 표준편차 6점을 등급구간으로 해 평가한 반면, 대형기관은 2009년 평균이 아닌 2008년과 2009년 평균의 산술평균인 78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
그 결과 대형기관의 등급결정 기준점수와 등급별 구간점수가 중소형기관에 비해 낮게 설정됐다. 그에 따라 대형기관의 경우 상위등급인 A등급 이상의 기관이 32.1%에 달한 반면, 중소형기관은 A등급 이상의 기관이 12.5%에 불과해 대형기관에 유리한 결과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기재부는 대형기관의 평점이 향상돼 전년도보다 많은 기관에 더 높은 등급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중소형기관의 평점도 향상돼 대형기관의 등급만을 올려준 것에 대한 합리적 사유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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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를 진행하며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재무건전성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도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등 공기업 경영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28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밝혀졌다.
◆부채비율 85%에서 153%로 늘어 = 기획재정부는 매년 100여개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통해 100~500%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기업에서는 기재부의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특별 대책팀을 꾸리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외부용역을 주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기재부의 공기업경영평가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경영평가에서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재무건전성 지표가 빠져 있었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등 23개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2005년 99조에서 2009년 213조로 2배 이상 커졌고, 평균 부채비율도 2005년 85%에서 2009년 153%로 크게 증가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은 "하지만 기재부의 경영평가지표에서는 부채관리 등 재무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없었고, 간접적으로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지만 이는 전체 평가지표의 5%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경영평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 재무구조 악화되도 만점 = 경영평가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두가지 평가지표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무예산관리 지표는 공공기관의 '재무예산관리 시스템 구축 여부' 등을 위주로 평가함에 따라 부채증가율 등 재무건전성과는 무관하게 평가되고 있었다.
재무예산성과 지표는 개별기관에서 '부채비율'과 '총자산회전율'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영평가 결과가 왜곡되고 있었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2009년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확대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총자산회전율로 평가받아 만점을 얻었다. 하지만 부채비율로 재평가한다면 평가점수는 0점이다.
또한 공기업 경영평가는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 근거로 사용하거나 기관장 교체의 기준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향후 기관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경영평가단에 최종 평가결과 보고서만을 제출받았을 뿐 기초자료가 전혀 보관되지 않고 있었다.
◆임대주택 공급계약률 부풀리기 =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임대주택 계약체결 성과 지표를 보고하며 공급계약대상 8만1763호 중 6만7318호가 계약이 체결돼 계약률이 82.3%라고 경영실적을 보고해 1.836점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이 실적은 과다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계약대상이 8만1763호가 아니라 8만2979호로서 계약률도 82.3% 아니라 81.1%로 나타났고, 해당 점수도 0.105점 차감된 1.731점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도 경영실적보고서에서 청사임차료 등 119억원을 아무런 이유없이 비용에서 제외한 후 관리업무비를 산출해 실제보다 적게 지출한 것처럼 꾸며 평점을 0.43점 높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개발컨설팅 수주액'이란 평가지표에서 2008년 이전과 이후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2008년에 마치 최고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꾸며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2008년 이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2008년 실적을 평가하면 평점은 0점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 영업외비용 누락 = 경영평가단이 알고도 잘못된 자료를 인정한 경우도 있었다. 수자원공사가 2009년 경영실적을 보고하며 영업외비용 중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 273억여원을 누락해 제출했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1심이나 2심소송에서 패소한 경우는 최종판결 전이라도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을 영업외비용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래 손실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평가단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도 이를 그대로 인정해 수자원공사는 평점을 1.805점이나 높게 득점했다. 반면, 철도공사 등 다른 5개 기관은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을 모두 영업외비용에 반영해 낮은 평점을 받았다.
석유공사도 꼼수를 썼다. 공사는 2009년도 평가에서 해외개발사업 효율성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인 가채매장량환산액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점수가 0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애초 가채매장량환산액 산정방식을 바꾸어 적용해 평가점수를 산정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해외개발사업 효율성 지표가 0점으로 처리되어야 함에도 평가기준과 다른 산식을 적용함으로써 3.938점을 부당하게 득점하기도 했다.
◆대형공기업만 유리하게 평가 = 대형공기업과 중소공기업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대형기관에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500인 미만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중소형기관)과 공기업·준정부기관(대형기관)으로 나누어 평가를 실시하고 각각 등급을 주었다.
하지만 중소형기관에 대해서는 2009년 평균인 90점을 기준점수로 하고 표준편차 6점을 등급구간으로 해 평가한 반면, 대형기관은 2009년 평균이 아닌 2008년과 2009년 평균의 산술평균인 78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
그 결과 대형기관의 등급결정 기준점수와 등급별 구간점수가 중소형기관에 비해 낮게 설정됐다. 그에 따라 대형기관의 경우 상위등급인 A등급 이상의 기관이 32.1%에 달한 반면, 중소형기관은 A등급 이상의 기관이 12.5%에 불과해 대형기관에 유리한 결과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기재부는 대형기관의 평점이 향상돼 전년도보다 많은 기관에 더 높은 등급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중소형기관의 평점도 향상돼 대형기관의 등급만을 올려준 것에 대한 합리적 사유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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